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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을 따라 (2) --- 강진 마량포구에서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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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3-05-07 17:19 조회1,7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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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을 따라 (2) --- 강진 마량포구에서 하룻밤





2003년 5월 4일 일요일 오후



<우항리 공룡화석지>를 나와서 해남 강진쪽으로 길을 재촉한다. 해남 시내를 지나면서 <해남윤씨 녹우당>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내려가 해남 연동마을 해남윤씨 종가인 이곳 주차장에 도착하니 저녁 6시가 넘어갔다.



매표소는 문이 닫혔고, 우리는 입장료 없이 올라갔다. 약간은 경사져서 올려다 보이는 위치에 고가 여러채가 어찌나 고풍스럽고 안정되고 평화스러워 보이는지. 지난번에 들렸던 안동 풍산의 병산서원을 올려다 보던 느낌 그대로이다.



관람시간은 지났고 저무는 하루의 남은 빛과 어둠이 교체하는 어스름한 분위기에, 고가 문은 닫혀 있지만 구석 구석 골목길을 돌아 다니다 보니 집에 가고 싶어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어두워져 집을 찾아 드는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숙박지를 찾아 강진으로 길을 재촉한다. 강진에 들어서기 전 <다산초당> 안내판이 보인다. 3년전인가 한번 다녀간 곳이지만, 아내가 처음이라고 하는 통에 또 그 쪽으로 길을 잡는다. 어둠은 내리기 시작하고 마음은 급해진다.



3년전의 기억을 더듬어 강진 귤동마을에 들어섰다. 마을 구경이나 하자고 마을을 오른다. 다산초당 오르는 길 입구 안내판 앞에 섰다. 어둑한데도 사람들은 계속 다산초당을 오르내린다. 우리도 올라가기로 했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숙박지 걱정이 앞서고 겁도 난다. 아내도 그런지 그만 내려가자고 한다.



아쉽지만 아내의 다산초당 답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도로 내려온다. 내려오다가 마을 중간쯤에 있는 멋들어진 찻집 건물 앞에 섰다. 안에서는 학생들처럼 어른들이 예의바르게 둘러앉아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올라가 문지방에 서 보니 벽면에는 온통 글씨 액자가 즐비하다. 눈에 익은 다산과 추사의 글씨가 많은 것 같다.



입구에서 사단법인 다산기념사업회에서 펴낸 <삶따라 자취따라 다산 정약용> 책자를 8,000원에 사고 내려왔다. 귤동 마을 입구는 이제 완전히 어둠이 내려 앉아 있다. 서둘러 강진시내를 지나 강진의 최남단 마량포구로 길을 재촉한다.







길은 어둡고 지리는 모르고 이곳 강진에 살고 계시는 재이 종친님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마침 출발할 때 연락처와 책 몇 권을 준비해 온 것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다. 재이 종친님께서는 광주에 일이 있어 막 광주에 도착하는 참이라고 하신다.



마량포구에 있는 식당위치와 숙박할 만한 곳을 여쭈자 마자, 왜 미리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몇 번이나 너무나 아쉬워 하신다. 모처럼 연휴에 부담이 될까 해서 그리 했노라고 말씀을 드려도 계속해서 아쉬워하시고 안타까워 하신다. 죄송한 마음에 다음에는 꼭 연락을 드리겠노라고 약속에 약속을 거듭해야 했다.



재이 종친님께서 소개해 주신대로 해풍회집에 들어갔다. 참숭어는 다 떨어져서 구경도 못하고 그대신 (자연산)우럭으로 아내를 호강시키고 금호장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또다시 타향에서의 하룻밤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도 강진땅 끝자락 마량포구에서... 저녁 반주로 먹은 잎새주 때문인지? 하루 종일 강행군에 너무나 피곤한 때문인지? 씻자 마자 곯아 떨어졌다.







눈을 떴다. 바닷 공기가 맑고 시원한지 정신이 매우 맑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다. 커텐을 열어 젖히니 마량항 터미널이 보이고 바닷물이 가로등 불빛에 비추며 출렁이고 있다. 커텐을 닫고 잠을 청했으나 오히려 더 맑아지는 것 같다. 책상머리에 있는 책을 주워 들었다. 저녁에 다산초당에서 산 책이다.



책 서문을 보니 다산초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쓴 듯이 내용이 충분하면서도 쉽게 설명되어 있다. 다산은 어릴때부터 책에 파묻혀 지냈다고 하고, 7세때 시를 짓기 시작하고, 10세때 벌써 지은 시문을 엮어 <삼미자집>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고 하고, "동트기 전에 일어나라, 기록하기를 좋아하라"는 말씀을 후손들에게 자주 하셨다 한다.



다산초당은 원래 이책을 지은 윤동환 이라는 분의 6대조부이신 윤단의 서당인 단산정을 사용한 것이라 하고, 다산초당 오르는 중간에 있는 조그만 묘의 주인이 바로 이분이라 한다. 그리고 다산의 막내제자인 윤종진은 저자의 4대조부라 한다.



다산의 어머니는 해남윤씨로 조부는 공재 윤두서이고, 고산 윤선도는 5대조부라 한다. 해남에 있는 해남윤씨의 종가 녹우당과 이곳 다산초당이 있는 강진의 귤동마을의 해남윤씨 집성촌을 인연으로 해서 다산은 이곳 해남에 유배겸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다.



두시간인가를 책을 보다가 다시 잠에 스르르...







☞이어지는 일정은 정리되는 데로 계속 소개하겠습니다.











▣ 김태영 - 참숭어회 정말 군침이 넘어가네요, 아저씨덕분에 남도여행을 맛깔스럽게 하는중입니다. 고맙습니다.

▣ 김발용 - 강진시제 때 들렀던 해풍횟집 생각이 납니다. 숙소도 바로 금호장 이었습니다.

▣ 솔내영환 - 참숭어외에 금호장... 잊지못할 추억입니다.

▣ 김태서 - 남도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 김윤만 - 좋은 시간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 김윤식 - 흐흐흐...깜깜해서 무섭다고요. 흥미진진합니다. 마량포구 그 밤바다와 재이 대부님 영원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 김재원 - 서해안을 따라 강진에 갔다오셨습니까?멎진 여정입니다.

▣ 김정중 -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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