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식이네집 저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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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3-06-10 03:01 조회1,486회 댓글0건본문
우식이네집 저녁풍경
한 보름전인가 퇴근해 보니 아들놈이 TV전기선을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습니다. 맨날 텔레비전 만화에, 오락물에, 게임에 매달려 있는 아들놈과 기세 싸움을 한동안 하더니 아이엄마가 TV전기선을 가위로 싹뚝해버린 모양입니다. 아들놈은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는지 들락날락 하면서 만져보고 붙여보고 또 만져보고 합니다.
(1)
어느날 퇴근해 보니 집안 공기가 차-악 가라앉아 있네.
아들놈은 TV전기선을 만지막 만지작하고, 서운하고 아까운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네
한동안 TV를 보네 마네, 애엄마와 아들놈이 옥신각신 하더니, 그예 일을 낸 듯하네.
가만히 살펴보니 가위로 TV전기선을 무지막지하게 싹뚝!
아들놈은 이제 지쳤는지 제방에 들어가 일기를 쓰네 숙제를 하네 하더니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들락하면서 만져보고, 날락하면서 또 살펴보네
만화를 보랴, 축구 경기를 보랴, 매일 밤늦도록 TV 앞을 독차지하고 있더니
얼마나 보고 싶으면 저럴까 안쓰럽기도 하지만, 나도 모른척할 수밖에
(2)
며칠이 지나고 퇴근해서 집에 가보면, 집안에 제법 향학열이 대단하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웽웽거리는 TV소리에 시끌시끌하던 집안이 갑자기 적막강산이네
아들놈은 안방 침대에 엎어져 책을 잔뜩 쌓아놓고 책장을 넘기고 있고
애엄마는 거실에서 딸아이와 나란히 엎드려 이야기책을 읽어 주고 있네
나도 샤워하고 밥먹고 나와서 책을 한권 집어들고
아들 옆에 배 깔고 엎드려 책장을 뒤적여 본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꺼풀이 까칠하여 비비다 보니
옆에 있던 아들놈은 책을 베개삼아 꿈나라 여행을 가고
(3)
아들놈은 전에는 운동 나가자고 독촉해도 모른척하고 TV 앞에만 앉아 있더니
요즘에는 공차러 운동장에 나가자고 성화가 대단하네.
집안에 있어봐야 재미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 당연하지
미안한 마음에 신나게 놀아주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작은 선물도 하나씩!
(4)
어느때부터인가 우리집 아침 기상시간이 무척 빨라져 있다.
당연히 그럴 것이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드니 그럴 수밖에
나는 수북히 쌓아만 놓았던 책들을 한권 두권 찾아 읽는 재미가 솔솔 늘어가고
아이 둘은 잠이 덜 깼는지 자는 척하는지, 이불속에서 계속 뒤척 뒤척
이놈들도 며칠 더 지나면 자동으로 일찍 일어나겠지
애엄마의 그 무지막지한 싹뚝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겠지
(5)
아이 둘이 이제는 엄마 아빠 일거수 일투족을 참견하네
재미 붙일 곳은 없고, 보이고 들리는 것은, 엄마 아빠 뿐이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동안 아이들에게 큰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이제는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네. 아이들이 보고 듣고 있으므로
다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 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대로.
---동트기 전에 일어나라
---기록하기를 좋아하라
---부지런히 찾아 나서라
▣ 김태서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김항용 - 잘 읽었습니다.
▣ 김윤만 - ㅋㅋㅋ 좀 있으면 컴 선도 자르실라.
▣ 김재이 - 정말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 솔내영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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