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평 작은 집에 이사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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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5-17 21:39 조회1,643회 댓글0건본문
일전에 정중 님께서 소개해 주신 의성 사촌에 사시는 일가이시고 향토사학자이신 김창회 님의 책 "대추꽃 예찬"을 구입하여 읽고 있다. 30여년 교육행정직에 몸담고 계시면서 느낀 일, 퇴직하시고 시골에서 한가로이 지내시면서 느낀 일 등을 지역신문인 의성신문에 연재해 오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어 간행한 것인데, 진솔하고 수수한 맛에 푹 빠져 든다. 옛 고전에도 밝고 교육적인 이야기도 많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재미와 교훈이 작지만 흐뭇하다.
직장 관계로 서울로 이사를 온지 어느새 한 달이 넘어간다. 먼저 살던 집은 23평 아파트였는데 지금 사는 집은 19평이다. 복도식 이어서 한두평이 더 빠질 것이다. 23평에는 방이 세 개, 앞 뒤 베란다, 주방겸 큰 거실, 그리고 화장실이 있었는데, 이사 온 4평 적은 19평에는 방이 두 개에 앞 베란다 하나, 그리고 주방겸 작은 거실과 화장실이 있다. 작아서 아담하고 아늑해서 좋다. 작은 집이 마음과 몸에 더 맞는 것 같다.
우선 방 청소하기가 거뜬하다. 전에는 23평을 청소기로 밀기도 힘에 부쳐 닦는 것은 매번 모른척하곤 했다. 19평에 살면서 청소기를 버리면서 자연스럽게 비질을 하게 되었다. 바닥 면적이 적다 보니 금방 끝나고 약간 미진한 듯하여 앞 베란다, 현관 바닥 구석구석까지 비질을 해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어떤 때는 걸레질까지 하게 된다. 아침 저녁 시간나는 대로 하게 되는데 간이 운동 삼아 하게 되니 재미도 있다. 집안이 깨끗하고 제대로 정돈되어 간다는 느낌에 기분이 홀가분하다. 아들 놈 아토피도 많이 좋아져서 더 그렇다.
둘째로는 가족끼리의 공간적 거리가 가까워지니 항상 눈에 보이고 수시로 부딪치면 생활하게 된다. 방이 두 개 밖에 없다 보니 작은 방 하나는 아들놈 방 겸 내 서재로 꾸미고, 할 수 없이 TV와 컴퓨터는 안방 前面에 양 쪽으로 하나씩 배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보니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게 될 때는 가족이 한 자리에 앉게 된다. 혹 이상한 내용이나 장면은 볼 수도 없고 피해가게 된다. 딸 아이는 양치질도 꼭 같이 하자고 하면서 항상 붙어 다닌다.
일거수 일투족을 서로 보면서 지내니 자연히 행동과 말도 조심스러워지고, 항상 교육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가족과의 대화도 늘어나고. 가족 일기장 한권을 마련했다. 한 일기장에 우리 가족 넷이서 돌아가면서 일기를 쓰는 것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일기를 쓰고 보면서 서로의 하루 일과와 생각을 알게 된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하였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알게 된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우리 가족 넷이서 손 잡고 지하철 타고 지리도 익힐 겸 서울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전철요금과 한끼 식사비, 입장료 정도만 있으면 되니 경비도 들지 않는다. 큰 무리도 없으니 피곤하지도 않다. 벌써 한달새에 창덕궁과 비원, 창경궁과 종묘, 서울대학교, 남산한옥마을, 덕수궁 돌담길, 수원, 인천 월미도 등을 돌아 다니고 있다. 자연히 새벽부터 서두르고 밤늦게까지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멀고 긴 여행은 하지 않게 된다. 이 역시 작은 편안함이다.
작은 칭찬을 들을 때 행복하다. 사소한 작은 일에도 칭찬을 듣거나 격려 전화를 받을 때에는 마음이 들뜨고 하루종일 몸도 마음도 가볍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아이둘과 아내에게도 작지만 잘한 마음씀과 행동이 있을 때에는 "잘 했구나" "참 대견하구나" "너희들이 잘 하니 아빠가 기분이 좋구나" 하는 작은 칭찬 한마디에도 아이들은 얼굴이 환해지고 입이 벌어진다. 잘못을 할 경우에는 때와 방법을 잘 생각해서 지적을 해야 하기도 하지만.-----
▣ 솔내 - 서울 생활이 낯설고 해서 향수병이나 안 걸리시려나 근심했더니 기우였네요. 오히려 잘 활용하시는 걸 보니 든든하기도 합니다.
▣ 상 석 - "부지런한 선비 上京記",81年 본인이 入京할 때의 착착함이 그 후로도 오랬동안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그렇게 물흐르듯 순리대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식구들 챙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지요.
▣ 김태중 - 한동안 보이시지 않더니 서울로 가셨군요 무궁한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 김윤식 - 낯설고 물선 서울 생활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아드님 아토피가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입니다.
▣ 김발용 - 가시는 길에 불러주시면...얼마나 좋을까 ...좋을까...
▣ 김발용 - 가시는 길에 불러주시면...얼마나 좋을까 ...좋을까...
▣ 김항용 - 낯선 서울생활에 아무 도움을 못드립니다. 죄송하구요 모범적인 생활에 감동입니다. 특히 공동 일기쓰기는 기발한 아이디어요 가족사랑의 핵입니다.
▣ 김주회 - 태중 종친님! 인사도 못드리고 올라 왔습니다. 상락회 모임도 해야 하는데 하루하루 미루고 있습니다. 일간 연락 드리겠습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 김진중 - 할배요 글솜씨가 참 좋네요 앞으로 수필가로 등단을 하셔도 좋을만치...
▣ 김영윤 - 모처럼의 서울생활을 십분 활용하는 주회씨 가족의 단란함이 물씬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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