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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목어(還目魚)-도루묵의 어원 兩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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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작성일07-01-07 14:43 조회1,8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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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택당선생집(澤堂先生集) 제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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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목어()

목어(目魚)라는 이름 가진 물고기가 있었나니 / 有魚名曰目
바닷고기 중에서도 품질이 형편없어 / 海族題品卑
원래 번지르르하게 기름지지도 못하였고 / 膏腴不自潤
타고난 생김새도 볼 만한 게 없었으나 / 形質本非奇
그래도 씹어 보면 담박한 맛이 있어 / 終然風味淡
겨울철 술안주로 즐길 만하였어라 / 亦足佐冬釃
왕년에 임금님이 난리를 피해 / 國君昔播越
황량한 이곳 해변 고초를 겪을 적에 / 艱荒此海陲
마침 목어가 수라상에 올라와서 / 目也適登盤
출출한 배 든든하게 채워 드리자 / 頓頓療晚飢
은어라는 명호(名號)를 특별히 하사하시고 / 勅賜銀魚號
영원히 양전토록 하명(下命)을 하셨더라 / 永充壤奠儀
그 뒤 대가(大駕)가 도성으로 귀환하여 / 金輿旣旋反
수라상 각종 진미(珍味) 서로들 뽐낼 적에 / 玉饌競珍脂
가엾게도 목어 역시 그 사이에 끼였는데 / 嗟汝廁其間
한번이라도 맛보시는 은총을 어찌 받았으리 / 詎敢當一匙
금세 명호가 깎여 도로 목어로 떨어지며 / 削號還爲目
순식간에 버린 자식 취급받게 되었어라 / 斯須忽如遺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 상관있으리요 / 賢愚不在己
귀하고 천한 신분 때가 결정하나니 / 貴賤各乘時
명칭이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 名稱是外飾
버림받았다 해도 그대 탓이 아니로세 / 委棄非汝疵
푸른 바다 깊숙이 가슴 펴고 헤엄치며 / 洋洋碧海底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것이 그대의 본령(本領)일지로다 / 自適乃其宜

[주C-001]환목어() : 동해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이른바 ‘도루묵’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지금도 한문으로는 목어(木魚) 혹은 환맥어(還麥魚)라고 하는데, 택당이 여기에서 목어(目魚)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과 함께 도루묵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주D-001]양전(壤奠) : 토산물을 공물(貢物)로 바치게 하는 것을 말한다.
 
2.
①‘목어’라는 물고기는 해산물 중 아랫길.
윤기도 없는 데다 볼품도 없었지.
그래도 씹어보면 산뜻하여 겨울철 안주론 괜찮았다네.

한때 임금이 피란하여 바닷가에서 머무실 제
목어가 마침 수랏상에 오르어 요기를 해 드렸지.
임금이 ‘은어’라 작명하고 특산물로 길이 바치게 하셨다네.

난리 끝나 임금이 환궁한 뒤 진수성찬끼리 뽐낼 적에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건만 임금의 선택을 한 번도 못 받았지.
이름도 빼앗기어 도로 ‘목어’로 떨어지니 한순간에 버려져 푸대접을 받았다네.

②‘도루묵’이라는 이름에는 확인되지 않은 고사가 얽혀 있다. 조선시대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란을 갔을 때, 한 백성이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쳤는데 임금이 먹어 보니 아주 맛이 좋아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임금이 문득 은어가 생각나 먹어 보고는 맛이 예전과 달라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해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도루묵’이라는 물고기가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유래를 소개한 내용이다. ①은 조선시대의 이식(李植)이 지은 한시(漢詩) ‘환목어(還目魚)’를 풀이한 것이고, ②는 백과사전의 설명을 인용한 것이다. 그럴싸한 이 고사는 맞는 것일까. 이런 식의 줄거리로 된 어원 이야기는 상당히 큰 세력으로 널리 퍼져 있다.

이와 같은 어원설이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불과하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조항범 교수 등은 ‘도루묵’이 문헌에 ‘돌목’으로 나타나므로 ‘다시’라는 뜻의 ‘도로’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즉 ‘돌목’은 다음과 같이 ‘목’이라는 물고기 이름에 ‘돌’이 붙은 말이라는 것이다.

돌목 = 돌 + 목(물고기 이름)

‘돌’이 붙은 해산물로는 이 밖에도 ‘돌가자미’(돌 +가자미), ‘돌농어’(돌 +농어), ‘돌붕어’(돌 + 붕어), ‘돌상어’(돌 +상어), ‘돌전복(돌 +전복)’이 있다. ‘돌’은 ‘품질이 떨어지는’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돌목’이라는 말의 흔적은 ‘돌묵상어’, ‘돌묵상엇과’에서, 또 함남 방언인 ‘돌묵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돌목’이 ‘도르목’을 거쳐 오늘날 ‘도루묵’으로 바뀐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돌목’→ ‘도르목’→ ‘도루묵’

‘돌목’은 물고기의 한 종류를 가리키기도 하고, 산란한 후 체내지방이 다 빠져나간 뒤부터 맛이 떨어져 있을 때 잡힌 ‘목’을 가리키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 소득이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이를 때 ‘말짱 도루묵’이란 말도 이를 비유하여 한 말이다.

평남에서는 ‘돌메기’라고도 하는 ‘도루묵’. 이젠 ‘피란 중인 선조 임금’과 으레 연관 짓는 일은 조심스럽게 된 셈이다.



입력시간 : 2006/07/27 14:05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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