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게시판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페이지 정보

김영환 작성일02-05-14 19:22 조회1,681회 댓글0건

본문

정확히 8년전의 일입니다. 학고재라는 출판사에서 전 중앙박물관장을 지내신 혜곡 최순우 선생님의



글인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이 나왔다기에 그날로 구입해서 밤 새는 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얼마전 우리 아이들이 그 책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왜냐 했더니 어느 방송 프로(나중에 알고보니 느낌표라는 프로라나요] 양서 소개를 해 왔는데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우연히 다 있는데(괭이부리마을 아이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등..)



[무량수전..]만 없다는 것이에요. 있는줄 알았는데 없다고 새로 산다는 것입니다.



제가 요새 이사를 하느라고 책 정리가 되어서 사과상자 속에 있는 것이 좀 많거든요.



먼지 속에서 뒤저서 책을 찾아서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제가 하도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서 좀 장황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요즈음 그 책이 베스트 셀러에 들어 갔다든가요?



하여간 무량수전에 관한 글만 우선하여 여기에 올려 보겠;습니다.



재미 없더라도 조용히 깊게 음미하면서 읽어보면 새로운 맛이 나는 그런 글 입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부석사 무량수전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들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하였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 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그 미덕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밖에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위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 싶어 진다.



이 대자연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해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말씀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리 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을 여러 층 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를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이름짓고 싶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 석축을 쌓아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울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혜곡 최순우(전 국립중앙박물관장, 1984년 12월 16일 별세)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도서출판 학고재 발행 1994년 6월 15일









▣ 김태서 - 글 감사드립니다.

▣ 김정중 - 감사!!

▣ 김재익 - 소백산 의 정기어린 가람을 몇번을 올라가봐도, 앞에 내려다 보이는 발 아래 석양 노을을 잊지 못하네...

▣ 김항용 -

▣ 김재원 -

▣ 김태영 -

▣ 김주회 -

▣ 김윤만 - 제가 배흘림기둥인데 영 볼품이 없어 큰일입니다. 등산을 시작해야 겠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