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김재철 회장 06 (김남구 동원금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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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3-12-04 20:21 조회1,680회 댓글0건본문
중앙일보(◎ 기사 입력 시간 : 2003-07-30 10:35:24 )
김남구 동원금융 대표
원양어선 타던 시절 리스크 관리 배워
동원금융지주회사가 지난 7월21일 거래소 시장에 상장됐다. 우리금융·신한금융지주에 이어 세번째 금융지주이자 증권업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 없는’ 금융지주이다. 동원금융은 동원증권을 중심으로 창투·캐피탈·상호저축은행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김남구 대표는 “은행이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면 증권은 ‘사람’으로 하는 비즈니스다. 동원금융은 증권·창투·캐피털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동원금융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나은행 인수 “시장 안착 뒤 검토”
“장기판에 막 장기알을 올려놓은 기분입니다.” 김남구(40) 동원금융지주회사 대표는 “금융지주회사 틀을 고민하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며 운을 뗐다. 동원금융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겠느냐 하는 고민 끝에 나온 답이 금융지주회사라는 것. 금융지주에 은행·보험이 빠져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대표는 대뜸 골드만삭스 얘기를 꺼냈다.
“미국의 씨티그룹이나 골드만삭스는 모두 금융지주회사로 상장돼 있지만 각각의 경쟁우위는 다릅니다. 골드만삭스는 증권업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연을 확대했습니다. 동원금융도 마찬가지로 봐 주세요. 단순히 구색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특색 있는 금융지주회사로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입니다.”
-동원금융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지주회사 출범으로 고객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기업고객이라면 창투사를 통해 초기 출자를 받을 수 있고, 캐피털을 이용한 대출 서비스가 가능하지요. 기업공개는 동원증권을 이용하면 됩니다. ‘사람’이 영업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은행업종과도 차이가 납니다. 은행은 미리 정해진 시스템대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증권은 사람이 중심입니다. 고객의 성향, 돈의 성격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지주회사의 전략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네트워크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국민은행이 1천개, 하나은행이 5백60개 점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원은 이들의 20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꼭 은행을 소유해야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이냐, 그것은 아니거든요. 동원금융이 은행에서 필요한 것은 극히 일부분인데 굳이 6천억원이나 돈을 투자한다면 경제성이 떨어지지요. 네트워크 문제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동원금융은 하나은행과 손을 잡은 상태다. 동원증권·동원그룹 특수관계인이 하나은행에 대해 갖고 있는 지분은 5.5%로, 알리안츠(8.16%)에 이어 2대 주주다. 이런 이유로 동원지주가 하나은행을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대표는 금융지주가 시장에 안착한 다음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해 동원금융지주는 6백억원대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일단 연말까지는 자회사를 계획대로 흡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영업자산 16조원·영업이익 4백억원(2002년 말)의 중형 금융회사에서 2005년 말까지 영업자산 30조원·영업이익 9백5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한편에서는 금융지주 출범이 동원그룹의 2세 구도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2년여 동안 동원금융의 최대주주로서 동원증권을 비롯해 자회사에 대한 주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동원금융이 어떻게 하면 경쟁력이 있겠느냐, 어떻게 해야 살아남겠느냐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답이 금융지주회사입니다.”
김대표는 동원그룹이 금융은 장남, 식품은 차남 구도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했다. 그의 친동생인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과장은 미국 유학 중으로 아직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않고 있다. 다만 그는 ‘두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호사가들의 얘기일 뿐입니다. 2세 구도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회장님은 ‘핏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보는 분입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다면 절대 회사를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참치의 대명사’ 동원그룹은 바다에서 일어난 기업이다. 전남 강진 출생의 김재철 회장은 선원에서 출발해 일본에서 빌려온 배 한척을 밑천으로 69년 동원산업을 세웠다. 김회장의 장남인 김대표의 이력도 ‘바다’에서 시작된다. 김대표는 “술 한잔 얻어 마셔야 이야기가 나오는데”라며 신입사원 시절로 돌아갔다.
“아버지 같은 아버지 만난 것은 행운”
“언론에서는 ‘아버지가 보냈다’라고 썼지만 사실은 제가 손을 들고 자원한 거예요. 사회에 나오면서 뭔가 계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사장님(당시는 김재철 동원산업 사장)께 ‘배 한번 타보겠다’고 하자 두번 묻지도 않고 당장 실무자에게 전화를 하더군요. 아무튼 이 일 때문에 어머니께서 적잖이 서운해했던 것으로 압니다.”
김대표는 86년 12월 알래스카 서쪽 베링해로 떠나는 알잡이 배에 올랐다. 한겨울에는 명란이 제철이라, 김대표 일행이 탄 배한테는 명태를 잡아 알을 채취하는 일이 맡겨졌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선장이 70명 선원을 작업창으로 부르더니 ‘목표치는 명란 4백50t’이라고 못박더군요. 처음에 저는 선장이 ‘t’하고 ‘㎏’을 헷갈리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요. 명태 한 마리에서 명란은 기껏해야 60g이 나와요. 몇 마리를 ‘따야’ 하는지….”
명태잡이는 선원들을 4개조로 나누어 하루 18시간 현장에 투입되는 고된 일이다. 만선(滿船)이 되면 항구에 들어와 명란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운반선이 투입돼 명란을 옮겨싣는다.
그러니까 바다 위에서 배 두 척이 맞대고 명란을 옮기는 작업이다. 이때는 2박 3일 동안 뜬눈으로 일을 한다. 식사도 하루 여덟 끼니가 제공되고 특별히 소주도 사발로 나온다.
얼마나 일이 어려운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대표는 “일이 워낙 고되 화장실 가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그래도 당시는 눈 감고도 명태 암수를 구별할 수준이었다”며 가볍게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오너 아들인데 특별 대우받지 않으셨나요.
“특별 대우? 받았지요. 숙소와 화장실을 사관과 같이 써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관은 정규 항해학교를 나와야 하는데, 일반 선원에 비하면 장교 정도 된다고 보면 됩니다.”
-사관 대우는 어떻게 다릅니까.
“사관은 4인 1실을, 선원은 6인 1실을 쓰지요. 이것말고는 (차별이) 없습니다.” 결국 김대표가 탄 배는 명란 4백70t을 땄다. 보너스도 두둑이 챙겼다. 그 돈으로 무얼 했느냐고 묻자 “대졸사원이 배를 타면 23만원이 나와요.
당시 수습사원 봉급이 17만원이었습니다. 실적이 좋아 1백50만원의 성과급도 받았지요. 통장에 수백만원이 들어왔는데 무얼 망설이나요. 일단 맥주를 마시러 갔습니다.”
다시 배 탈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기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군대 다시 가라면 가겠어요”라고 대답해 버린다.
-4개월 동안 원양어선 타면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 관리를 배운 것 같습니다. 파도한테 무모하게 맞서다가는 낭패지요.”
91년 동원증권으로 옮길 때 그의 직위는 ‘겨우’ 대리였다. 출근한 곳도 여의도 본사가 아닌 서울 명동의 코스모스지점이었다. 97년 임원이 되기 전까지 김대표는 특별 대우를 받지 못했다.
-회장님은 어떤 분인가요. “제가 올해 마흔인데, 인생에서 제일 좋았던 게 뭐냐고 물으면 ‘아버지 같은 아버지’를 만난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최고 행운이지요.”(이제서야 그는 아버지라는 표현을 썼다)
아버지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물려받았느냐고 묻자 그는 “행동”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할아버지께서 네가 먹으면 ×이고, 남이 먹으면 뭐라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항상 남을 위해 희생할 준비를 하라고 가르쳤는데 아버지는 정말 그렇게 살았습니다.”
-경영 자문을 해주시는 분들을 소개해 주신다면….
“김정태 국민은행장, 임재수 동원경제연구소 회장 등과 가깝지요. 소신이 뚜렷한 분들입니다. 최근엔 김승유 하나은행장을 만나 금융가 얘기를 듣습니다. 채서일 교수는 대학 은사입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공짜 컨설팅을 받곤 합니다.
젊은 친구들로는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 이남우 리캐피탈 사장,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 등이 있습니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브이소사이어티에서 만났어요. 워낙 매력적인 분이라 사외이사로 모시려고 했는데 지금 맡고 있는 SK텔레콤 일도 바쁘다며 사양하더군요.”
김대표의 별명은 ‘곰’이다. 1백83㎝의 거구라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일단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무조건 지킨다”는 뜻에서 흔쾌히 ‘오케이’한 별명이다. 말을 할 때는 요점만 간결히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가령 이메일 결재를 할 때도 그는 “잘 했습니다. 더 잘해 주십시오”가 끝이다.
취미로는 농구를 즐긴다.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알아주는 농구 매니어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농구단 ‘페가수스’ 회원으로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잘 나가는 센터였다가 다리 긴 회원이 영입되면서 포워드로 밀렸다”고. 일요일 오후 서울 연신내 근처 한 중학교에 가면 땀에 흥건히 젖은 김대표를 만날 수 있다.
김남구 동원금융 대표
1963년 전남 강진 生 경성고·고려대 경영학과 卒日 기이오대 대학원 경영관리 석사 87~91년 동원산업 91년 동원증권 대리 2000년~現 동원증권 부사장 2003년 6월~現 동원 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
글 이상재 기자 (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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