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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공(휘孝印)의 흔적을 찾아 월출산을 넘다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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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3-12-02 22:30 조회1,6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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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 쪽으로 갈까, 천황사 쪽으로 갈까를 잠시 생각해 본다.



3년전에도 나홀로 여행으로 조치원발 0시발 목포행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목포역에 내려서 역안에서 날 새기를 기다렸다가 버스터미널로 가서 강진행 버스를 타고 영암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도갑사에 내려서 도갑사를 일별한 적이 있었다.



족보에 상사공(휘孝印)의 필적이 영암의 도갑사에 있다고 되어 있어서 도갑사 종무소에도 물어보고 부도밭에 있는 비석이란 비석은 모두 살펴 보았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도갑사에도 전에는 13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혹시 없어진 암자의 어디에 상서공께서 서하신 비석이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현재는 13개의 암자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서 확인하지 못하고 도갑사 뒷길로 등산을 시작해서 월출산 능선을 타고 가다가 갈대밭도 지나고 계곡 속의 식당 보리밥 집도 지나서 월남사지 쪽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이곳 월남사지에서 시작해서 월출산의 최고봉 천황봉을 오르고 월출산의 동쪽 천황사쪽으로 해서 암자터 위주로 답사를 하기로 했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1km 쯤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자리를 잡고 앉아 초코렛 하나를 입속에 녹이고 물 한모금 마시고 지도를 펴들고 등산로를 확인한 다음 천황봉 오르는 오른쪽으로 길을 잡았다.



또다시 500m 쯤 올라가니 햇볕 따뜻한 양지바른 넓은 언덕이 나타난다. 잔뜩 걸쳐 입은 윗도리 하나를 벗어 제끼고, 약수터가 있어 물 한바가지 들이키고 자리를 잡고 앉아 올라온 저 아래를 조망해 본다.



평화롭고 따뜻한 계곡 풍경과 저 앞산을 머리 들어 바라보니 온 몸에 화창함이 충만하다. 좌우를 둘러보니 대나무숲이 빽빽하고 위쪽에는 동백숲이 걸쳐 있고 앞쪽에는 대나무를 많이 베어 냈는데 석재들이 가득하다. 이곳이 바로 새벽에 성전터미널에서 강영석 님께서 일러주었던 옛 암자인 성전암 터인 것이다.



대나무 숲이 가득한 가운데 보니 비석 위에 얹는 갓도 보이고 널따란 장대석 같기도 하고 비신 같기도 하여 글씨가 있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글씨는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잘 안 되었으나 주변여건으로 보아 제법 큰 암자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제 몸도 어느정도 풀리고 좀 속도를 내서 천황봉으로 올랐다. 오르면서 보니 월출산은 온통 바위산이다. 저 앞쪽 봉우리를 보니 꼭대기에도 큰 바위들이 살짝 걸려 있는 것이 바람이라도 휙 불면 금방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정상에 가까워오자 다시 바람이 세차고 추워지기 시작한다. 손이 다시 얼어붙어 손놀림이 불편해진다. 앞서가는 일행들을 계속 따라 바위 사이를 돌고 돌아 철계단 나무계단을 몇 번이나 갈아 타고 나서야 정상에 올랐다. 확 트인 전망에 강진 앞바다도 조금 보이고 영암쪽으로는 영산강 하구도 슬쩍 비친다. 조그맣고 예쁘게 생긴 돌로 만든 원형 안내판을 보니 이곳 천황봉에 옛날에는 제사를 지내던 제사터라 되어 있다.



상서공께서도 이곳 월출산 자락 월남사, 도갑사 등등에 필적을 남기셨으므로 이곳에 오셨다면 여기까지 올라 오셨을까를 생각해 본다. 세찬 바람을 맞고 앉아 저 아래 손바닥만해진 영암읍내 시가지를 보고 주변 봉우리를 조망해 보다가 일어섰다.







이제는 하산길



천황봉을 내려와 표지판을 보니 천황사까지 2.7km 남았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라 훨씬 수월하다. 내려오다 보니 저 앞 끄트머리 봉우리에 구름다리가 걸쳐 있고 바위 위에 사람들이 줄을 잇고 움직이고 있는데 보는 눈이 아슬아슬하고 어지럽다. 멀리서 보니 개미군단 같기도 하고. 하여튼 부지런한 건강한 사람들이다.



내려오는 중에 광암터라고 암자터가 있는 것을 알았으나 딴 생각 하고 오다가 지나치고 말았다. 천황사 주차장에 내려오니 천황사는 2001년 화재로 전소되고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오후 1시반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 잡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우선 식당으로 들어가 갈비탕 한 그릇으로 포식을 했다. 이제 배도 든든하고 부러울 것이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걸음걸이로 느릿느릿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택시 몇 대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맨 앞에 있는 택시에 올라 타고 영암터미널을 가리켰다.





---다음에 계속











▣ 김윤만 - 등산도 겸하셨군요

▣ 김태서 -

▣ 솔내 - 답사여행에 등산까지. 행복하셨겠네요.

▣ 김윤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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