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주고려혜인사대장경희사기(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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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회 작성일05-01-22 14:28 조회1,584회 댓글3건본문
항주고려혜인사대장경희사기(杭州高麗慧因寺大藏經喜捨記) 해석자: 최연식 고려국첨의찬성사원공사대장경기
한림원직학사 조열대부 본국중대광 수첨의정승 우문관대제학 감춘추관사 판선부사 치사 민(閔)□□ 지음.
중대광 상락군 김순(金恂)이 글씨와 제액(題額)을 씀.
진리의 참된 모습으로 보면 텅 비어 있고 공적(空寂)하여 이름도 없고 형상이 없으며, 본래 중생이 없고 부처님도 없다. 어찌 생겨나고 없어짐, 즐거움과 괴로움이 그 속에 있겠는가. 그러나 여러 생명 있는 것들이 참된 것을 저버리고 허망한 것으로 나아가면서 태어나고 죽고 오고 가는 것이 저절로 있게 되고 그로부터 죄와 복이 생겨나고 괴로움과 즐거움이 여기에서 나오게 된다. 죄와 복이 생겨남에 다시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있고, 그에 따라 괴로움과 즐거움이 나오는 것이 사람 몸에 그림자가 따르는 것과 같다. 이에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당 등 여러 윤회의 세상이 뒤섞여 생겨나니 이것이 이른 바 중생이다. 괴로움은 지옥보다 괴로운 것이 없고, 즐거움은 천당보다 즐거운 것이 없다. 그러나 천당의 과보가 다하게 되면 또한 다섯 가지 쇠퇴함[五衰]의 괴로움이 있게되며 자기 업보를 따라 아래세상으로 떨어져 세 가지 나쁜 세상[三途]을 면할 수 없게된다. 그러므로 천당의 즐거움은 자만할 것이 못된다. 그런 가운데에 한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있어 중생이면서 큰 자비심을 일으키고, 큰 자비심으로 인해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내고,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으로 평등하고 올바른 깨달음을 이루니 곧 부처님이시다. 부처님은 평등하고 큰 자비의 마음으로 중생들을 다 같은 아들로 보시지만 중생들은 근기가 같지 않아서 하나의 가르침으로 구제할 수 없다. 그래서 그 근기에 맞추려고 하여 3승(三乘)과 12분교(十二分敎), 8만 4천의 경전 등이 있게 되었으니 세상의 훌륭한 의사가 여러 병자들을 낫게 하기 위하여 천여 가지의 약을 쓰고 만 종류의 처방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일부러 많은 약을 쓰고 처방을 넘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에 따라 약이 다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처음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고 가르침을 베푸심에 녹야원(鹿野園)에서 시작하여 쌍수(雙樹) 아래에서 열반하실 때까지 77년 동안 설법하신 법문(法門)이 적지 않게 되었다. 1천 년 뒤에 그 가르침이 동쪽으로 전해지게 되니 한(漢)나라 명제(明帝)가 꿈에 금인(金人)을 본 이래로 인도의 범본(梵本 :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불경)이 중국말로 번역된 것이 무려 5천여 권이나 되었다. 경(經)과 율(律)은 모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고, 론(論)은 모두 여러 보살들이 지은 것이니『역경(易經)』에 대하여 십익(十翼)을 지은 것과 같고『춘추(春秋)』에 대하여 삼전(三傳)이 있는 것과 같다. 여러 경전들이 가지고 있는 공덕을 간략하게 들자면 어떤 경전은 그 이름이나 두 구절의 내용을 듣기만 하여도 칠보(七寶)만으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를 가득 채워 보시하는 것보다 뛰어나며, 또한 반 구절의 게송만 이해하여도 100 항하사(恒河沙 : 갠지스 강가의 모래의 수)만큼의 중생들을 가르쳐서 아라한과(阿羅漢果 : 진리를 깨달아 열반에 든 성인의 경지)를 얻게 하는 것보다 뛰어나다. 그 중에 밀교(密敎)에서는 그림자가 경전을 읽는 것을 지나가기만 하여도 이익이 있다고 하며 혹은 (경전) 한 글자의 공덕으로 능히 죄를 없애고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며, 계율은 하루만 지켜도 능히 부처의 정토에 태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만일 능히 1권의 경전을 만들고, 한 구절의 뜻을 듣고, 한 글자의 공덕에 의지하고, 하루동안 계율을 지키는 것이 족히 천 번 태어나고 만겁(萬劫)이 지나도 만날 수 없는 큰 행복이 될 것이다. 하물며 대장경을 만들어 해마다 펴서 읽는다면 어찌 앞에서 이야기한 공덕의 만만배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은 큰 재력을 가진 사람이라야 할 수 있는데, 세상의 부귀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재물을 모음에 만족할 줄 몰라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는 열심이지만 착한 일을 하는 데에는 게으르다. (땅이) 네 산에 미치고 다섯 집안의 재산을 합하였다고 하여도 서로 다투고 빼앗은 후에는 어찌할 수 없게 될 것이니 설혹 분양(汾陽)과 같이 부자가 된다고 하여도 도대체 죽은 후에 무슨 이익이 될 것인가. 지금 세상에서 홀로 초연하여 세상을 벗어난 밝은 앎을 가지고 계신 분은 오직 우리 퇴옹(退翁) 원(元) 상공이 계실 뿐이다. 상공은 벌열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 과거에 합격하셨고 명예롭고 중요한 관직을 거쳐 재상의 지위에 오르셨다. 관직에서 물러나신 후[急流] 노담(老聃 : 노자(老子)의 이름)의 만족함을 알라는 가르침을 생각하고 좋은 인연을 깊이 믿으며 사령운(謝靈運)이 집에서 승려처럼 지낸 것을 흠모하였다. 일찍이 돌아가신 첨의중찬 안(安)공과 함께 정성스러운 서원을 세워 대장경 1부를 만들어 사명산(四明山 : 중국 절강성(浙江省) 영파(寧波) 남쪽에 있는 산)에 있는 천동선사(天童禪寺)에 봉안하였는데, 그러고도 아쉬움이 있어 이제 다시 비용을 계산한 후 재산을 모두 들여 대장경 1부를 찍어 대각국사(大覺國師)께서 세우신 도량에 봉안한다. 땅이 뛰어나고 사람이 훌륭하며 법보(法寶 : 대장경을 가리킴)가 갖추어져 있다고 하여도 만일 매년 이를 펼쳐 읽어서 그 행복과 이익을 불러오지 않는다면 좋은 밭을 많이 사고 좋은 씨앗을 멀리서 구하고서도 밭을 갈 줄 모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에 매년 대장경을 읽을 수 있는 비용을 아울러 희사하니 훌륭하고 전에 없던 일이다. 바라는 바는 오직 황제폐하의 성수(聖壽)가 만만세(萬萬歲)에 이르고 황태후께서 억년 만년 사시며, 심왕(瀋王 : 충선왕을 가리킴)과 국왕(당시의 고려국왕인 충숙왕을 가리킴)께서도 각기 오래 사시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극락에 피어있는) 보배 연꽃에 오르시는 것, 그리고 사생(四生)과 육도(六道)의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모두 혜택을 입어 함께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크도다, 그 마음이여. 만든 대법보장(大法寶藏)을 이 땅(고려를 가리킴)에 두지 않고 저 곳(중국을 가리킴)에 봉안하는 것은 자기와 남,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커다란 공덕을 짓고서 먼저 임금님과 부모님께 바치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충성과 효성의 길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자신의 이익을 뒤로 돌린다고 하여도 복록(福祿)이 어찌 공에게 우선하여 오지 않겠는가. 나머지 공덕이 있어 자손에게도 또한 나머지 경사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일찍이 공과 같이 과거에 합격하여 일찍부터 서로 잘 알고 있는데 공이 직접 글을 써주기를 부탁함에 나는 늙고 병들어서 할 수 없다고 굳게 사양하였다. 하지만 거듭하여 부탁하므로 할 수 없이 보고 알게 된 것을 거칠게 쓰는 바이다.
연우(延祐) 원년(충숙왕 1, 1314 ) 2월 일
공덕주(功德主)는 대광 첨의찬성사 판총부사 치사(大匡 僉議贊成事 判總部事 致仕) 원관(元瓘)이고, 성해자조명종대사(性海慈照明宗大師) 화엄종주(華嚴宗主)로 항주로 고려혜인교사(杭州路 高麗惠因敎寺) 주지인 승려 혜복(慧福)이 비를 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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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주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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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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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눈이 번쩍 번쩍 뜨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찾던 자료입니다.
1314년 2월, 민지 찬, 김순 서병전, 공덕주 원관(=김승용 처부), (중국 절강성) 항주 고려혜인교사 주지 혜복 세운 <고려국첨의찬성사원공(=원관)사대장경기>!!!
문영공 선조님께서 書하신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제액(題額)을 쓰신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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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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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하시는 님은 길동이십니다. 반갑고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솔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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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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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감사합니다. 보물을 접할 기회를 갖게 해 주신데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