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Re:충렬공과 유천우와의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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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3-10-17 22:27 조회1,521회 댓글0건본문
나라 안팎이 어수선할 때, 김방경은 견룡 행수라는 벼슬에 앉게
되었다.
나라 일이 어려운 고비에 있을 때나 어수선할 때는 벼슬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달라져, 자칫하면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게
으름을 피우기가 쉽다.
고려의 벼슬아치들도 매한가지여서 서로 일을 미루거나 남이 보
지 않는다고 해서 눈을 속여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라 살림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하였다. 심지어는 임금 가까
이에서 일을 보는 높은 벼슬아치들까지도, 세도 있는 사람에게 아
첨하는 것을 일삼았다.
자기 할 일는 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그런 습성들이
나돌고 았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방경은 충성된 마음을 잃지 않았다.
나라가 어지럽고 벼슬아치들이 썩으면 썩을수록, 그 가운데서
성심껏 일하는 사람의 충성은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법이다. 그는
벼슬이 어사 중승(御使中丞)으로 올랐다.
김방경은 나라의 법을 잘 지켰을 뿐 아니라, 권세가 있다고 해
서 아첨하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 마음이 곧고 절개가 푸르러 원
종(元宗) 4년인 1263년에는 지어사대사(知御史臺事)로 승진하였다.
그 무럽, 좌승선(佐丞宣)의 벼슬자리에 앉아 있던 유천우(兪天遇)
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높은 벼슬아치들에게는 아부와 아첨을 일삼았다. 그러나
자기보다 벼슬이 낮거나 비슷한 사람에게는 행동이 거만하였고 또
트집을 잘 잡았다.
하루는 우연히 길에서 김방경과 마주치게 되었다. 김방경은 말
에 탄 채 가볍게 고개만 끄덕하였다. 이를 본 유천우는 또 트집을
잡았다.
“어찌 그대는 말 위에서 고개만 끄떡이고 마는가? 모든 사람이
말에서 내려 깊이 허리를 꺾고 절을 하는데....“
유천우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은 김방경은 조용하게 대답
하였다.
“그대도 3품(三品) 벼슬이요, 나도 같은 3 품 벼슬인데, 어찌 벼
슬이 같으면서도 내가 필요 이상으로 말에서 내려서까지 절을
할 수 있겠소?“
이 말을 들은 유천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
하면서 시비를 걸어 왔다. 그러자 김방경은,
“지금 날은 저물고 내 갈 길이 바쁘니 이만 합시다.”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음, 어디 두고 보자.”
이 일이 있은 다음부터 유천우는 일마다 트집을 잡아 김방경을
해치려 하였다. 김방경의 친척이나 또는 그와 가까운 사람이면 모
두 벼슬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또다시 벼슬을 하려고 해도 도
무지 뽑아 주지를 않았다.
이러한 일은 모두 유천우가 권신들에게 뇌물을 써서 일을 꾸몄
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방경은 조금도 굽히는 법이 없이 태연하
였다.
1263년, 김방경은 상장군이 되어 진도에 쳐들어온 왜구를 치기
위해, 전라도 지방에 가서 군인을 뽑게 되었다.
그 때 마침 그 고장에 유천우의 큰 농장이 있었다. 거기서 일하
는 장정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방경은 일부러 그의 농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뽑아
앙갚음하는 일이 없었고, 모든 일에 공평히 하였다.
<만일 농장에서 일하는 장정들을 모조리 군인으로 뽑는다면, 내
가 유천우와 원한이 있어 그러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는 마
땅히 경계해야 할 점이다.>
그 고장 사람들은 김방경의 이런 처사를 보고 모두 그를 어진
분이라 우러러보았다.
*이 글은 고려사 열전에 나오는 사실을 바탕으로 예용해씨가 쓴 글입니다.
▣ 김항용 -
▣ 김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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