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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집에 없는 시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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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5-08-09 17:40 조회1,756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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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嵐 산람             

 

暮雨侵江曉初闢 모우침강효초벽

朝日染成嵐氣碧 조일염성남기벽

經雲緯霧錦陸離 경운위무금륙리

織破瀟湘秋水色 직파소상추수색

隨風宛轉學佳人 수풍완전학가인

畵出雙蛾半成蹙 화출쌍아반성축

俄然散作雨비비 아연산작우비비 (비 = 雨 아래 非)

靑山忽起如新沐 청산홀기여신목



산 아지랑이


저녁 비가 강을 엄습하더니 새벽이 비로소 열리고

아침해가 산 아지랑이를 온통 푸르게 물들이네.

피어오르는 구름과 퍼지는 안개가 비단으로 짜이고

소상강 위에서 헤쳐지며 가을 물빛으로 화하도다.

바람 따라 천천히 돌며 아름다운 여인인양

고운 눈썹을 그려보지만 반쯤은 찌푸려졌네.

갑작스레 비가 거세게 흩뿌리며 내리더니

청산이 새로 목욕한 듯 홀연히 일어서누나.

[류주환 역]


이 시는 허난설헌 문집인 "난설헌집"에는 나오지 않고

"역대여자시집"이란 곳에 나오고 있는 소위 문집외 시들 중

하나입니다.


3구와 4구는 마치 멋지고 그윽한 동양화 한 폭입니다. 원문을 보면

수직으로 피어오르는 구름과 수평으로 퍼지는 안개가 서로 씨실과

날실이 되어 빛나는 비단을 짜고 있고, 그렇게 짜여진 것이

소상강에까지 이어져서 그 위에서 비단이 풀어지듯 조각조각

바스러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나는 것은 온통 깊어진 가을의

물빛이고요. 소상강은 중국에 있는 강으로서 옛날 순(舜)임금이 죽자

그의 두 부인 아항(娥姮)과 여영(女英)이 소상강에 와서 빠져죽었다는

고사가 있어 많은 시와 노래에 등장한 의미 있는 강입니다.


마지막 두 구도 몹시 기상이 크고요. 시가 6구와 7구가 없거나

조금 다르다면 여자가 쓴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보기에 시의 전체적인 스케일에 비추어 이 두 구의 무게가

                                -28-

떨어져서 달리 번역할 수 없을까 고심을 해보았지만 위처럼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참, 저는 한문에

관한 한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제 번역을 다 믿지는 마시고 (^^)

저 번역을 언제 다시 고칠 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다음은 허경진님의 번역입니다.



늦은비가 강을 적시면서 새벽이 처음 열리고

아침해가 물들면서 아지랑이 더욱 푸르러지네.

구름과 안개 얽히면서 비단이 땅에 깔리는데

소상 강가에서 찢어지며 가을 물빛을 보여주네.

바람 따라 완연히 돌며 예쁜 여인을 배우다가

굽은 눈썹 그려 내었지만 반쯤은 찌푸려졌네.

잠시 뒤에 흩어져서 비가 되어 흩뿌리더니

푸른 산이 갑자기 일어서는데 새로 목욕한 듯싶어라.

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항용
작성일

  잘 감상했습니다. 홈에 올리겠습니다.

김윤식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윤식
작성일

  귀한 시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