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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을 따라 (1) --- 비나리는 용장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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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3-05-07 05:30 조회1,5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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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을 따라 (1) --- 비나리는 용장산성





2003년 5월 4일 일요일 아침



어제 저녁부터 경기도 의왕시 서운관정공파 묘역에서 예정되어 있는 탁본뜨기 행사에 간다고 했더니 가족들의 반대가 심하다. 아이 둘은 어린이날 선물타령에 놀이시설 타령에 불평이 이어지고, 기사인 아내도 이번에는 가족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큰 장애물이 생긴 것이다. 여러 가지 유인책도 써 보았지만 이번에는 넘어갈 기세가 아니다.



할수없이 탁본뜨기 행사는 포기하고 다수결에 따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재작년인가는 천안에 있는 상록리조트에 갔다가, 작년에는 청주에 있는 놀이공원에 갔다가 고생만 잔뜩 한 기억을 상기시키고, 언젠가 신문기사에 난 전남 해남의 공룡화석지를 구경하는게 아이들 관심이나 호기심에 적합할 거라 설득하니 1박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즉석에서 전라남도 해남쪽으로 결정되었다. 결정되면 즉시 출발. 아침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하기로 하고, 세수만 하고 간단한 짐만 챙겨 집을 나섰다. 경부고속도로 청원IC로 진입해서 회덕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내려가다가 정읍IC로 일단 나와서 부안쪽으로 가다가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내려가면서 1박2일 일정을 머리 속으로 짜기 시작했다. 아이 둘을 위해서 공룡화석지와 놀이시설 한군데, 아내를 위해서 보성 차밭과 섬진강길, 그리고 이참에 진도 용장산성과 남도석성, 순천의 낙안읍성마을을 여행겸 답사하기로.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 남해안 해안을 끼고 가다가 구례로 올라가 섬진강길을 달리다 진주에서 대전 청주로 돌아오는 코스로-----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더니 함평휴게소부터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목포에 도착해서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니 목포시내는 이미 빗방울이 날리고 길은 축축히 젖어 있다. 길은 젖어 있으나 피곤하지 않고 바람도 시원하니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



전라도 쪽으로 내려오면서 보니 옆을 스치는 밭에는 흙이 온통 뻘겋고 도로변에는 유채꽃인지 장다리꽃인지 노란 꽃이 줄을 이루고 있다. 관광용으로 꽃길을 조성한 듯하다. 빗방울 속에 녹음은 푸르름을 더하고 밭은 빨갛고 길 옆은 노란 꽃길이 이어지고 한 폭의 산수화 속에 들어와 달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







대불공단 길을 타고 내려가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에 진입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가 되었다. 청주에서 아침 8시에 출발했으므로 무려 다섯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아내의 눈치를 살피면서 용장산성으로 길을 안내한다. 용장리라는 곳에서 우회전해 들어갔다.



용장산성은 강화도에서 출발한 삼별초가 이곳 진도로 내려와 3년간(1270-1273) 웅거하던 곳으로 행궁지는 발굴되어 정돈되어 있다. 행궁터가 계단식으로 드러나 있는데, 내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한 계단 한 계단 맨 위까지 올라갔다.



내려다보니 저 아래쪽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저수지 용장제가 보이고, 저멀리 남쪽 항구쪽으로는 충렬공 할아버지께서 이곳의 삼별초를 토벌하실 때 상륙했다고 하는 벽파정으로 생각되는 벽파항이다. 물안개 머금은 저 아래에서 완전군장을 하신 충렬공 할아버지께서 여원연합군을 진두 지휘하시면서 진격해 들어오시는 것만 같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서 다시 한계단 한계단 내려가서 벽파항으로 향한다. 큰 호기심을 갖고 벽파항에 도착했으나 목포 제주로 가는 터미널 건물만 있고 상가도 없고 인적도 드문 포구였다. 다만 포구 언덕 저 위에는 <이충무공전첩비>가 위용을 자랑하면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충렬공 할아버지의 삼별초 토별 상륙지점을 기념하는 비가 저 위치에 세워져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이어지고 지워지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지났다고 꼬르륵 시계는 울어대고 진도읍 소재지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하였다. 시간이 지체되어 진도 섬 남쪽 끝자락에 있는 남도석성은 들리지 못하고 다시 돌아나와 해남으로 향했다.



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우수영 유적지>에 들어갔다. 이곳은 전라우수영이 있는 곳으로 지금의 전라도 해군기지 쯤으로 생각되는 곳으로 전라도 왼쪽인데 왜 우수영이라 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아래 바다는 울돌목이라고 하는 곳으로 한자로 명랑해협으로 불리는 곳이다.



진도대교 아래 바다를 내려다보니 물살이 얼마나 센지 마치 장마 뒤에 도도히 흘러 내려가는 큰 강물 같다. 이 거센 물결을 이용하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일본 전함을 유인하여 몰살시킨 명랑해전의 현장인 것이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해남 강진쪽으로 달리다 <우항리 공룡화석지>를 찾아 들어갔다. 쏟아지는 빗방울을 반은 맞아 가며 들어갔다. 이곳은 해변가 암반에 새겨진 공룡 발자국, 새 발자국 등이 수없이 발견되어 그 상태로 전시관을 얻어만 놓은 곳으로 인공이 가해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이러한 전시관이 세군데 서 있고 해변 몇 군데에 공룡을 거대하게 재활용 캔으로 조성해 놓은 곳이다.



공룡 이름은 100인가 50인가를 줄줄 불러대는 아들 놈이 신이 났다. 그동안 책으로만 그림으로만 보던 갖가지 공룡들과 발자국 등을 보더니 물 만났듯 설치고 다닌다. 신발 뒤꿈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걸음걸이부터 다르다. 딸 아이도 덩달아 오빠를 신나게 따라 다니고. 속으로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산 공부를 시키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나도 뿌듯하고 덩달이 신바람이 난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화석지 맨 끝머리에는 공룡 발자국이 많은데도 전시관을 얹어 놓지 않고 그대로 개방해 놓았다. 둥그런 공룡 발자국 하나에 아이들 너댓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다. 발자국 안에 아이 둘은 들어가 놀고 나는 옆에서 카메라 셔터 누르기 바쁘다.



구석 구석 하나도 빼놓지 않고 돌아 다니고도 아이 둘은 나올 생각을 않는다. 공룡 옆에 붙어 나올 생각을 않는 아이 둘을 재촉하고 재촉해서 데리고 나왔다. 다음 일정을 위해서....







☞이어지는 일정은 내일 정리되는 데로 소개하겠습니다.













▣ 김발용 - 감칠맛 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용장산성안내문.JPG


▣ 김태서 - 아~ 집에서 그런 반란사건이 있어군요.^^

▣ 김윤만 - 진정한 어린이날을 보내셨습니다 그려.

▣ 김태영 - 옆에 같이 다닌것처럼 생생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 김재원 - 감사합니다.

▣ 김윤식 - ^^ 글만 보아도 화목한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부럽습니다.

▣ 김은회 - 감사합니다.

▣ 솔내영환 - 옆에서 같이하는 느낌이군요

▣ 김항용 - 우와 이런 멋있는 일기체 수필이 또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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