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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재(16) 동국여지승람-한성-쌍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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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5-04-20 10:59 조회1,5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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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증동국여지승람 제3권

한성부(漢城府)

 

 

쌍계재(雙溪齋) 옛터가 성균관 반수(泮水) 동쪽에 있는데 참판 김뉴(金紐)의 옛집이다.

○ 강희맹(姜希孟)의 부(賦)에, “서울 왼쪽 경계요, 반궁(泮宮)의 북쪽 언덕이네. 풍운은 모여 흩어지지

않고, 동학(洞壑)은 아늑하고도 넓도다. 울창하게 많은 가지 아름다운 수목이요, 아롱지게 덮인 돌은

검푸른 이끼일세. 냇물이 갈려 흐르니 비녀 다리 인 듯, 돌에 고여 서려 있는 빗물 받으니 도는 듯.

잔잔한 소리 옥가락지 울리는 듯, 콸콸 흐를 제는 여러 사람 들레는 듯. 골 안에서 나온 지 얼마드냐.

글의 물결 윤색하여 인재를 기르도다. 범상하고 용렬한 자 흘겨보고 알지 못하여, 이 좋은 지역 풀

속에 묻혀 있게 하였네. 진정 하늘이 아끼고 땅이 숨겼음은, 어질고 준수한 이 기다려서 열어 주려

함이로세. 여기에 금헌(琴軒) 선생은, 높은 관원의 자손이요 화려한 집안의 맏이로세. 어지러운 세상

싫어하고 도를 즐기며, 정신이 명랑하고 기상이 빼어났다. 옛 책 읽기 즐겨하고, 역사를 섭렵하였네.

어찌 나이는 젊지만 그릇은 노성한가, 정말 덕이 온전하고 재주가 풍부하다. 흉금이 트였으니 개인

밤 달과 같고, 호방한 기운 뻗어나서 우주에 찼다네, 비단옷 옛 기습(氣習) 벗어나서, 천석(泉石)에

고질병 들었네, 관복을 두르고도 먼 것을 생각하며, 조시(朝市)에 젖어 있어 발길이 막혔어라.

그러므로 성중에서 살 곳을 찾아, 멀다고 여겨 찾지 않은 곳 없었다네. 반수(泮水)에 찾아보다가,

물 근원 다 가서야 이 자리 얻었다네. 남쪽을 앞으로 하고 북쪽을 등졌으니, 군자의 거처할 곳이로다.

이에 가시덤불 처 버리고 깊고 좁은 것 개척했네. 띠풀을 베고 재목을 모아, 설계하고 건축하기

시작했네. 따뜻한 방을 만드는데 밝고 맑게 하고, 바람 불어오는 격자창 성글게 사면으로 열었도다.

선생이 그 안에서 눕고 쉬며, 아침저녁 휘바람 불고 노래하네. 하늘 조화 자세히 관찰하며, 사시

변하고 바뀌는 경치 보노라. 봄철이 와서 화창한 볕이 공중에 가득하면, 언덕의 풀은 돋아나려 하고

땅은 처음으로 풀리며, 시냇가 누른 버들가지 흔들리고 동산의 복사꽃 붉게 타오른다. 풍연(風煙)

어두운 건 푸른 솔이로세. 글 읽는 소리[絃誦] 공자묘에서 들리는데 쌍계수(雙溪水) 깊고 맑게

흐름이여, 돌 여울로 내려오면서 영롱(玲瓏)하도다. 선생은 이때 봄옷이 이미 이루어지면 예닐곱의

관(冠)을 쓴 어른과 동자를 데리고 스르릉 비파 울리어 정회를 펴면서, 기수(沂水)에 목욕하던 높은

자취를 사모하도다. 맑고 훈훈한 그 절기 되면 녹음 더욱 좋은데, 자색 제비 가벼운 바람에 날아들고,

누런 꾀꼬리 높은 언덕에서 노래한다. 어느 사이 뜨거운 햇볕 하늘에 있으면 붉은 구름 멈추고 가지

않는데, 쌍계수 맑고 차고 푸르며 구비 돌아 웅덩이지고 다시 흘러 버리도다. 선생은 이때 가는

베옷 풀어헤치고 바람을 쏘이며 서늘한 그늘 찾아 편안히 쉴 것이다. 매우(梅雨) 부슬부슬 내리고

그늘진 구름 덮여 있을 때면, 산앵도 타는 듯 붉게 익고 젖은 새는 갈 곳 없어 헤매는데, 쌍계수는

여러 골 물 받아 모아 형세 더욱 커져 공(空) 산에 메아리 치며 세차게 흐르도다. 선생은 이때면

청려장 손에 들고 짚신 발에 신고, 근본이 있으면 멈추지 않고 근원이 없으면 마르기 쉬운 이치

생각하도다. 쇠소리 나는 바람 슬슬 불고 비취 같은 하늘 맑게 개였는데, 무서리 수풀에 뿌리면

진홍빛 현란하니 취한 듯하여라. 꽃다운 국화 언덕 위에 피어 있고, 연잎은 쓰러져서 찬 못에 덮여

있다. 상쾌하고도 쓸쓸함이여, 마음대로 멀리 찾고 그윽한 경치 더듬게 하도다. 쌍계수는 맑고 밝아

거울 같으며, 푸르고 깨끗하여 쪽[藍] 같도다. 선생은 이때 향기로운 두루미 열어 놓고 흐르는 물

보며 좋은 손님 맞아 즐기도다. 그러다가 매미소리 그치고 흰 달이 광채를 더하게 되면, 밤들어

산은 적적 사람 없는 것 같은데, 귀뚜라미 울음소리 뜰 안에서 목 매인 듯 들려온다. 쌍계수는 차고

찬데 달은 더욱 빛이 밝아 은물결 사방에 흩어졌도다. 선생은 이때 거문고 어루만지며 한 곡조

연주하니 산과 물의 깊은 뜻을 줄줄이 엮어낸다. 삭풍(朔風)이 울부짖으면 긴 수풀 모두 비는데

찬 기운 몸에 해로울까 걱정하여, 나무등걸 지펴니 따뜻하게 한다. 쌍계수 얼음 얼어 새겨놓은 듯

깎아놓은 듯 거문고 소리 딩둥댕둥 울리도다. 선생은 이때 석양 주흥(酒興) 얼큰하여 붉은 털옷

걸치고서 남쪽 언덕에 서서 돌아갈 줄 모르니, 얼굴을 깎아내는 듯한 찬바람인들 아랑곳하리.

그리고 빽빽한 구름 잎사귀처럼 뭉치고 퍼붓는 눈 낙화처럼 날리는데, 공중에 흩어져서 노송나무를

덮고, 구렁을 메우고 언덕에 가득하다. 쌍계수 얼어붙어 소리는 없는데, 움틀꿈틀 은빛 뱀이 달리는

것 같아라. 선생은 이때 비단 휘장을 걷어올리며 창의 깁을 열고, 양고주(羊羖酒) 좋은 술 부어 가며

미인 시켜 거문고 뜯어 현묘(玄妙)한 곡조 들으며 즐기도다. 집안엔 봄철처럼 화창한 기운 덮이고,

사시의 차례 어지럽게 오고 가도다. 정말로 광경은 한이 없는데 세상 티끌 반걸음 저 밖이로다.

완연히 한 번 병 속에 들어간 것주D-086 같아라. 이야말로 땅의 영기가 기다렸다가 비장(祕藏)한

것 내어 준 것이냐. 가시덤불 베어내니 흙이 조강(燥剛)하도다. 뜰 안에서 말을 돌릴 만하니 객이

당에 오르도다. 집을 지어 안락하니 군자 여기서 편안하다. 군자 여기서 편안하여 천 년을 누리리라.

거듭 노래로 고하나니, 물소리 산을 두르고 산은 작은 집[蓬蓽] 가리웠네. 마음 편히 떨쳐가서

그윽하고 고독함 즐기노라. 무엇이 즐거운가, 성조(聖朝) 벗어나서, 어하(魚蝦)와 짝이 되고

미록(麋鹿)과 친구 되네. 내가 쌍계를 사랑함이여 강호도 산림도 아님일세. 몸은 비록 벼슬해도

마음만은 연하(煙霞)에 있네. 가서 따르고자 하였으나, 동부(洞府)가 깊고 깊었어라. 무엇으로

그대에게 주리오, 쌍남금(雙南金)주D-087이로다.” 하였다

 

[주D-087]쌍남금(雙南金) : 중국에서는 예전에 남쪽 지방에서 나는 금(金)이 품질이 좋아서

북방에서 나는 금보다 값이 배나 되었다. 그래서 보통금 두 몫 되는 남쪽 금이라고 하여 쌍남금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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