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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묘소 다녀오던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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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발용 김윤식 작성일05-07-27 22:17 조회1,560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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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묘소 다녀오던 여름날>


일시 : 2005년 7월 24일(일요일)

장소 : 내촌 문정공 묘소, 포천 밀직사사공 단묘, 포천 금수단 일대


06:00 정각, 전화 소리에 잠을 깼다.

무더웠다, 이른 아침인데도.

서둘러 길을 나섰다.

06:55분, 잠실 올림픽운동장 도착.

일에 쫓기느라 봄은 구경도 못했는데, 어느새 매미 소리가 따갑다.

그 동안 어머니 산소와 포천 할아버지 묘소가 가끔 떠올랐다.


07:00시 라디오 뉴스를 듣고 어슬렁거리다 07:30분 길 건너 약속장소로 갔다.

진회 대부님께서 나무그늘에 앉아 신문을 읽고 계신다.

밀직사사공(휘 칠우) 할아버지 단묘에 처음 참배할 생각에 잠을 설치셨나......

우연히 일정이 비슷해서 동행하기로 했다.

두어 해 전에 밀직사사공 묘역을 다녀오신 발용 대부님이 길 안내를 맡았다.

잠시 후 은회 대부님, 발용 대부님에 이어 태영 아저씨까지 모두 도착했다.

발용 대부님 소풍 준비 푸짐하게 해 오셨다. 늘 송구스럽다.


08:05분, 밀직사사공 단묘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려고만 했는데,

처음 파조 할아버지를 뵙는 진회 대부님을 생각해서 간단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가는 길에 문정공(휘 질) 할아버지 묘소를 참배하기로 즉석에서 결정했다.

태서 아저씨께 길을 묻는다.

전화기 너머로 “찾기가 좀 어려워서.......” 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하튼, 일러주신 대로 내촌삼거리에 도착해서, 내촌중학교 쪽으로 좌회전했다.

그 길이 맞았다. 우회전하면 내촌면사무소다.

내촌중학교를 끼고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예쁘장하게 지은 서양식 목조가옥이 나온다.

그 집 마당에 잔디가 짙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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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공 할아버지 묘소로 가는 길가의 집

 

거기서 저만치 산기슭에 큼직한 비석이 보인다.

그 집 앞에서 길이 둘로 갈라지는데, 왼쪽 길을 따라가면 된다.

그걸 모르고 오른쪽으로 들어섰다가 키를 넘는 풀을 헤치고 가느라 땀으로 흠뻑 젖었다.


문정공 할아버지 묘소 앞에는 근래에 세운 사적비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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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가 문정공 할아버지 묘, 위쪽이 할머니 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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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쪽에 보이는 묘소가 문정공(휘 질) 할아버지 유택

 

문인석 1쌍과 윗부분이 종 모양을 닮은 오래 된 비석이 서 있다.

망주석은 없다. 장명등은 근래에 만든 것이다.

오래 된 상석이 큰 편이다. 2보×1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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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공 할아버지 묘소의 비석과 문인석

 

제절에 타래난초가 무더기무더기 피었다.

잔을 올리고 묘소 주위를 살폈다.

할아버지 묘 둘레가 27보다. 할머니 묘도 비슷한 크기다.

들깨 밭을 가로질러 눈짐작으로 길을 찾아 내려왔다.

시냇물이 맑다.


한참을 달려 일동 버스터미널을 지나간다.

포천에서 군 생활을 하신 은회 대부님과 태영 아저씨는 추억에 잠겼다.

그래도 연애하던 얘기는 끝까지 안 하신다.


♠ 밀직사사공 묘역 가는 길

일동버스터미널 → 제일유황온천 → 운담3거리(기산3거리)에서 직진(김화.와수리 向)

 → 명지원(한옥, 식당) → 이정표(김화.와수리 向) → 7759부대(오른쪽)

 → 발렌타인 모델(도로에서 왼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음.)

 → 그대로 직진, 약 3~5분 → <안변동산> 돌표석, 눈에 잘 안 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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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변동산 돌표석에서 20~30m 떨어진 곳에 휴게소 비슷한 건물 있음.

   <황태촌>이라 쓴 식당 표지판이 눈에 띔.

   안변동산 바로 앞에 커다랗고 쓸모없어 보이는 바위 있음.

   안변은 밀직사사공 후손들의 세거지인 평북 안변을 가리킴.

♠ 안변동산 돌표석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서 산길로 좌회전.(눈에 잘 안 띔)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차량 서너 대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있고,

   그 위쪽으로 ‘安東金氏’라 쓴 콘크리트 말뚝을 드문드문 토지 경계석으로 만들어 놓았음.

   그 길을 따라 맨 위로 올라가면 밀직사사공 단묘임.


밀직사사공 단묘는 단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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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직사사공(휘 칠우) 할아버지 단묘

 

평북 안변의 선대 묘소는 어떠할까 궁금하다.

“고려광정대부밀직사사 안동김공 휘 칠우 지단비”를 살피는 진회 대부님 눈길이 빛난다.

1987년 정묘년 10월 30일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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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직사사공 단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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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묘 앞에 핀 타래난초

 

“도평의공파 元榮 근찬 안렴사공파 崙會 근서”라 적혀 있다.

진회 대부님 준비해 오신 사과와 배를 진설하고, 잔을 올린다.

그러곤 연신 카메라를 누른다.

필카 장비가 대단하다.

높고 우람한 산줄기가 둘러싸고 있다.


10:59분, 금수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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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단 입구의 표석. 영중농협 간판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음.

 

11:25분, 종손댁에 인기척이 없다.

금수정에서 광분 아줌마를 만났다.

“오늘 김씨네 모임이 있어서 지피울로 물놀이 가셨다우.

재밌게 놀다들 가시오.”

지피울이 어딜까?

가고 싶은데......


금수단의 세 분 할아버지(양간공 휘 승택, 상락군 휘 묘, 문온공 휘 구용)께 절을 올렸다.

얼마 전에 윤만 대부님과 포천 큰댁 종인들께서 벌초를 하셔서 깨끗하다.

영평천 강가이건만 바람 한 점 없다.

금수정에 누워 있는데도 땀이 목젖을 타고 흐른다.

속곳은 넓적다리를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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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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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정 옆의 척약재(휘 구용) 할아버지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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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정에서 본 척약재 할아버지 시비


김밥으로 점심을 들고 가양리로 향했다.

일전에도 한 번 길을 놓친 적이 있는데, 또 길을 잃었다.

오른쪽으로 꼬부라지는 길을 지나쳤다.

그만큼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사공 이하 할아버지들께 절을 올리고 묘소 주위를 둘러본다.

다행히 큰 비가 없어서 패인 곳이 없다.

잔디가 실하지 못한 곳이 약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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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천대도호부사공(휘 명리) 할아버지 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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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인공(휘 계우) 할아버지 단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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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랑공(휘 자숙) 할아버지 단묘

 

철원부사공(휘 확)과 성균진사공(휘 경복) 할아버지 묘소의 석물은 보고 있는데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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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부사공(휘 확) 할아버지 묘소와 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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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부사공(휘 확) 할아버지 묘소의 문인석. 얼굴 표정이 근엄하다.
     도사공(휘 대섭) 할아버지와 절치미에 있는 지제교공(휘 환) 할아버지 묘소의 문인석은 웃는 표정이다.

 


추동리로 향했다.

두어 번 가 본 길이라 쉽게 찾았다.

묘소 앞 저수지가 한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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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사공(휘 대섭) 할아버지 묘소 앞의 저수지

 

저수지 쪽 편한 길을 택했건만 무더운 날씨 탓에

도사공(휘 대섭) 할아버지 묘소로 올라가는 길이 까마득하다.

그늘 한 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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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사공 할아버지 묘소. 중첩되는 산줄기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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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에 밴 땀이 주르르 흐른다.

날이 흐려 산줄기들이 겹겹이 둘러싼 장관을 못 보았다.


지피울에 가셨는지 유만 대부님 댁이 조용하다.

돌아오는 길에 도토리 국수와 묵밥을 들었다.

속이 든든하다.

서울에 도착하니 굵은 소나기가 쏟아진다.

중간에 은회 대부님께선 조카 댁 백일잔치에 가시느라 헤어졌다.

음식점에 들어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발용 대부님 겉옷에 땀이 말라 소금기가 허옇게 뱄다.

풀에 스친 자리가 따갑다.

비는 멎었다.

 

<사진 김발용 / 글 김윤식>

 

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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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무더운 중복일, 다녀오신 문정공 묘소, 밀직사사공파 묘역, 금수정 일대와 문온공 후손 묘역 참배 모습 잘 보았습니다. 문정공 묘소와 문온공 후손 몇 기의 묘소는 저고 못 가본 곳입니다. 부럽습니다. 또 너무나 보기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진회대부님은 특별한 감동이 일었으리라 봅니다.

김태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서
작성일

  무더운 여름날, 문정공 묘소, 밀직사사공파 묘역, 금수정 일대와 문온공 후손 묘역 참배 모습
부럽습니다.후손으로 문정공할아버지 묘소 잡풀이 마음에 걸리는군요.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김상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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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따로이 계획하고 움직이시니 속이 타 들어 갑니다.
더 없이 밝고 환한 모습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합니다.

김주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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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뜨거운 여름날. 환상의 성지순례. 장면장면 모두가 한폭의 풍경화. 글쓴이와 사진찍은이의 솜씨는 프로의 경지. 읽고 보는 눈이 황홀. 따뜻한 소식. 흐뭇한 소식. 잘 들었습니다.

솔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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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더운날 선조님 묘소 답사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금수정 옆 종가터 사진이 없어 궁금합니다.

김행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행순
작성일

  사진속의 님들의  표정이  모두 행복해보여 저도 같이 따라서 미소를 지어 봅니다.
무더운 바람이 선선한 바람으로 변합니다. 감사합니다. 더위를 잊게 해주셔서.  담번에는 저도 같이 가요~~~(*^_^*) 

김정중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정중
작성일

  동행한 듯한 착각~!  감사합니다

김윤만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윤만
작성일

  언제 이렇게 좋은 짜웅들을 하셨나요. 보기 좋습니다.
금수단은 예로부터 영평8경의 하나이면서 옛 선인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서려있는곳,
이제 종가가 복원되고 재실이 건립되면 우리 문중뿐아니라 포천의 명소가 될 것입니다.
항상 깨끗하게 단장하여 하시라도 래방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김영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영윤
작성일

  포천 지역 선조님들 묘역 답사 소식 잘 보았습니다
있어야할 자리에 함께하지 못함이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김윤식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윤식
작성일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는데 그리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솔내 대부님, 지나는 길에 보기는 했지만
그 날 다들 지쳐서 종택 별서 터는 자세히 살피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