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문 닫고는 살 수 없다 - 동원그룹회장 김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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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작성일06-05-26 08:26 조회1,508회 댓글1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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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선 지난날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불과 40여 년전 까지만 해도 절대 빈국의 하나이던 한국이 산업화에 성공하여 강대국의 하나이던 러시아보다 GDP가 많고, 아세안 국가들 중 큰 나라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네 나라의 GDP를 합친 것보다 많아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조롱 당한 지 30여 년 만에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 UN의 인권이사국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덕택으로 국민들은 단군 이래 가장 잘살게 되었으며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다. 또한 적령기의 대학 진학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미국, 일본, 중국 등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다. 그뿐인가.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세계 선박 건조량의 40%를 건조하여 수출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의 질시와 부러움을 함께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신화 창조의 한편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매일같이 격렬한 데모가 일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데모 수출국으로까지 알려지게 되었으니 세계인들이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일 것이다. 수백 년간 짓눌려온 한민족의 정기가 한꺼번에 분출된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널드 토인비가 주창한 문명의 서천설(西遷說)대로 문명의 중심이 동에서 서로 빠르게 옮아가는 과정의 한 단면이라고 해야 할지 냉철한 통찰이 필요한 때이다. 대륙을 항해하는 항해사의 제일 책무는 자기 배의 위치 확인이고 아무리 갈 길이 바빠도 자기 선박 성능 이상의 모험 항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선박의 내파력과 복원력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십 년간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크고 작은 잘못도 많고 아쉬운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한국호는 거친 현대사의 바다를 성공적으로 항해해서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이란 곳까지 이르렀다. 그럼 우리 한국호를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수출이었다. 온 국민들이 우리도 잘살아 보자고 가난을 면해 보자고 이를 악물고 육지에서 바다에서 수출에 매진한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잘 알려진 대로 천연 자원이 아주 척박한 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지하자원이나 농산물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두 수출해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름을 들여올 돈도 안 된다. 그러면 무슨 돈으로 충당해야 하는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원을 들여다 가공해서 수출한 금액으로 할 수밖에 없다. 철판도, 자동차도, 선박도, 휴대전화도 원자재는 모두 수입해야 한다. 수출품뿐인가. 우리의 식량도 3분의 2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우리에겐 생명선과도 같다. 그런데 수출환경이 이전과는 전혀 달라지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수출을 하려고 하는 한편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장벽을 높이 쌓고 타국 상품의 수입을 될수록 억제하려고 한다. 따라서 수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교역이 많은 나라끼리는 서로 장벽을 낮춰 교역을 하기로 협약을 한다. 이것이 바로 FTA(Free Trade Agreement)다. 앞으로는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세계의 통상 고아가 될 수밖에 없다. 통상 고아가 되면 아무리 좋은 물품을 만들어도 수출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는 수출하지 않고선 전기도 자동차도 쓸 수 없게 된다. 오늘날 어느 국민이 전기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 생활을 하겠다고 하겠는가. 아마도 후세의 학자들은 21세기 초반을 통상교섭의 시대라고 할 것이다. 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면적은 세계 육지 면적의 0.07%밖에 안 된다. 거기에 4800만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의 하나이다. 끊임없이 외국으로부터 자원을 들여다가 가공, 수출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 없다. 문을 닫고는 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천연자원은 빈약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우리의 인적 자원은 참으로 우수하다. 문을 활짝 열고 세계로 나아가고 또 세계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길만이 선진국이 되고 잘사는 길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입력 : 2006.05.24 19:00 11'
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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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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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FTA 시대에 임한 우리 민족의 살 길은 오직 문호개방과 수출이란 주제를 압축력 있고 탄력성 있는 문장으로 잘 서술해주신 글입니다.
늘 훌륭한 주제에 설득력있는 표현에 자주 감동을 받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