함벽루(涵碧樓)에서
페이지 정보
김태영 작성일05-04-14 10:48 조회1,387회 댓글8건본문
涵碧樓에서
우리가 함벽루를 찾아가던날은 비가 오락가락 내렸다.
합천읍에서 함벽루까지 찾아 들어가는 길에는 안내표지판이 없어 어려움을 격는다. 입구에서 정중씨를 통하여 알게된 부사공파의 성환(보명:桓默)님께서 반겨 주었다. 계단을 타고 강가로 내려가니 빼어난 자태의 누(樓)가 나타났다. 미리 약속을 한터여서 이 고장의 신문사 사장님. 문화재위원님등이 먼저 나와 누상(樓上)에서 가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반갑게 맞으며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인사를 나눈뒤 윤만님이 함벽루에 대한 새로운 역사발견 자료를 발표 함벽루 창건자 김모는 문숙공 김영돈임을 명백히 확인 하였고 이어서 합천신문사 박환태사장님의 함벽루와 연호사. 대야성에 관한 해설을 들었다. 함벽루는 합천 팔경중 제5경으로 합천읍 황강변에 자리해 있으며 고려 충숙왕8년(1321년)에 건립하여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의 모습이라고 한다
설명을 마친 박환태사장님 일행은 또 다른 지역의 행사 때문에 부득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하여 함께 기념촬영을 마친후 작별을 하였다.
우리는 그 분들을 보내고 누(樓)에 둘러 앉아 잠시 맥주와 소주로 흥을 돋구며 높이 달린 이름난 선비들의 현판을 바라 보느라 목운동 하기에 바쁘다.
조선시대 대학자인 퇴계이황 남명조식. 우암송시열의 글이 현판으로 걸려있고 뒷편 암벽에는 우암선생의 친필 涵碧樓가 크게 새겨져있다.
‘처마와 기둥이 날아 춤추듯 하고 단청이 현란하여 봉(鳳)이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고 쓴 안진의 글은 몇 백년이 흐른 오늘에도 유효하다.
누에 올라 난간에 앉으면 난간 아래로 강물이 흐른다.
한컷도 안 놓치려는 발용님의 카메라가 난간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춤을 춘다. 그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수 없다. 소중한 마음으로 꼭 잡는다. 안진의 기문에
‘흰 구름이 나는데 산이 푸르르네.
밝은 달 돋는데 물이 출렁출렁.
노 위에서 사시로 보아도 부족하고,
아득할손 나의 회포 하늘 저쪽이네.’ 하였다.
함벽루의 뒤 절벽위로는 그리 높지는 않으나 삼국시대 신라의 변방으로 군사 요충지 대야성이 자리했던 비봉산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오른편 바로 옆엔 신라고찰 연호사(삼국시대 백제와의 전투에서 순국한 신라 군사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창건했다고 박환태 합천신문사 사장은 설명한다.)가 樓의 풍치를 더 해준다.
막걸리 일순배가 돌자 항용선생님의 삼행시 제창을 제안 하였으나 시간 관계상 훗날로 미루고 필자가 준비해간 함벽루에 대한 시를 낭독하는것으로 대신한다
민사평의 시에
‘한벽(寒碧)이 서로 엉켜 협구(峽口)가 밝은데
樓에 오르는 가느다란 길 구름속에 비꼈네.
올라 구경할줄 아는 것은 누구의 안력인가
모름지기 푸른 벼랑을 쓸고 성명 적으리’하였고
남명의 시에
‘喪非南郭子 / 남곽자 같은 무아지경에 이르지는 못해도
江水渺無知 / 흐르는 강물은 아득하여 앎이 없다네.
欲學浮雲事 / 뜬 구름같은 일을 배우고자 하나
高風猶破之 / 높은 풍취가 오히려 깨어 버리네.’ 하였다.
천하의 시인 묵객을 불러 모아 第一江山을 노래한 수많은 현판들, 얕으막한 비봉산아래 연호사 풍경소리에 황강의 맑은 물은 너울너울 춤을 춘다. 푸르름에 잠긴 함벽루를 비추면서……
누가 나를 불러 이곳에 앉혀놓고 함벽루의 운자를 띄워 삼행시를 지으라 했나.
함涵: 함벽루는 문숙공의 혼이 서려있는 유서 깊은곳
벽碧: 벽에는 절경임을 노래하는 시판이 가득하고
루樓: 樓아래 맑은 물은 또 하나의 함벽을 비추네.
어찌 700여년의 세월을 넘나들은 함벽루의 절경을 단 몇글자로 표현할수 있을까!
어찌 이 짧은 시간에 선현들의 필체를 다 헤아릴수 있을까!
누각을 내려와 남명이 합천 군수 이증영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썼다는 ‘이영공유애비’가 있는 입구쪽으로 갔다.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백성에 대한 남명의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옆에 서있는 각종 공적비. 순절비. 선정비등을 살펴보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채 가야산 해인사로 출발하며 간단히 소감을 적는다.
2005년4월 10일 오전에 함벽루에서 金泰榮
댓글목록
김행순님의 댓글
![]() |
김행순 |
---|---|
작성일 |
함벽루의 자태가 그대로 보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시입니다. 시판 하나 걸어야겠습니다!
김영윤님의 댓글
![]() |
김영윤 |
---|---|
작성일 |
"樓아래 맑은 물은 또 하나의 함벽을 비추네"
눈을 지그시 감고 읊조리니 그대로 선 합니다
거처간 수많은 시인 묵객 명단에 그 이름 추가해야 할듯.......
김항용님의 댓글
![]() |
김항용 |
---|---|
작성일 |
멋진 <함벽루기> 잘 읽었습니다. 이런 문학성을 어디에 감춰두셨다가 이제서야 쏟아내십니까? 그저 놀래 입만 벌리고 있습니다.
김발용님의 댓글
![]() |
김발용 |
---|---|
작성일 |
잘 읽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글을 보면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나겠지요.
김태영님의 댓글
![]() |
김태영 |
---|---|
작성일 |
보잘것 없는 글을 읽어주신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많은 칭찬을 해주시니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서님의 댓글
![]() |
김태서 |
---|---|
작성일 |
함벽루가 눈에 들어오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잘 읽었습니다.
상석님의 댓글
![]() |
상석 |
---|---|
작성일 |
기록문화의 지평이 열리는 짜릿짜릿한 순간을 만끽하였습니다.계속해서 무언가를 적어두시던 모습에서 선조님들이 원행길에 지필연묵을 챙기시며 가슴 속의 열정을 불사르시던 기억을 새롭게 느꼈습니다.
솔내님의 댓글
![]() |
솔내 |
---|---|
작성일 |
급암 할아버님의 시도 있었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