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 ‘풍도(風濤)’의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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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만 작성일06-01-21 23:09 조회1,882회 댓글0건본문
노벨상 斷想 (2)
입력날짜 : 2005. 10.18
어제에 이어서 오늘 또 노벨상 이야기다. 고은(高銀) 시인은 질풍노도의 인생기에 제주에 와서 몇 해 머문 적이 있었다. 그 인연으로, ‘제주도’라는 수려한 책도 한 권 썼다.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던 지난 13일 밤 경기도 안산시 그의 집 앞에 진을 쳤던 100여명의 내·외신 기자는 허탈해 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동네잔치를 벌이려던 주민들도, 벼르던 환호를 아쉬움의 한숨으로 바꿔 내쉬어야 했다.
노벨상 후보의 집 앞에 보도진이 모여 발표를 기다리던 적이 예전에도 있었던가. 잘은 모르지만,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일본만 해도 이런 일이 ‘연례행사’처럼 된 지가 오래다. 그만큼 상을 탈 기회도 많았다는 뜻이겠다. 과연 일본은 노벨상을 받은 작가가 둘씩이나 된다(다른 부문 수상은 뺀 숫자다). 노벨문학상의 단골 후보도 여럿 있다. 얼른 생각나는 이름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와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다. 지금은 둘 다 고인이 됐다.
미시마는, 천황제로 돌아가자며 스스로 배를 갈라 죽은 바로 그 사람이다. 그의 소설은 탐미적이다. 그래서 시적(詩的)이다. 이노우에의 소설은 보다 산문적이다. 그래서 훨씬 더 소설답다. 그의 대표작 ‘풍도(風濤)’는, 몽고의 지배에 맞서는 고려 민중의 고난과 저항을 그려낸 걸작이다. 몽고의 재촉에 못 이겨 동족(삼별초)을 주살해야 하는 장군 김방경(金方慶)의 고뇌를 그린 대목은 압권이다. 대한민국의 관학(官學) 국사가 삼별초를 ‘반도(叛徒)’로 규정하고 있던 당시에, 이런 소설이, 그것도 일본인의 손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은 하나의 경이(驚異)다.
작가는 생전에, 삼별초의 마지막 보루를 보기 위해 제주에도 왔었다. 이노우에가 노벨상을 받았다면, 항파두리는 노벨상 수상작의 현장이 됐을 것이다. 노벨문학상은 이래저래 우리에게는 아쉬움만 남긴 이벤트였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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