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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필(石洲)에게 준 허균의 글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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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작성일05-05-10 19:01 조회1,38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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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주(石洲)에게 준 글
서울에 있을 적에 형이 강도(江都)에서 보낸 편지를 받아보니, 나의 벼슬 잃음을 위로한 말씀이었습니다. 이때 나는 이미 수레를 단속하여 도성문을 나오는 참이었는데, 찾아 온 사환이 편지를 놓고 떠나겠다 하기에 총망중이라 답장을 쓰지 못했으니, 우물쭈물 결례한 죄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나는 집을 떠난 이틀 만에 김 정경(金正卿)의 영평(永平) 별장에 닿으니 천학(泉壑)과 계산(溪山)의 아름다움은 지난해에 못지 않았으나, 다만 한스러운 것은 대관(臺館)이 허물어진 것을 다시 세우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방안에 들어가니 단술이 항아리에 가득하여 향의(香蟻 술독에 뜬 쌀을 벌레에 비유한 것)가 한창 굼실거리니 형을 초치해다가 큰 술잔으로 권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습니다. 형이 이 말을 들으면 반드시 군침을 흘릴 것입니다. 지금에 이르러도 성벽에는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의 호)ㆍ하곡(荷谷 허봉(許篈)의 호)의 시가 남아 있어 청초하여 읊을 만했고 또 자민(子敏 이안눌(李安訥)의 자)의 시가 있었으나 바빠서 화운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하생략-
 

 

댓글목록

김재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재이
작성일

  잘읽었습니다 좋은내용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솔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솔내
작성일

  이때의 영평별장이 현재 금수정 종택이아닌가 싶습니다.

김발용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발용
작성일

  영평현이 지금의 포천군과 병합되었다 하는군요.  영평별장=종택 이라는 대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