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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꽃 이야기(11)-금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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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7-09-08 16:31 조회1,6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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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처럼 요정처럼 ‘깜찍’ <슬프도록 고운 금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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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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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금강초롱

 우리 땅에서 태어나 우리 땅의 정기를 받고 자라나 우리 땅에서만 최상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풀과 나무, 꽃들이 있다. 바로 한국 특산 식물들이다. 특산종은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색깔과 습성을 타고난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

 한국 특산 식물을 말할 때 금강초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밤에 불을 밝히는 초롱을 닮은 꽃이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초롱’이란 이름이 붙었다.
 태고의 숨결과 절경을 자랑하는 금강산에서 자란 때문인지 꽃이 아주 아름답다. 보랏빛 종 모양의 금강초롱을 흔들면 금방이라도 딸랑딸랑 소리를 낼 것만 같다. 숲에 사는 요정이 작은 종을 흔들며 다가올 것 같은 깜찍한 꽃이다.

 가을을 여는 9월에 등롱을 환하게 밝히는 금강초롱은 짙은 보랏빛이 주류지만 드물게 흰빛의 금강초롱도 만날 수 있다.
금강초롱은 여름에도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고산성 식물로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등 해발 1000m 정도의 높은 곳에서 자란다. 또한 옮겨지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재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특산종의 씨앗을 몰래 가져다 자신의 화단 꾸미기를 즐긴 유명 해외 식물원들조차도 금강초롱은 맘대로 옮겨가지 못했다.
 이름도 꽃도 아름다운 특산식물. 그러나 금강초롱의 학명에는 서글픈 역사가 서려 있다. 금강초롱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나카이 다케노신이라는 일본 식물학자였다.

 나카이는 자신을 촉탁교수로 임명하고 한국의 식물을 조사하도록 도와준 조선총독부 초대공사인 하나부사 요시타다의 학명을 금강초롱에 붙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금강초롱의 학명은 ‘하나부사야 아시아티카 나카이(Hanabusaya asiatica Nakai)’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꽃이지만 침략의 원흉을 기념한 이름이 붙은 굴욕적인 역사의 꽃. ‘금강초롱’은 ‘생물 주권’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한국몬테소리 출판 ‘꽃의 신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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