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온공 종택 발굴 참여 보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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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5-01-03 12:04 조회2,081회 댓글5건본문
다시또 차근차근 발굴이 시작되었다.
조심조심 흙 한줌 한줌을 파 내려가면서 모두들 긴장한 표정들이었다.
박교수의 예리한 눈빛이 돌틈에 내리 꽂히고,
작업하는 연구원들과 인부들의 손끝에서 흙한덩어리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섬세함에
우리들 안동김씨일동은 숨을 죽이며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길이 2미터 남짓하고 폭이 1미터쯤되는 타원형으로 둘러쌓인 돌더미 가운데에 흙을
조심조심 파내기를 이십여분...
문득 내눈에 조그만 기와파편이 들어왔다.
연구원은 즉시 이 파편을 거두어내고 박교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때 박교수 얼굴에 스치는 야릇한 표정에서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뭉클함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어 건너편에 있는 발용씨에게 눈빛을 주었다.
아! 이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앞으로 선사시대의 다른 유물이 출토되지 않는 한 분명히 이 돌더미는 선사시대의 것이 아닐 것이라는 증거가 충분히 되리라.
선사시대의 유적에서 기와파편이 출토될 수 없을 것이라는 나의 추리는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는 듯 했다.
계속해서 옆의 흙을 모두 거두어 냈으나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깨어진 기와파편을 손으로 만지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 아무 쓸데 없는 기와파편은 내가 고마운 기념으로 갖어야겠다고 했더니
박교수는 그것이 선사시대의 유적지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니 따로 처리해야겠다고 했다.
아무려먼 어떻한가! 이 돌무덤이 선사시대 유물만 아니라면....
“구둘장이 모두 검게 그을러 있고 옆의 세운 돌들도 모두 그을러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기와 파편으로 미루어 보면 이 돌무덤은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근세의 온돌인 듯 합니다.
그러나 바닥에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불을 때는 다른 곳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아, 밖에서 불을 땐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불길이 들어온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해가 안 갑니다만, 어쨌던 선사시대의 유물이 아닌 것은 틀림 없습니다.“
박교수의 이말에 우리(안동김씨 일행)은 모두 지옥에서 천당으로 다시 올라온 듯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몇시간 동안 모두 얼마나 가슴 조리며 조바심했던가?
그제서야 우리 모두는 환한 웃음으로 주위를 맞을 수가 있엇다.
언제 오셨는지 김도만 부회장님의 모습도 보이고, 긴장에서 풀린 종손 광도씨와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흐르는 안사연 식구들(태우,발용,항용,주회)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때의 기분을 글로 쓸 수 없는 내 재주가 몹시 한탄스럽기만 하다.
(이틀후 내가 다시 현장을 갔을때 이 돌더미 발굴 현장은 흙으로 덮여져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팠던 흔적만 있을 뿐.. 당시 애탔던 우리의 마음만 허고에서 맴돌고..
모든 지표면은 비닐로 덮여저 있었고 주춧돌만이 열병식하듯 줄지어 서 있는 장관을 보면서그제의 애탔던 상황을 다시한번 새겨보았다..)
꼬리 짧은 겨울해는 벌써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초석이 반듯반듯 줄지어 있는 발굴현장을 한발한발 더듬어 가면서 이 종택이
원래의 모습으로 재현복구된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요새는 컴퓨터그래픽으로 가상의 재현도 하는 것을 본적이 많은데(역사스페셜 같은데서)
그렇게라도 해불 수 있다면 얼마나 장대하겠느가?
박교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짧은 초겨울 해는 저물어 가기 시작하였다.
저녁먹고 가라고하는 종손을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부지런히 포천으로 향했다.
아침에 올때 건성으로 지나친 조경선생의 묘를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끝
댓글목록
김정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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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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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을유 새해 닭 울음 소리와 함께 찾아든 기쁜 소식 감탄입니다~!!
이제야 x화일 히든 카드가 열렸습니다
김영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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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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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5회의 걸친 숨가빴던 발굴 현장 묘사를 마음 졸이며 읽었습니다
그럼 이젠 발굴이 끝난건가요?
새해에도 댁내에 행복이 충만하시길 빌며 많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김윤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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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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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오며 연재 가슴 조리면 잘 읽었습니다.
이제 좋은 결실이 속히 맺어지길 기원합니다.
김윤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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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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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대부님 연재 감사합니다.
조마조마하고 궁금해서 속이 구들장처럼 시커매졌습니다.
종택 복원을 그려 봅니다.
김주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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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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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솔내 대부님! 지난 한해 베풀어 주신 따뜻한 보살핌 감사드립니다.
희망 가득한 새해! 건강하시고 하고자 하시는 모든 일이 형통하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