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와 천하절색 - 김응하 장군과 김낭자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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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3-10-11 16:36 조회1,575회 댓글0건본문
"주인장, 조카 딸 대신 제가 신부 노릇을 하면 어떻겠느냐구요."
"젊은이가 신부 방엘?"
"그렇소. 신부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는 이불 속에 들어가 있다가..."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쪼였다. 김응하는 주인의 허락을 받고 우선 술부터 마셔 두었다.
술 기운이 돌자 담은 더 커져서 신부 방에 들어가 웃 옷을 벗고 이불 속에 누워 있어도 두려운 마음이 전혀 일지 않았다.
밤이 깊었다. 마침내 대문 밖에 시끌시끌한 도적떼 소리가 들려왔다.
김응하는 비단 이불 속에서 도적떼 두령 마달이 방 안으로 들어서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쿵, 마루 밟는 소리가 났다.
"어째 신부 방에 불이 켜져 있지 않은가?"
마달은 주인에게 지나는 말로 물었다.
"예, 신부가 부끄러워 할까봐 일부러 불을 껐지요."
"부끄럽기는, 젠장. 허허헛."
마달은 불을 켤 사이도 없이 방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놈은 더듬더듬 비단 이불이 펴진 자리로 기어 와서 이불 속에 누워 있는 김응하를 신부로 알고 성급하게 바지를 벗어 내리고는...
그때였다.
김응하는 바윗덩이 같은 손으로 마달이 놈 멱살을 움켜 잡고 기세좋게 올려 붙였다. 마달이 뒤로 벌렁 나가 떨어졌다.
"어쿠, 이, 이 신부 년이 사람 잡네!"
미처 마달이 정신을 가다듬을 사이도 없이 김응하는 놈의 쓰러진 배에 올라 타고 주먹을 퍼부었다.
"어, 어쿠, 어쿠... 얘, 얘들아... 이, 이 년이 사람 잡는다..."
방 안으로 들어간 두령이 신부와 재미 보기는커녕 누구에겐가 얻어 터지는 듯 하자 밖에서 기다리던 졸개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김응하는 들어서는 도적떼를 향해 잽싸게 발을 날렸다. 쿵...쿵...
놈들은 마루를 거쳐 마당 한 가운데에 나가 떨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창졸 간에 마당에는 여남은 명의 땡추가 쓰러져 버렸다. 이 틈을 타서 마달이 놈은 신부 방에서 벗다 만 바지를 움켜쥐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그제서야 김응하는 신방에 불을 켰다.
주인은 이 젊은이에게 술을 양껏 대접하고는 몇 번씩이나 고마운 인사를 했다.
술과 고기를 배불리 먹은 김응하는 그날 밤 난생 처음 새털같이 부드러운 비단 이불 속에 들어가 늘어지게 잠을 잤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
이튿날 아침 김응하는 조반을 먹고 나서 주인에게,
"시생은 그럼 집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고 작별 인사를 하였다.
"집으로 가시다니오. 장군!"
주인은 김응하에게 처음으로 장군 대접을 하면서 한사코 불잡아 앉히는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 김윤만 -
▣ 김항용 -
▣ 솔내영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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