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공의 명수필 감상(양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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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2-12-08 18:56 조회1,579회 댓글0건본문
요즘의 대선 열기를 보면서, 한 사람의 군자가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지를 잘 보여 주는 선조님의 수필이 있어 하나를 소개합니다.
----荷潭公(諱 金時讓)의 명수필 감상 <양묘설>(養猫說)----
출전 : <하담 김시양문집>(2001. 10. 안동김씨 비안공문중회 간). P277.
고양이를 키운 이야기-양묘설(養猫說)
내가 연못 곁에서 타향살이를 하면서부터 뜸이엉도 제대로 못 잇고 구멍도 제대로 막지 못하였다. 또 새로 이사를 하여 고양이를 기를 틈이 없다보니 쥐 떼들이 벽에 구명을 내고 지붕을 뚫곤 하였다. 그것들이 시작 할 때는 밤이 깊어지는 것을 살피다가 사람이 잠자는 틈을 타, 틈낸 새를 보아 물건을 훔쳐내다가 도망치곤 하였다. 사람이 혹시 소리라도 내면 쥐는 이내 물건을 버리고 빨리 내빼며 홀연히 사라진다. 생각건대, 사람이 쫓아가 볼까봐 그러는 것이리라. 익숙하기를 오래 하다보니 저녁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고 제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먹을 것을 씹어대고 옷을 못쓰게 해 버렸다. 갔다왔다 하는 것을 거리낌없이 하며 노략질하기를 사람이 있든 없든 피하려고도 않았다. 사람이 혹시 욕질을 하고 서서 눈을 마주하여 화를 내며 쏘아보아도, 사람이 없는 듯 보는 척도 않고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꺼리지를 않았다.
내가 그 못된 행동과 거리낌없음에 화가 치밀어 죄다 없애버리려고 든든한 종 두 사람을 시켜 장대를 잡게 하고 계집종 몇 사람에게 구멍에 연기를 피워, 동쪽에서는 불을 피워 치게 하고, 서쪽에서는 쥐를 습격하고, 북쪽에서 치며 쥐를 남쪽에서 습격하게 해 보았건만, 조금도 잡힐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더욱 그따위 나쁜 짓을 자행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먹고 나서 깨끗한 것이란 없고, 옷이라곤 완전한 것이 없었다. 대체로 모두가 쥐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나는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몰라하다가, 마침내 십초(十 金少)를 주고 남에게서 고양이를 사서 집에서 키웠다.
고양이는 처음에 쥐가 많은 줄을 모르다가 우연히 “야옹”하고 한번 울었더니, 뭇 쥐들이 고양이의 소리를 듣고서 머리를 들고 구멍을 버리고 도망쳐 버리고,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멀리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이 집에서는 쥐 걱정은 사라졌다.
고양이가 비록 잡아죽이는 효과를 얻지 못하여 완전한 공을 이루지는 못 했어도, 쥐들이 다시는 감히 나타나서 나쁜 짓을 하지 못했으니, 호랑이와 표범이 산에 있거나 교룡(蛟龍)이 연못에 있으면, 여우와 이리나 미꾸리와 자라가 감히 다니지 못하고 스스로 감추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고양이의 공은 전쟁하는 일에도 비교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성내지 않고도 위엄을 세우고, 싸우지 않고도 승리하는 것이라 하겠다. 아아! 사물의 모습에 두려움이 있음은 이와 같은 것이리라. 고기가 그물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접동새나 사다새를 두려워하고, 코끼리가 호랑이는 두려워 않으면서 쥐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이제야 믿게 되었다. 무릇 고양이의 위세는 반드시 사람보다 나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건장한 종이 몽둥이를 잡고 계집종이 구멍에 며칠을 불을 피워도 떠나지 않던 것이, 고양이가 한번 소리를 내자 좇아내고도 남았으니, 무릇 그 성질을 두려워하는 바 때문에 다스려졌던 것이다.
나는 오히려 생각해 보고는 여기에 큰 느낌이 있다고 여겨졌다. 소인(小人)이 사람과 나라를 혼탁 시키고 어지럽히는 데는 그 최초에는 간들거리며 좋게 여기도록 마음속을 엿보며 들어가서, 쥐가 밤을 살펴 틈새를 내듯 나중에는 권세를 잡고 그것이 확고해지면, 비록 임금이라 하더라도 쫓아내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쥐가 화난 눈초리로 쳐다보듯 더욱 방자하여 해독한 바가 어찌 드물겠는가. 진실로 그들이 두려워하고 무서워하지를 않고 지혜와 꾀로 해나가면, 소인(小人)은 양양하고 아무 두려움 없어, 몽둥이를 가지거나 구멍에 불을 때는 따위로는 아니 된다. 반드시 소인(小人)이 두렵도록 다스려서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소인(小人)이 두려워하는 바는 군자(君子)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의 군자(君子)가 나아가면 백명의 소인(小人)이 물러나게 되리라. 그러한 집쥐를 다스림에 있어서, 어찌 순(舜)임금의 고요(皐陶-주1)를 예로 들 것이며, 탕(湯)왕의 이윤(伊尹-주2)을 예로 들것인가. 이에 마치노라.
주--1) 고요(皐陶) : 堯舜 때 사람으로 曲阜에서 태어남. 舜이 刑政을 관리하도록 명하였다.
주--2) 이윤(伊尹) : 商初의 대신. 이름은 摯. 湯을 보좌하여 桀을 쳐, 夏를 멸망시키고 商을 세움.
▣ 김태서 -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 김발용 - "하나의 군자(君子)가 나아가면 백명의 소인(小人)이 물러나게 되리라." 가슴속에 새겨두겠습니다.
▣ 솔내영환 -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곽탁타전에 나오는 [吾問 養樹得養人說]이 생각납니다.
▣ 김주회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태영/문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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