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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잡록: 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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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서 작성일04-03-31 09:04 조회2,5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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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잡록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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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on09.gif 정이오(鄭以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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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관은 진주(晉州)이며 호는 교은(郊隱)이다. 공민왕 말년에 과거에 급제하였고 시를 잘하였으며, 선산(善山)에 지방관으로 있었는데 일처리가 맑고 간략하며 문치(文治)에 여유가 있었다. 본조(本朝)에 들어와서 벼슬이 찬성사(贊成事)에 이르렀으며, 80여 세까지 살았고, 문정(文定)이라 시호하였으며, 문집이 세상에 전한다.
○ 선산 원이었을 때, 〈비봉산 제성단(飛鳳山祭星壇)〉이란 한 절구를 읊기를,

관아의 일이 끝나 한가한 틈을 타서 성곽 서쪽으로 나가니 / 衙罷乘閑出郭西
중은 없고 절은 낡고 길마저 험하구나 / 僧殘寺古路高低
제성단 언저리엔 일찍 봄바람이 찾아와 / 祭星壇畔春風早
붉은 살구꽃 반쯤 피고 산새가 우네 / 紅杏半開山鳥啼

하였다. 의종 때에 남극(南極)의 노인성(老人星)이 선주(善州 선산의 옛이름)에 나타났으므로 해마다 봄ㆍ가을ㆍ중기일(中氣日 춘분과 추분날)에 나라에서 향(香)을 내려 이를 제사 지내는데, 단은 부(府)의 서쪽에 있는 비봉산(飛鳳山)에 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 한양(漢陽) 〈남산팔영(南山八詠)〉에 〈척헌관등(陟巘觀燈)〉이란 시가 있는데, 교은이 읊기를,

초파일(4월 8일, 즉 석가모니의 탄신일) 관등놀이 성대하니 / 八日觀燈盛
태평하기 몇 해이더뇨 / 昇平第幾春
만감(여러 감(龕). 감은 탑, 또는 탑 밑의 실(室))은 그림같이 밝고 / 萬龕明似畫
사방은 티끌 없이 맑구나 / 四境靜無塵
무지개 같은 불꽃은 남두성에 서렸고 / 虹焰蟠南斗
별빛은 북두성을 에워쌌네 / 星芒拱北辰
밤을 새도 구경을 못 다 하겠구나 / 通宵看未足
새벽이 된 것도 깨닫지 못하였네 / 不覺到鷄晨

하였고. 또 〈답청(踏靑 청명(淸明)을 전후한 이른 봄의 들놀이)〉이란 한 절구가 있으니,

꽃 찾는데 바람이 산들 불고 / 問花風淡蕩
답청하는데 햇볕 따사롭구나 / 踏靑日暄姸
좋은 모임에 친구 많지 않으나 / 良會無多子
높은 정취는 신선보다 낫네 / 高情勝別仙

하였다. 동상
쌍매당(雙梅堂)이첨(李詹)이 교은(郊隱)과 시를 논할 적에, 스스로 글귀를 얻은 것을 자랑스럽게 내놓았으니,

연기는 두목의 진회주D-001의 밤에 비꼈고 / 煙橫杜子秦淮夜
달은 소동파의 적벽 가을에 밝구나 / 月白蘇仙赤壁秋

하니, 교은이 여러 번 읊어보고, “롱(籠)ㆍ소(小)” 하였으나, 이첨이 처음에 알아듣지 못하므로, 정이오가 천천히 읊기를,

연기는 두목의 진회 밤에 덮였고 / 煙籠杜子秦淮夜
달은 소동파의 적벽 가을에 작구나 / 月小蘇仙赤壁秋

하였다. 롱(籠)ㆍ소(小)라는 두 글자는 먼저 것에 비하여 백 배(倍)나 정채(精彩)롭다. 〈시어(詩語)〉
○ 이른 봄에 여러 늙은이들과 성(城) 남쪽에서 연구(聯句 시구 하나씩 부르는 것)하는 모임을 가졌는데, 많은 동리 자제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교은이 먼저 부르기를,

소가 좇고 있는 언덕엔 풀이 비로소 파랗고 / 眠牛壟上草初綠

하니, 박치안(朴致安)이란 사람이 곧 응대하여 이르기를,

새 우는 가지 끝엔 꽃이 한창 붉구나 / 啼鳥枝頭花正紅

하매, 자리를 같이한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였으며, 시의 명성이 이때부터 당시에 크게 떨쳤다.
○ 교은의 시에,

송곳 세울 좁은 땅마저 권세가에 들어가고 / 立錐地盡入侯家
시내 산골짜기의 경치만 남아 있어 현에 속한 곳이 많구나 / 只有溪山屬縣多

하였는데, 호강(豪强)한 자들이 모두 차지하여 가난한 사람들은 송곳 꽂을 만한 땅도 없으며, 빼앗지 못한 것은 시내와 산뿐임을 말한 것이다. 동상
교은이 김방경(金方慶)의 〈행장〉을 보고서, “이것은 창연(蒼然)하면서도 노련한 솜씨의 작품이다.” 하고, 다만 몇 글자만을 고쳤다. 〈행장〉의 발문(跋文)
○ 탐라(耽羅)는 그 풍속이 노(獠 서남지역에 사는 오랑캐)와 같고 그 땅이 멀며, 성주(星主 제주 목사)와 왕자(王子)와 토호의 세력 강한 자들이 평민을 다투어 차지하고, 일을 부리는데 이를 인록(人祿)이라 하며, 백성을 괴롭혀 욕심을 채우므로 다스리기 어렵다고 일컫는다. 〈교은송인서(郊隱送人序)〉
   
[주 D-001] 두목의 진회 : 두목의 박진회(迫秦淮)라는 시에 ‘강뜰에 안개 덮이고 백사장에 달빛 쏟아지는데[煙籠寒水月籠沙], 밤에 진회에 정박하니 술집이 가까워라[夜泊秦淮近酒家]’라는 구절이 있다.



▣ 김항용 -
▣ 김항용 - 충렬공할아버지와 관련한 주변의 역사 자료 정리가 엄청난 범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윤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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