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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김시양문집(6)-상소문(창덕궁 수리 중지를 요청하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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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7-12-12 10:54 조회1,7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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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 : <하담김시양문집> 195P

 

어소(御所)의 수리하는 일을 피할 것을 아뢴 차(箚)

    -진피어소수리사장차(陳避御所修理事狀箚)


 신(臣)은 (창덕궁을) 수리(修理)하라는 명(命)을 받고 여러 신하의 뒤를 따라 창덕궁(昌德宮)을 살펴본 즉, 대궐 안은 모두 각 사(各司)에서 맡아 하더라도 비좁고 기울어져서 지존(至尊)께서 오래 계시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잠시 피해서 계시려는 생각에 불과하겠습니다.

 궐내의 각 사(司)가 모두 장차 한 달 동안 곁채를 하라고 하는데, 반드시 벌어진 틈을 수리하고 치장을 한 다음에야 바야흐로 들어 갈 수가 있습니다. 또한 열흘 동안에 처리할 수 있는 공사가 아니며, 구차한 형편이어서 거의 그 모양을 갖출 수 없습니다.

 지금 국가의 재정은 바야흐로 민력(民力)을 다 쓰고, 또한 궁궐의 큰 공사에 쓰고 있어 아마 가볍게 거론하기가 어렵습니다.

 신(臣)은 어리석어 국가에서 이미 정한 정책이 끝내 어떤 대책에서 나왔는지 알지 못합니다. 의논된 것이 인경궁(仁慶宮)을 헐어내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재목을 되도록 빨리 옮겨 짓는 것이 편할 것입니다. 설령 이 의논이 칸살이 얽음(間架. 주 :묵은 궁궐 목재를 가지고 칸살이 척도에 맞는 대로 쓰는 것을 의미)의 척도(尺度)에 쓸 수 있다 해도, 반드시 피차 장단이 있을 것이며, 재목이 서로 적합하지 않으면 모름지기 기초를 옮기고 터를 고치게 되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끝내 이루지 못하게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삼가 보건대, 인경궁(仁慶宮)은 대궐 안 및 여러 사(司)가 모두 완비되어 있습니다. 단지 수리 단장이 안 된 것 뿐 입니다. 신(臣)은 방술(方術)에는 아무 것도 몰라, 무엇에 구속되는지 아직 알지 못하지만, 만약 인경궁(仁慶宮)을 아쉬운 대로 써서 조금 지붕을 손봐주면, 그 효과는 창덕궁(昌德宮)을 수리하는 공사보다 쉽고, 오래도록 쓸 수 있는 궁(宮)이 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혼전(魂殿. 주: 임금이나 왕비의 국상 뒤 3년 동안 신위를 모시던 궁전)이 궁(宮)중에 있었다고 말할는지 모르지만, 신(臣)의 뜻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의 제도는 종묘사직(宗廟社稷)이 모두 승천문(承天門) 안에 있으며, 하물며 그것이 3년이 지난 혼궁(魂宮)임에야.

 신(臣)은 국가에 사건이 있는 때를 당하여, 마침 우견(愚見)이나마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기에 황공하여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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