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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릉후덕(少陵厚德) - 충무공 김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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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작성일07-04-21 09:30 조회1,48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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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릉후덕(少陵厚德)

나의 증조부 찬성공(贊成公)의 휘(諱)는 상의(尙毅), 호는 소릉(少陵)으로, 겸양하기를 힘쓰고 문인(文人)으로서 뽐내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연경(燕京)에 사신으로 가게 되어서는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이 부사(副使)가 되었는데, 도중에서 수창(醉唱)하고 나서야 공(公)의 사조(詞藻)가 본디 문필에 종사하는 세상 사람들은 비교가 되지 않음을 알았다. 지봉이 돌아와서 말하기를 “소릉의 문장은 당세에 견줄 만한 짝이 없다.” 하였으니, 아마 매우 탄복한 것이리라.


김 장군 응하(金將軍應河)가 죽었을 때에 공이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

하늘이 국사를 동해에 내어  / 天敎國士生東海

인륜을 붙들어 세워 만방에 보였네  / 要把彝倫揭萬邦

스물네 개 군 가운데 한 사람이 있고  / 廿四郡中還有一

이천 년 이래 다시 짝할 이가 없도다  / 二千年後更無雙

활 위엄 변새 누르니 모두가 사그라지고  / 弧威壓塞旄頭蝕

칼 기운 하늘 찌르니 오랑캐 간담 써늘하리  / 劍氣衝霄虜膽

하란이 형세를 도와주었다면  / 若使賀蘭能助勢

알괘라 예락하가 절로 와서 항복할 것을  / 應知曳落自來降

양흥은 힘이 다하니 온 몸이 화살촉인데  / 楊興力盡身盈鏃

뇌만춘은 계책 궁하니 배안에는 피가 가득  / 雷萬圖窮血滿腔

장군의 전 후서를 쓰고자 하니  / 欲作將軍傳後敍

어느 노련한 솜씨가 훌륭하게 찬미하랴  / 誰家老筆大如杠


서경(西坰) 유근(柳根)이 듣고 평하기를 “문학에 노련하여 고색(古色)이 창연하며 기력과 신골(神骨)이 있다.” 하였다.

공은 평생에 문인으로 이름 얻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고, 후덕(厚德)하여 복록이 당세에 으뜸이었다. 7남 4녀에 잠홀(簪笏 관리를 말함)이 집안에 가득하였다.

한번은 옥등(玉燈)을 바친 자가 있어, 그 등을 중당(中堂)에 달아놓고 자손이 공을 모시고 벌여 앉아 있었는데, 시비(侍婢)가 잘못 부딪쳐서 떨어뜨려 버리니 온 좌석이 조용하여졌다. 이윽고 한 사람이 시비에게 “어째서 살펴보지 않았느냐?” 하니, 공이 또 조용히 말하기를 “네가 쓸데없는 말을 무엇하러 하느냐?” 하였다. 그래서 다른 등을 바꾸어 달고 여전히 즐겁게 놀았다 한다. 그것이 집안의 미담(美談)으로 전해왔다.


[주C-001]소릉후덕(少陵厚德) : 소릉(少陵)의 후한 덕.

[주D-001]김 장군 응하(金將軍應河) : 조선조 광해군 때의 무신. 1580(선조 13)~1619(광해군 11). 자는 경의(景義), 본관은 안동(安東). 1618년(광해군 10)에 건주위(建州衛)를 치기 위해 명 나라에서 원병을 요청하자, 선천군수(宣川郡守)로서 조방장(助防將)이 되어 부원수 김경서(金景瑞)의 휘하에 들어갔다. 이듬해 명장(明將) 유정(劉綎)이 부차(富車)에서 패전하자, 조선군은 전세가 불리하여져서, 김응하는 3천의 군사로 고군 분투 끝에 전사하였다. 시호는 충무(忠武)이고, 1620년에 명 나라 신종(神宗)으로부터 요동백(遼東伯)으로 추봉(追封)되었다.

[주D-002]국사(國士) : 비상한 인재를 말한다. 《史記 淮陰侯傳》에 “소하(蕭何)가 ‘여러 장수는 쉬 얻을 수 있으나, 한신(韓信) 같은 이는 국사(國士)라 짝할 이가 없다.’ 했다.” 하였다. 여기서는 김응하를 명장 한신(韓信)에 비한 것이다.

[주D-003]스물네 개 군 : 김응하의 출신도인 강원도이다. 2천 년 이래 운운한 것은, 한(漢)의 한 신(韓信)과 김응하 당시까지 약 2천 년이 되므로, 한신 이후 김응하의 장재(將才)가 으뜸임을 뜻한다.

[주D-004]모두(旄頭) : 성수(星宿)의 이름. 28수(宿)의 하나인 묘성(昴星)으로 호성(胡星)이다. 이 별이 환하게 빛나면 홍수가 지고 호병(胡兵)이 전쟁을 일으킨다 한다. 《史記 天官書》 여기서는 청국의 침입을 모두(旄頭)에 비한 것이다.

[주D-005]알괘라 …… 항복할 것을 : 이 말은 당 숙종(唐肅宗) 때의 하남절도사(河南節度使)였던 하란진명(賀蘭進明)이, 윤자기(尹子琦)가 수양(睢陽)을 포위하자, 장순(張巡)이 남제운(南霽雲)을 보내어 급히 구원해 주기를 요구했는데, 하란진명은 장순의 명성을 시기하여 구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양성(睢陽城)이 함락되고 장순이 전사하였다는 말이다. 《新唐書 卷一百九十五 張巡傳》 예락하(曳落河)는 회골(回鶻)말로 건아(健兒)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청국을 지칭한다. 김응하가 분투할 때에 원병이 와 주었더라면 오랑캐 군사들이 저절로 와서 항복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주D-006]뇌만춘(雷萬春) : 당(唐) 나라 장순(張巡)의 편장(偏將). 영호조(令狐潮)가 옹구(雍丘)를 포위했을 때 뇌만춘이 성 위에서 영호조와 말하는데, 복노(伏弩)를 쏘아 화살 6개가 얼굴에 맞아도 꼼짝하지 않았다. 영호조는 그를 나무로 조각한 사람으로 의심하였다가 염탐하여 실지 뇌만춘임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뒤에 성이 함락되어 장순 등과 함께 살해당하였다. 《唐書 卷一百九十六 雷萬春傳》

[주D-007]장군의 …… 찬미하랴 : 당(唐)의 한유(韓愈)가 장중승전후서(張中丞傳後敍)를 썼으므로, 한 유처럼 훌륭한 문장이 있어야 장군의 공적을 찬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장 중승(張中丞)은 당(唐)의 명장으로 수성(睢城)에서 패전하여 윤자기(尹子琦)에게 죽은 장순(張巡)이다.

 

-성호사설 제8권 인사문(人事門)-

댓글목록

관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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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감사합니다. 홈에 올리겠습니다.

김상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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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김탁환의 소설 <압록강>을 읽으며 청명 교체기에 약소국 조선에서 생애를 보낸 왕후장상이나 백성들이 흘렸던 피눈물의 흔적을 더듬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