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학기행/정철] (2)유배지에서도 연군의 정을 노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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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7-01-16 10:52 조회1,938회 댓글0건본문
[경기문학기행/정철] (2)유배지에서도 연군의 정을 노래하고
언젠가 최명길이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에게 송강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이항복은 송강을 평하길, “반취 했을 때는 손뼉을 치며 담론(談論)하는 것을 보면 마치 하늘 위에 사람을 보는 것 같으니 시속배들이 어찌 흉내를 내겠는가?” 했다. 명길이 후에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아직 송강을 보지는 못했으나, 백사의 고안으로 이 같이 흠복하니 가히 그의 언론풍채를 짐작할 수 있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말은 송강의 문학인으로서의 풍모를 잘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본래 성격이 강직청렴하였으나 협애(狹隘)한 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송강은 고리타분한 도학자는 아니었으며, 그의 지나친 주량과 풍류는 당대나 후세 사람들의 지탄을 받을 정도였다. 따라서 그의 성격은 정치가보다는 예술가로서의 기상이 더한 듯하다. 송강의 시조를 보면 이런 호일방분한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재 너머 성권농(成勸農)의 집의 술 닉닷 말 어제 듯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 노하 지즐 타고 아해야 네 권롱(勸農) 겨시나 정좌수(鄭座首) 왓다 하여라(인터넷에서 깨지는 글자 현대어로 바꿈). (고개 너머 성권롱 집에 술이 잘 익었다는 소식을 어제 듣고, 누운 소를 발로 박차 말 안장 위에 올라타고 도착하여, 아이야, 네 어른 어디 계시냐, 정좌수 왔다고 일러라.) 이 작품에는 송강이 술과 벗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품을 소박하고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조는 조용히 관조하는 한시에 그치지 않고 넘치는 흥취의 움직임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는 우리말이 갖고 있는 풍부한 서술어의 활용형이나 수식어가 큰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조에는 술이 익었다는 소식에 어서 가서 벗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즉 잠시도 지체할 수 없을 성급함이 그대로 토로하고 있으나 조금도 초조하지는 않다는 심리를 내포하고 있다. 흙내음이 풍기는 토속적인 농촌의 정취가 작품 전체에 무르익어 가고 있다. 한편, 당쟁이 서인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때면, 정철은 밀려나야만 했고 다음과 같은 시조에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내 마음 버혀 내여 별달을 만글고져 구만리 댱텬의 번다시 걸려 이셔 고온님 겨신 고대 가 비최여나 보리라(인터넷에서 깨지는 글자 현대어로 바꿈). (답답하고 안타까운 이 마음을 베어서 저 달을 만들어 보고 싶구나. 그리하여 멀고 먼 푸른 하늘에 번듯이 떠 있으면서 임금님이 계신 곳을 훤하게 비추어 드렸으면 한다). 무릇 인간의 감정에는 칠정(七情)이 있다고 하나 애(愛)는 칠정의 핵심이니 만큼 사랑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그리고 사랑은 그리움의 정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아주 못 견디게 님이 그리울 때는 그 그리움을 시가의 형식을 빌어 표현하게 된다. 정철의 시조를 보면 항상 종장 부분에 ‘님’이 등장하는데 주지하다시피 이 ‘님’은 곧 ‘임금’, 더욱 구체적으로는 ‘선조 임금’을 지칭하고 있다. 송강의 유명한 가사인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이 다 여인이 님을 그리는 심정을 통하여 연군(戀君)의 정을 노래하고 있다. 송강의 문학은 이런 ‘님’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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