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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일기 14---백두산 답사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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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5-06-11 22:07 조회1,343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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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7일 (화)


6시에 잠이 깼다. 밤새웠다는 일행은 방금 잠자리에 들었다고 하고, 혼자서 밖으로 나갔다. 백두의 아침이 너무도 찬란하다. 저 멀리 장백폭포는 더욱 시리고 백두 하늘은 너무나 맑다. 아침 기온도 제법 차가워 마치 수정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파란 바닷물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상쾌했다.


아침공기 차가운 장백폭포 오르는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숙소 바로 앞 맞은편에 小天地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입장료가 15원인데 매표원도 아직 안 나왔고 무단출입했다. 200m 걸어 올라가니 그림같은 작은 호수가 새벽 햇살에 한가롭다. 바람도 멈춘 듯 더욱 고요하다. 여기가 바로 ‘작은 천지’ 라는 소천지였다.


파란 아침 하늘이 호수에 그대로 잠기니 수정같이 맑다. 어제 천지에서 못 본 파란 물결을 여기에서 보상받는구나 생각하니 홀로 흐뭇했다. 풍경에 취해서 소천지를 한바퀴 돌다가 공짜 생각이 났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몇을 깨우고 우정이를 데리고 다시 소천지에 갔다. 우정이를 모델로 사진을 여러번 찍고 한참을 배회하다가 돌아 나왔다. 매표소를 막 빠져나오는 순간 찦차 한 대가 급정거하더니 매표원 둘이 나타났다. 우리 일행을 보았으나 표 검사는 하지 않았다. 간발의 차로 1인당 15원씩을(나는 30원을) 번 셈이다.


다시 숙소로 들어가기도 어중간해서 계곡으로 들어가서 장백폭포 아래까지 걸어 올라갔다. 계곡물이 제법 큰 소리를 내며 급하게 흘러 내려오고 내려가고 있었다. 개울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백두의 파아란 하늘과 청량한 공기와 주변 봉우리들의 위용, 그리고 장백폭포의 장쾌한 울림과 세차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에 취해서 눈을 감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사이 우정이와 일행 몇은 돌탑을 쌓고 사진 찍어대기 바빴다.


숙소로 내려와 보니 우리를 태우고 내려갈 찦차 두 대가 숙소 앞 마당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동안 한둘씩, 두셋씩 소천지에 다녀왔다고 하면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제 온 길을 되돌아 12:00 이도백하에 도착. 먹자골목에서 조선족이 운영한다는 식당에 들어가 냉면과 요리 5가지를 더해서 점심을 먹었다. 연세드신 조선족 주인이 반가운지 계속 주변을 맴돌며 말을 걸더니 백두산 들쭉(조그만 나무열매)으로 직접 담갔다는 들쭉술 한 병을 덤으로 내놓았다. 백두산에서 난 열매로 담근 술이라는 말에, 그리고 머리도 안 아프다는 말에, 낮술이지만 두세잔을 연거푸 들이켰더니 얼굴색이 벌개졌다. 정말 머리도 아프지 않고 벌건 대낮에 취하니 비몽사몽 기분이 아주 넉넉해졌다.


14:00 이도백하를 출발한 버스는 어제 온 길을 되집어 돌아가는 길이었다. 비포장 길에 확장공사 하느라 거의 전 구간을 한꺼번에 파헤쳐 놓아 3시간 거리를 5시간이나 걸려 19:00 다 되어 용정에 도착했다. 버스를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리는 바람에 덕분에 30분 넘게 어둠이 내리는 용정의 거리를 구경하며 걸어가게 되었다. 선발대가 숙소와 식당을 물색하는 사이 우리는 용두레공원에서 기다리면서 둘러보았다. 龍井 지명의 기원이 되었다는 용드레 우물이 있고, 이를 기념하는 비석과 표지석이 네다섯개나 서 있는데 매우 세련되고 우아함이 눈에 들어왔다. 한켠에는 경남 거제시 무슨 단체에서 세운 비석도 있었다. 읽어보니 이 용두레 공원을 조성할 때 많은 지원을 해 준 모양이다.


버스터미널 인근에 여관이 없어서 할수없이 호텔(용정빈관)로 들어섰다. 다행히 성수기가 아니라 가격 흥정이 가능했다. 공동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3인실 120원을 100원으로 깍아서 투숙하기로 했다. 더욱이 아침식사가 공짜로 제공되었고, 명색이 호텔이라 1층 로비에서 폼도 좀 잡을 수 있어서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보낼수 있어서 모두들 좋아했다. 호텔 홍보문안을 보니 주은래 총리, 조남기 부주석 등이 투숙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주은래 총리는 김구 선생과도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었고, 조남기 부주석은 조선족으로서는 중국 중앙정부 최고 서열에 오른 사람이라고 했다.


호텔 바로 앞 이화원이라는 한국식당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고, 호텔 옆 목욕탕에 가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고향이자 민족독립운동의 요람이었다는 간도땅 용정, 그 용정거리 한복판에서의 하룻밤이 깊어 갔다.



댓글목록

김발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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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주회아우님 !!  우식이 아이디(xxxzx111)로 로그인을 좀 해 주세요.

김영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영윤
작성일

  백두의 아침을 맞으며 갖는 단상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 백두산이여../.

김정중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정중
작성일

  백두산석 마도진이요 두만강수 음마무라...
으음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으른다...
대부님 감사합니다

김재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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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정말 가보고싶군요 보람찬 시간
그 아름다움 영원히 간직할수 있는 백두산 산행이 되십시요.

솔내영환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솔내영환
작성일

  소천지와 장백폭포... 
용정에서 하룻밤은 멋진 추억이 되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