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용산에서 (03) --- 새 삶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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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3-11 02:27 조회1,457회 댓글0건본문
저녁 8시. 학원을 마치고 1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서울역에 가서 4호선 사당역 가는 길로 환승하고, 숙대입구(갈월)---삼각지---신용산---이촌역을 지나 드넓은 검푸른 한강(동작대교)를 건너 동작동 국립묘지를 지나고 총신대입구(이수)역에서 내려 14번 출구로 나온다. 새 삶터를 찾아가는 길이다.
시장통을 가로질러 6-7분을 걸어 올라가면 우성A가 길 옆에 버티고 서 있다. 7층에 19평짜리 보금자리가 들어서 있다. 우성A 단지 바로 위에는 윤만 형님 회사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극동A 단지가 있고.
3월 3일 오후. 간단한 짐을 옮겨 놓으면서 걸레질을 하게 되었다. 결혼생활 13년에 그으 잔소리에도 버티고 안했던 걸레질을 하게 된 것이다. 선배 직원은 등 뒤에서 바로보고 있고... 순간적으로 당황스럽고 창피해서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가슴 속은 후회, 당황, 서글픔 등등으로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한다. 등뒤로 식은 땀이 흐른다. 방 2개, 거실 전체를 걸레질하고 나니 온 몸이 뻐근하고 팔이 후들후들 떨린다.
3월 4일 밤. 처음 입주하는 날. 눈발이 얼마나 쏟아지는지 장마비가 쏟아지듯 했다. 앞을 볼 수 없어 걸음 옮기기도 힘들 정도였다. 입주 신고식 한번 호되게 하게 되었다. 또 한번의 서글픔에 빠지고...
다음날 아침 첫 출근길. 전철 밖으로 내다보는 동작동과 한강변은 그야말로 雪國의 아침이었다. 눈이 차갑고도 부셨다. 북극지방 시베리아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 듯했다.
라디오에서는 중부지방에 100년만의 3월 폭설로 교통이 완전 마비되고 3천개 가까이 되는 학교가 휴교를 했다고 계속해서 방송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일곱 살 딸 아이가 휴대폰으로 알려온 바에 의하면 청주도 눈 속에 파묻혀 있다고 한다. 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휴교를 했다고 자랑삼아 한참을 재잘재잘 떠들어 댄다. 딸 아이는 매일 저녁 전화하기로 약속을 했다. 눈 속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이제야 더욱 실감이 난다.
남자는 무뚝뚝하다고 하더니 초등학교 3학년 아들 놈은 전화 한통 없다. 아빠 생각도 안 나는지? 보나마나 게임에 푹 빠져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흔들림없이 듬직하기도 해서 믿음직하기도 하다.
집을 떠나오는 날까지 아내는 시원하게 잘 됐다고 신이 난 듯 이것저것 챙겨 대더니, 오늘 통화할 때는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다. 지가 별 수 있나? 남편 그림자의 든든함과 소중함을 절절이 느끼리라.
솔직히 나도 이틀만에 아내가 안스럽다는 생각에 목이 메어 온다. 토요일날 일찍 내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방안에는 이불과 요 한 장, 옷가지 몇 개, 책 몇 권, 라디오 하나, 휴대폰과 MP3 충전기, 보리차 끓일 주전자와 컵, 그리고 라면 끓여 먹을 그릇 한두개와 수저, 그리고 화장실 세면도구 몇 개가 전부이다. 허허벌판이다. 간소하고 시원해서 좋다.
방안에서 심심할때는 라디오를 켜 놓고 잠깐씩 교통방송을 듣는다. 어디는 길이 막히고 어디쯤은 어떻고... 교통방송을 듣다보면 계속 이동중인 착각에 빠지곤 한다. 역마살이 발동해서 몸이 뒤틀리고 마음이 불편할 때는 교통방송을 들어야 겠다. 역마살 욕구가 해소되는 듯하다.
식사는 저녁은 학원 아래 분식집에서 김밥 한두줄로, 아침은 출근해서 사무실 아래 편의점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점심을 든든하게 먹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입주하고 2,3일은 잠은 오지 않고 머리속도 말짱하니 또렷하다. 책보다가 하루일과 정리하다가, 또 책보다가 교통방송 듣다가, 밤 2시를 넘기고 새벽이 가까워오고 있다.
⇒⇒⇒ 우리 홈페이지 내용과는 관련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혼자 생각을 정리도 할겸 소개도 할겸 해서... 양해하여 주시옵기를...
안사연 초대 집들이는 3월 13일 토요일, 백범기념관에서 예정되어 있는 대종회 정기총회 끝나고 자리를 옮겨서 간단히 식사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생각중입니다.
▣ 김윤만 - 3/13 총회 참석은 불가할 것 같고, 15:30 결혼식(서초동) 참석했다가 집들엔 꼭 참석하겠습니다.
▣ 김윤식 - 대부님, 눈에 선합니다. ^^
▣ 김태영 - 반갑습니다. 변함없이 좋은글 기대합니다.
▣ 김항용 - 당일 청주 가기 바쁘실텐데 집들이 문제는 추후로 미루는 것이--
▣ 솔내 - 타향살이(혼자)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입니다. 꼭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건강이 제일인데 음식을 소흘히 하면 안됩니다.
▣ 김태서 - 건강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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