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락군의 시권에 두 수를 쓰다 (점필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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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회 작성일07-02-14 17:48 조회1,471회 댓글0건본문
점필재집 시집 제6권
상락군의 시권에 두 수를 쓰다[書上洛君詩卷二首]
상락군의 증조(曾祖) 익원공(翼元公 익원은 김사형(金士衡)의 시호)이 좌정승(左政丞)으로 있을 적에 여흥부원군(驪興府院君) 민공 제(閔公霽)가 사명을 받들고 남방(南方)으로 가게 되자, 익원공이 제공(諸公)과 함께 자하동(紫霞洞)에 모여 전송하였는데, 이 때 부원군이 익원공에게 준 시에 “김 정승의 손자인 또 김 정승은 죽마 타던 어린 시절을 내 일찍이 기억하는데 임금의 교화 빛내는 것은 그대 집의 일이라 정사당 안에서 날로 전전긍긍하누나[金政丞孫金政丞 當時竹馬記吾曾 丹靑王化君家事 政事堂中日戰兢]” 하여, 진산군(晉山君) 하륜(河崙)이 서문을 짓고 금릉 봉사(金陵奉使) 단목지(端木智)와 정승 성석린(成石璘) 등이 운(韻)을 나누어 시를 지었으니, 이 때가 건문(建文 명 혜제(明惠帝)의 연호. 1399∼1402) 3년 가을이었다. 그런데 성화(成化 명 헌종(明憲宗)의 연호. 1464∼1487) 4년(무자)에 상락군이 또 우의정에 제배되자, 중추부사 서거정(徐居正)이 이 시축(詩軸)에 이어 서문을 짓고 또 나에게 시를 지으라고 명하였다.
자하동 안의 나무 빛은 가을이 되었는데 / 紫霞洞裏樹光秋
듣자니 신선이 승류들을 회합했다 하누나 / 見說神仙集勝流
온 좌중의 악기 소리엔 높은 흥취가 놀랍고 / 四坐雲璈驚逸興
한 편의 좋은 시문엔 훌륭한 계책 떨쳤어라 / 一篇華藻振徽猷
서로 충고하는 건 겸손하여 얻기 위함이요 / 相規只爲謙謙得
막역의 친구는 의당 간절함으로 구해야지 / 莫逆須因切切求
교우의 도리가 아직도 황각위에 남아서 / 友道猶存黃閣上
맑은 풍도가 경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도다 / 淸風長使薄夫羞
넓고넓은 흉금이 스스로 맑디맑아라 / 胸襟千頃自澄淸
재상의 자품으로 성명 시대를 만났구려 / 廊廟之姿値聖明
흘러내려온 기구는 부조의 업을 전하였고 / 滾滾箕裘傳緖業
빛나는 종정에는 공훈의 이름이 새겨졌네 / 煌煌鍾鼎勒勳名
모래 둑의 나무 빛은 삼괴가 무성하고 / 沙堤樹色三槐茂
자손을 위한 계책 이미 기반이 원대하리니 / 貽厥已應基址大
장마비 가져다가 창생에게 보답하소서 / 願將霖雨答蒼生
[주D-001]황각 : 재상의 관서(官署)를 이른 말로, 전하여 재상을 뜻한다.
[주D-002]기구 : 《예기(禮記)》 학기(學記)에 “양야(良冶)의 아들은 반드시 갖옷[裘] 만드는 것을 배우고, 양궁(良弓)의 아들은 반드시 삼태기[箕] 만드는 것을 배운다.”고 한 데서 온 말로, 부조(父祖)의 업(業)을 계승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3]모래 둑 : 새로 재상이 된 것을 뜻함. 당(唐) 나라 때 누구나 새로 재상이 되었을 때는 그의 사제(私第)로부터 성(城)의 동가(東街)에 이르기까지의 길에 모래를 죽 깔고 이를 ‘모래 둑’이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唐書 李德裕傳》
[주D-004]삼괴 : 주대(周代)에 외조(外朝)에 심었던 세 그루의 괴나무를 이르는데, 삼공(三公)이 이 삼괴를 향하여 앉았었으므로, 전하여 삼공을 말한다.
[주D-005]팔주 :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여덟 기둥을 말하는데, 전하여 임금을 보필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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