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벗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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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작성일07-05-11 09:04 조회1,364회 댓글1건본문
이색
- 이 글의 원제는 <육우당기(六友堂記)>로 목은문고(牧隱文藁) 권3 ‘기(記)’에 실려 있다. 자연물도 인간의 벗이 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타고난 정성을 나타내는 자연물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벗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도 눈, 달, 바람, 꽃, 강, 산등이 작자의 벗으로 등장한다. 이것들은 이익에 좌우되는 인간과는 달리 인간에게 교훈을 주고 지혜를 준다. 자연물을 벗으로 삼는 우리 옛 선비들의 지적인 풍조가 잘 나타나 있다.-
영가(永嘉) 김경지(金敬之)는 그 집을 사우(四友)라고 하였다. 이것은 소강절(邵康節)선생의 눈. 달. 바람. 꽃을 취한 것이다. 그는 나에게 그 뜻을 설명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나 나는 강절을 배우기를 원하지 않고 또 겨를이 없어서 부탁을 오랫동안 들어주지 못하였다.
그가 여흥(驪興)에서 편지를 보내어 말하였다.
“지금 저는 제 어머니댁에 있습니다. 강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저를 아침 저녁으로 위로해 주는 것이 눈. 달. 바람. 꽃만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는 강과 산을 더하여 육우(六友)라고 했습니다. 선생께서는 가르침을 주십시오.”
내가 답을 보냈다.
“저는 쇠약하고 병든지 오래 되었습니다. 천시(天時)는 위에서 변하니 제가 어두워질 뿐이요, 지리(地理)는 아래에서 변하니 제가 캄캄해질 뿐입니다. 강절의 학설은 수리(數理)에 심오할 뿐입니다. 지금 비록 먼저의 네 가지에 강과 산을 더해서 강절과 같지 않다는 것을 보였지만 주역의 육룡(六龍)과 육허(六虛)는 강절의 학설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즉 이것도 결국은 강절에게로 돌아가고 말 뿐입니다. 그러나 이미 저는 강절을 배우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는데, 이 학설 이외에 다른 것으로 어찌 말할 수 없겠습니까?
산(山)은 우리 어진 사람이 좋아하는 대상입니다. 산을 보면 우리도 어질게 됩니다.
물(水)은 우리 지혜로운 사람이 좋아하는 것 입니다. 강을 보면 우리도 지혜롭게 됩니다.
눈(雪)은 겨울을 덮어 따스하게 하니, 이것은 우리의 기운의 중심을 보존해 주는 것입니다.
달(月)은 밤에 나와 밝으니, 이것은 우리 몸의 편안함을 보조해 주는 것입니다.
바람(風)은 팔방에 있어 각각 때를 맞추어 불어오니, 우리를 망령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꽃(花)은 네 계절에 있어 각각 종류대로 모이게 되니, 이것은 우리의 질서를 잃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또 더구나 경지(敬之) 그대는 가슴 속이 시원해서 한 점의 티끌이나 찌꺼기가 없습니다. 또한 당신이 사는 곳은 산이 푸르고 물이 맑아, 맑은 거울이나 비단 병풍이라 이를 만하니 무엇을 더 첨가 하겠습니까?
눈은 한 척 배와 도롱이와 삿갓에 싸여 더욱 아름답고, 달은 높은 누각과 술잔에 비추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바람은 낚시줄에 걸려 있어 맑은 것이 더욱 맑고, 꽃은 책상위에 놓였으니 그윽한 것이 더욱 그윽 합니다. 이처럼 네 계절의 경치가 각각 그 지극함을 다하여 강산 사이에 짜여져 있습니다.
경지(敬之) 그대는 부모를 모시는 틈에도 어느새 강에 배를 띄우며, 나막신 신고 산에 가서 떨어진 꽃을 셉니다. 또 맑은 바람 앞에 서기도 하고, 눈을 밟으며 중을 찾아가기도 하고, 달을 두고 손님을 청하니, 사계절의 즐거움이 또한 그 지극함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대는 아마도 이 세상에서 홀로 뛰어난 사람일 것입니다.
벗은 뜻이 맞아야 합니다. 옛사람을 벗으로 사귀려면 옛사람도 한두 사람이 아닐것이요, 지금 사람을 벗으로 사귀려면 우리와 같은 무리들이야 어찌 없겠습니까?
그러나 경지(敬之) 그대가 위와 같은 여섯 가지를 취하는 것을 보면, 그대는 이 세상에서 홀로 뛰어난 사람일 것입니다. 천지(天地)는 부모와 같으며, 만물과 더불어 우리는 지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디 간들 벗이 없겠습니까? 또 더구나 산과 물을 배워 익혀 많이 아는 것이 있다면, 진실로 우리의 유익한 벗일 것입니다.“
출전: 선비의 소리를 엿듣다. 정병헌, 이지영 엮음. <사군자>
댓글목록
관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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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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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육우의 뜻, 잘 알았습니다. 문온공께서 여흥(여주)의 어머니댁에서 목은에게 보낸 편지, 잘 읽었습니다.
홈(김구용란)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