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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락가승> 국역문(1)-김소 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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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5-06-29 14:05 조회1,46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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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장하고 있는 유일본 <上洛家乘(상락가승)>(1895년 金龜浩제작)에는  제학공파의 각종 중요 역사 자료가 적혀 있습니다. 이 중 아직 미 해석문이 몇 개 있었는데 저의 게으름으로 미뤄 오다가 요즘 조금 여유가 생겨 제가 1차 해석한 것을 제주의 김익수선생님께 감수를 요청하여 현재 완역, 정리중에 있습니다. 이에 우선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정리되는 대로 계속하여 소개하겠습니다.  

 

<김소(金素) 교서(敎書)>

1. 제작일시 : 1648(인조 26. 47세). 7.

2. 수령자 : 金素

3. 출전 : <상락가승> (1895년. 고종 32년 제작. 김항용 소장본)

4. 정리 및 번역 : 1차-2004. 11(김항용). 2차-2005. 1. 11(김익수 감수)

5. 원문

  敎書

敎守洪淸道觀察使 兼 兵馬水軍節度使 巡察使 金素 書

  <이하 생략>

6. 역문

 홍청도관찰사 겸 병마수군절도사 순찰사인 김소에게 내리는 임금의 교서

 왕께서 이르시길 오직 국가의 근본이 되는 곳으로 충청도다. 그러므로 중신(重臣:관찰사)에게 권한을 맡길 적에는 반드시 내 뜻을 四嶽(정승들)에게 물어보는데, 내가 먼저 정한 뜻과 중의(衆意)가 서로 같도다.

 돌아보건대 저 백제의 옛 강토는 실은 우리 삼한의 중요한 관문이다. 길은 호남과 영남의 兩道로 통하고 郡邑은 오십삼구역이요, 땅은 경기도와 연하여 동서로 칠팔백리이다. 세상이 어지러울 땐 중국의 양자강과 회수처럼 진영을 보호하고, 때가 평온할 때는 형초(荊楚:지금의 중국 호남성과 호북성 일대. 楚의 영토)의 門과 뜰과 같이 겉과 속이 되는 물과 산인 錦江과 鷄龍山의 험함과 굳건함이 마치 궂은 비 내릴 때 미리 준비함과 같도다. 軍營의 단단히 무장한 군사와 말들은 날래고 강하여 스스로 부역을 한다.

 그동안 가뭄과 홍수가 온 후에 이어서 기근이 거듭해 왔으며 더욱이 큰 사건이 있은 후가 되니 불안함을 스스로 안정하게 하고 진정시켜 어루만져 줄 방책에 있어 지금 소홀함이 있다. 어루만져 편안히 다스려줄 임무를 맡을 자는 그대 말고 그 누가 있겠는가? 오직 그대라면 훌륭한 재주를 갖고 있어 큰일을 맡길 만한 데, 이것은 저 숙부[하담공-김시양]와 너무나 흡사하여 옛날 晋나라의 사안(謝安:주1)과 사현(謝玄:주1)의 관계와 같도다. 반열(班列) 중에 아주 뛰어난데 글 솜씨도 뛰어나고 무예도 뛰어나도다. 그 마음가짐이 옥과 같이 희고 모든 일을 시행함에는 칼놀림처럼 여유가 있도다.

 처음에는 호조(戶曹)의 낭관(郎官)이었는데 나중에 대신(大臣)의 추천으로 해전(海甸:바다에 인접한 고장. 해주)의 큰 고을 관리(해주판관)로 발탁됨을 입었는데 과연 한 지역이 태평하게 되었고, 강원도(강릉부사)에 발령받아서는 치적이 제일이었다. 갑자기 북쪽 요새(종성부사)에 발령되어서는 명예로운 칭찬이 무쌍하였으며, 이미 요새에서는 마음과 힘을 다하였고 내전(승지)에서는 왕명의 출납을 맡았었다.

 생각건대 전후 내외직을 역임하면서 始終의 공을 쌓은 능력은 참으로 볼 만하였도다. 연경(燕京)의 사천리길(성절사)에서는 조벽(趙壁:趙氏壁)과 같은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돌아왔으며, 진양(晋陽-진주목사)의 수만호(戶)는 윤탁(尹鐸, 주2)과 같은 어진 그대에게 모두 따랐으니, 지금 충청도를 관리할 자리가 비었는데 누가 감히 대신할 수 있겠는가? 오직 영남에서 높은 직위에 오른 그대가 합당하다는 의론이다. 이에 그대에게 충청도 관찰사 겸 병마수군절도사 순찰사 직을 수여하노라.

 경은 마땅히 가서 곧바로 봉서(奉書)를 하여 그 직이 정지되지 않게 하라. 휘장을 걸고 관모를 벗어 공명한 치적에 어떻게 발자국을 남길까 하고 힘쓸 것이요, 천하를 맑고 깨끗이 하려는 뜻이 고을에 가득 넘치게 떨치라.

 정사(政事)에 임할 때는 관대함과 엄격함을 아울러 하고, 관리의 성적을 평가하여 승진과 강등을 함에 있어서는 사사로움이 없게 할 지어다.

 하은주(夏殷周) 삼대처럼 인륜을 가르쳐 밝게 하고 풍속과 교화를 잘 펴도록 하라. 조그만 고을에도 忠과 信을 더욱 크게 일으키라. 자신을 잘 다스려 관원들의 근본이 되게 하며, 진실로 성실히 업무에 힘쓰고, 범죄자를 가둘 때는 법령대로 시행하여 허점에 빠짐이 없도록 신중히 하라. 모름지기 가난하고 불쌍한 무리들이 기회를 보며 인수(印綬-주3)를 풀려 하거든 빨리 백성들의 어려움을 풀어 주어 수령의 은혜가 가득 내리도록 하라. 하물며 금년의 바람과 우박의 재앙은 옛날에도 듣지 못한 것이로다. 비록 가을의 풍년을 만났다 해도 가을 조세를 행할 가망이 없으니 이런 생각으로 새로이 교화를 해야 한다.

 그런 때에 좋지 못한 습관을 개혁하기 위해 소요죄에 대해 사형을 품달하는 것은 무슨 염려가 있겠는가. 내가 통훈대부의 관직을 주어 경이 스스로 이를 결정하도록 맡기노라. 

 아아! 사태가 매우 험악하니 책임과 기대가 아주 무겁다. 소유문(蘇孺文 : 주4)의 법에 따르고자 함이 어찌 사사로운 은혜에 대해 조금이라도 굽힌 것이 되며, 이덕유(李德裕: 주5)가 선택한 노래는 여러 악습을 어찌 크게 변하게 하였겠는가?

 오래도록 외방에서의 노고로 현관(賢官)을 갈망한다는 감탄의 소식을 모르지 않는다. 장차 앞에 많은 일이 놓여 있더라도 다스리고 이바지함에 본보기로 삼고자 하여 이에 교시하는 것이니 생각건대 모름지기 이 모든 사실을 잘 알도록 하라.


*주 풀이

   

주1. 사안(謝安)과 사현(謝玄) : 중국의 사안은 사현의 숙부로 前 秦의 苻堅이 공격해 왔을 때 사안은 사현을 보내 肥水에서 대파하여 晋의 太保가 됨. 모두 문인이며 특히 사현의 손자가 유명한 시인 謝靈逢이다. 여기서는 김시양과 김소가 숙질간임에 비유한 말이다. 


주2. 윤탁(尹鐸) : 중국 춘추때 晋사람. 趙簡子가 晋陽을 다스리게 하면서 백성에게 세금을 거두라고 요청하자 호구수를 줄여서 백성에게 득이 되게 하였다. 여기서는 김소가 진양(진주)의 목사로 재직하였던 것을 비유함이다.


주3. 인수(印綬) : 관인(官印)의 꼭지에 다는 끈


주4. 소유문(蘇孺文) : 미상. <오유란전(烏有蘭傳)>에, 세조 임금 때에 한양 땅에 두 재상이 있었으니, 한 재상의 성은 김씨요, 또 한 재상의 성은 이씨라 했다. ... "오늘은 소유문(蘇孺文)이 되어 친구와 더불어 술을 마시고, 내일은 겸주자사(兼州刺史)가 되어 일을 살핌은 마치 나를 두고 이름일세." ...라는 구절이 있다.


주5. 이덕유(李德裕) : 당의 楚皇 사람. 자는 文饒. 젊어서 학문에 힘썼고 큰 절의가 뛰어났다. 敬宗 浙西觀察使가 되었는데 당시 황제가 소인들과 친하여 遊樂을 좋아하므로 붉은 병풍에 쓴 여섯 잠언 <丹屛六箴>을 올렸다. 여기서는 김소가 관찰사가 된 것을 비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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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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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노고가 크셨습니다. 제주 아저씨께도 감사드립니다.
원본도 디카로 찍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