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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꽃 이야기(14)-홍도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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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7-09-28 15:04 조회1,7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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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 이기며 ‘빛난 인생’ <잎에 광택 홍도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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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정원수 아래 지면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꽃이 비비추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이름이 참 예쁘다. 얼굴을 마주하면 ‘비비추 비비추’라고 재잘거리기라도 하듯 신나서 반긴다.

비비추는 깊은 산골짜기나 길가 밭둑에서 주로 자라며 개량종이 아주 많다. 둥근비비추, 좀비비추, 일월비비추, 주걱비비추, 홍도비비추 등이 있다. 외국의 한 식물원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는 무려 280가지의 원예종 비비추가 있었다.

비비추는 뿌리에서 여러 개의 꽃대가 자라고 그 끝에서 깔때기 모양의 보랏빛 꽃이 옆을 향해 핀다. 꽃은 끝이 6갈래로 얕게 갈라진 통꽃이다.
특히 홍도비비추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다. 해외에서 그 이유를 물으니 “잎에 광택이 나는 건 홍도비비추뿐이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홍도비비추는 기후와 토질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잘 자라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부담없이 기를 수 있다. 푸른 잎과 단아한 꽃이 금세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잎의 광택은 홍도의 거친 바닷바람을 몸으로 막으며 터득한 ‘삶의 지혜’다. 비닐코팅처럼 수분 증발을 줄이고 염분의 침투를 막는다.

그러나 홍도비비추는 해외에 나가면 이름이 바뀐다. 세계적으로 대량 유통되고 있지만 ‘홍도비비추’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잉거비비추’란 이름으로 변해 있다.
서글픈 사연은 이렇다. 지난 1980년 중반 방한한 미국의 아시아식물담당자 배리 잉거는 식물조사를 하러 간 홍도에서 태풍으로 갇혀 있다가 ‘홍도비비추’를 발견했다. 그는 세계의 많은 비비추 중 유일하게 잎에서 광택이 나는 이 식물의 가치를 파악했다.

한국에서의 2년간을 포함, 아시아지역을 65차례나 여행하며 다양한 식물의 종자를 채취한 잉거는 미국에 돌아가 아시아 특산식물원 ‘아시아티카’를 꾸몄다. 잉거는 1993년 홍도비비추를 신품종 등록할때 ‘잉거비비추(hosta yingeri)’로 명명했다. 미스킴 라일락, 구상나무 실버쇼 등과 함께 국내 식물자원의 보호와 활용에 대한 관심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씁쓸한 이름이다.

/한국몬테소리 출판 ‘꽃의 신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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