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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 김시양 선조님의 유배길을 따라서-임자일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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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5-02-24 23:08 조회1,485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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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하여 말하기를,

  「우연히 (출제가) 나왔다 하나, 무슨 꺼리는 것이 있기에 두세 번 바꾸기를 청했을 것이며, 포위망을 뚫으려고까지 하기에 이르러서야 제를 고친 것은 오로지 옳은 일이 못 된다. 그리고 소위 ‘우리들이 중장(中場)에서 제(題)를 참으로 지으려 해도 지을 수가 없고, 비록 상등(上等)의 문장이 있다 해도 원컨대 시관(試官)은 오로지 헤아려서 취해서는 안 됩니다.’ 운운 한 것과 ‘시관(試官)이 합격자를 뽑는데 감히 높은 등급을 낼 수 없고 다만 다음 등급을 내게 된다.’ 운운 한 것은 모두 이것이 헛 전해진 것인가.」

「유생(儒生)이 애초에 시관(試官)에게 일찍 말이 있지 않아도, 시관(試官)등이 역시 확인하여야 하는데 일찍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제술이 너무 졸렬하여 비록 높은 등급은 없었다 해도 역시 삼하(三下)로 4명을 얻었습니다. 신(臣)이 비록 거짓 꾸미고 싶어도, 호남(湖南)의 사자(士子)가 모두 있고, 정목(庭睦)과 효선(孝先)등도 역시 있는데, 어찌 감히 하늘의 태양 밑에 스스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무릇 시취(試取)하는 규정은 시관(試官) 삼명이 출제 가부를 서로 하고, 합격 선정을 하는 일을 논의하여 모두 동의한 다음에 감히 하는 것이지, 시관(試官) 한 사람이 대충 말하겠으며, 이번 제(題)가 좋지 않았으면 역시 낼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글의 뜻에 불안을 느꼈다면, 어찌 출제할 리가 있겠습니까. 시관(試官)세 사람이 고루 남의 신하인데, 비록 혹시 한 사람이라도 세밀히 생각하지 못하고 이 제(題)를 내었다 하더라도, 동참자가 조금이나마 혹시 느껴 깨달음이 있었으면 반드시 곧 논변하며 힘껏 싸웠지, 어찌 소매를 끼고 방관하다가 마침내 한마디 말도 없이 함께 불측의 죄에 빠질 리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악하다고  해도 남이 들어 알까 두려워하는 것이 상정(常情)이고, 사랑하는 몸이 화를 입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거늘, 많은 선비들이 시험을 보는 곳이 어떤 곳입니까. 결코 무심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두 번에 이르기까지 그만 두지 않았다가, 하필 죄를 짓고 난 다음에야 그만둠은 이는 인정에 맞지 않은 바입니다. 신(臣)은 황송하게도 시관(試官)으로서 어리석게도 가부를 결정할 때에 살피지 못했으며, 오로지 깨닫지 못하고 먼 곳으로 말이 와전(訛傳)됨을 면치 못하여 대관(臺官)의 논함이 일어났습니다. 참으로 그것이 유죄냐 무죄냐 함은 하늘의 태양이 위에 있는데, 신(臣)의 마음을 속인다고 동참한 시관(試官)이 그렇게 속겠습니까. 시관이 속인다고 하늘의 태양이 그렇게 속겠습니까.」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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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도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도
작성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솔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솔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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