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문서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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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7-07 00:43 조회1,450회 댓글0건본문
“25년간 美 문서보관소서 살았죠”
근대사료 180상자 분량 발굴 재미사학자 방선주박사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의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관련 자료들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25년째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노학자가 있다.
미국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칼리지 파크에 있는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로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하며 한국관련 자료를 찾고 있는 재미사학자 방선주(71·한림대 객원교수·사진)박사.
지난 2일 NARA에 있는 휴게실에서 만난 그는 고령인데다 50㎏도 안돼 보이는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기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정부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부분의 관련 자료를 복사해갔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회, 군사편찬연구소, 대학, 신문사 등에서 개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다보니, 같은 문서를 복사해가는 등 폐단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 2001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연간 20억원을 들여 대량으로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NARA에 있는 자료 중 많은 부분을 국편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측이 불리하다 싶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않습니다. 반면 북한군의 만행과 관련된 자료는 요청하면 금방 공개됩니다.” 이때문에 미국이 공개하는 자료들은 신뢰도에 있어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NARA의 한국자료관리자인 보일란씨도 급하게 한국자료가 필요할 경우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이곳에서 한국관련 자료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 “이곳에 있는 자료를 몰래 가져가는 한국인들이 간혹 있지요. 한번은 박헌영의 결혼사진중 5장이 분실돼 한바탕 소동이 빚어진 적이 있었어요. 한국인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며 보일란씨가 윗사람에게 불려가 혼쭐이 났었습니다. 그가 나를 급히 찾아와 도와달라고 해서 갖고 있던 마이크로필름 복사본을 확인해 본 결과 분실된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없었던 것으로 판명이 났지요.”
“부시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전에 공개되었던 자료들이 다시 비공개로 분류되는 바람에 볼 수 없게 된 자료들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이들 자료를 다시 공개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이와함께 NARA 못지않게 사설 연구소나 개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관련자료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대통령이 통수권을 미국에 이전한다는 문서를 발견하고는 떨리는 손으로 만져 본적도 있었어요.”
지금까지 그가 찾아낸 것 가운데 백범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가 미군방첩대(CIC)요원이자 극우테러집단 ‘백의사(白衣社)’소속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를 2001년 당시 국사편찬위원회 정병준씨와 함께 발견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 또 ‘백의사’가 1946년 3월1일 평양역 광장에서 김일성, 김책 등 북한 정권 핵심 인물을 암살하기 위해 폭탄투척사건을 일으켰으며 여운형과 장덕수의 암살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비밀문서를 발굴한 것도 수확이다.
또한 한국전에 참전한 중국군관련 문서를 대량으로 찾아낸 것도 중요한 성과다. 이 문서들은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지난 2000년 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 자료총서 8권짜리로 엮어져 출간되기도 했다. 그는 특히 “6·25 당일 부산앞바다에서 800여명이 탄 1000t급 북한군 괴선박을 7시간30분동안 대치하다가 격침시켰다는 주한미해군사령부의 1일전투보고 비밀문서도 입수했다”며 “전쟁통에 오랜시간 대치한 것으로 봐서 북한군함이 아닌 보도연맹 관련자 처벌용이 아니었는지 침몰지점이 정확히 기록되어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공개자료를 공개해 달라는 요청을 끈질기게 한 끝에 무려 180상자나 되는 자료를 발굴해낸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는 그는 “의미있는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한·미간에 미묘한 시기인 만큼 현 단계에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한국에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는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소신으로 보였다.
앞으로 3년간 한국관련 자료를 더 찾은 뒤 일본자료 속에 묻혀 있는 한국관련자료들을 찾을 계획이란다. 또 철저히 기록에 근거하여 4년째 집필하고 있는 가제 ‘6·25전쟁사’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하워드대 교수로 있는 부인 정금영(64)씨, 변호사인 아들 수호(31)씨와 함께 NARA 인근에서 살고 있다.
워싱턴〓박현수기자 phs2000@munhwa.com
문화일보 (기사 게재 일자 2004/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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