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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김시양문집(7)-상소문(눈병 때문에 사직하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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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7-12-13 15:26 조회1,4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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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하담김시양문집>  215P

 

눈병 때문에 사직하는 차(箚)-이안질사직차(以眼疾辭職箚)


신(臣)이 작년 겨울에 우연히 눈병을 얻었는데 열흘도 못되어 물건을 보면 마치 저녁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이 밝지를 못하고, 문서(文書)를 보면 마치 가벼운 망사를 사이에 놓은 것 같이 어른거려, 작은 글자는 더욱이나 쉽게 분별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봄 초에 사직하는 일로 병세를 힘을 다해 아뢴 것을 성명(聖明)께서 또한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석 달간 사직을 고하여 여가를 빌어 침과 뜸을 맞고자 하였습니다.

중국사신이 먼저 교린(交隣)으로 갑자기 도착하니, 감히 병을 말하지도 못한 채 즉시 출근하니 눈이 침침한 증세는 날로 더욱 심해졌습니다. 지난번 초정(椒井)에 목욕할 수 있는 은혜를 입었어도 역시 효과를 보지 못하고 몇 발자국 안에서도 사람의 안색을 분간하지 못하며, 햇빛이 비추는 곳에서는 마치 봄에 씨 뿌려 놓은 듯, 큰 글자도 역시 어지럽고 희미합니다. 침과 뜸을 받은 게 지금까지 거의 20일이 되나 날마다 더욱 심해져, 아마 끝내는 눈이 멀어버린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臣)의 이 병을 조정에서도 모르지 않습니다. 만약 가만히 앉아 치료하지 않으면 결코 병을 나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바야흐로 사직을 올려 체직(遞職)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삼가 듣건대, 감군태감(監軍太監)이 위에서 내려온다는 소식이온대, 신(臣)이 이런 병을 안고서는 일을 맡아 계책을 세워 대응할 도리가 없사와 할 수 없이 죽을 죄를 무릅쓰고 사정을 아뢰오니, 삼가 바라옵건대 천지 부모 같이 굽어 살피시어 기탄 없이 하는 간청을 특별히 허락하여 바꾸어 면직하시어, 오로지 병 치료에 뜻을 두도록 하여 밝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여주시면, 이제부터 죽는 나이에 이르도록 모두 성은(聖恩)이 주시는 바일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에도 또한 일을 망치는 걱정이 없을 것이오니 공사간에 매우 다행이겠나이다.


PIC1D6.gif답하여 말씀하시기를,「차(箚)를 살펴 경(卿)의 간청을 모두 잘 알았노라. 이런 때의 이번 임무는 결코 가볍게 바꾸기 어려우니, 마땅히 사직을 고하려 하지말고 조리를 하여 직무를 살피라」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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