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관전서 - 유구(琉球)의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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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서 작성일05-03-23 20:36 조회1,833회 댓글1건본문
청장관전서 제69권
한죽당섭필 하 寒竹堂涉筆下
유구(琉球)의 사신
유구의 사신이 역대로 우리나라에 와서 조공(朝貢)하는 길이 경상도를 거쳤으니, 응당 일본(日本)의 살마주(薩摩州)로 가서 일본에서 오는 사자를 따라 우리나라에 온 듯싶다. 점필재(?畢齋)의 인동객사기(仁同客舍記) 주D-001에 이르기를,
"인동(仁同)은 낙동강 동편에 있는 영남(嶺南) 중로(中路)의 요충지로서 일본ㆍ유구ㆍ 구주(九州) 주D-002 세 섬나라의 오랑캐들이 보물을 받들고 중역(重譯)을 거쳐 조공 오는 자를 조석으로 맞이하고 전송하여 사철 끊이지가 않는다."
하였다.
점필재가 또 앵무새를 두고 지은 시가 있다. 이는 유구국의 왕이 사신을 보내어 앵무새 한 마리를 바쳤는데 이를 동도(東都)에서 보고 지은 것이다. 그 시는 이러하다.
진기한 새 한 마리 동방에 왔으니/珍禽隻影到東?
여러 날을 밤낮으로 배 타고 왔으리/幾伴檣鳥日夜馳
슬프게 우는 건 아마 고향이 그리워서고/鳴咽祇應思故土
웅얼웅얼할 때는 말 배우는 어린애 같네/??還欲學癡姬
능화(菱花) 주D-003에 비친 푸른 빛 스스로 아끼지만/翠衿自惜菱花照
감색 빛 다리엔 옥쇠 사슬 면치 못했네/紺趾難辭玉鎖?
찬란한 색깔은 봉황과도 같으니/爭似九苞丹穴鳳
상서를 말하지 않아도 태평시대인 줄 알겠네/不言猶瑞太平時
또, 유구국의 사신이 연적(硯滴)을 상락군(上洛君 김질(金?)을 말한다)에게 선물하였는데 그 만듦새가 매우 정교하였다. 상락군이 나에게 대신 시를 지어 사례하게 하였다. 이때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산허리 비껴 뚫은 해안(海眼) 주D-004이 분명하니/山腹橫穿海眼明
그 누가 도자기로 고운 달을 만들었나/花瓷誰幻玉蟾精
이제 다시 문방우(文房友)를 얻었으니/從今添得文房友
붓 찍어 장차 내경경(內景經) 주D-005이나 써야겠네/濡筆將書內景經
[주D-001]인동객사기(仁同客舍記) : 원제(原題)는 인동객사증수기(仁同客舍增修記). 인동에 있는 객사의 증수 사실을 적은 것이다.《?畢齋集 卷二 仁同客舍增修記 代縣監金淀作》
[주D-002]구주(九州) : 일본의 본주(本州) 및 사국(四國)의 서남에 위치한 섬. 7개의 현(縣)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D-003]능화(菱花) : 능화경(菱花鏡). 육각형이 진 거울, 또는 거울 뒷면에 능화가 새겨진 것을 말한다.
[주D-004]해안(海眼) : 지하로 바다까지 통해 흐르는 물줄기가 지상에 나와 있는 부분. 여기서는 연적의 물이 나오는 구멍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5]《내경경(內景經)》 : 도가(道家)의 책인 《황제내경경(黃帝內景經)》을 말한다. 이는 《황정경(黃庭經)》의 의소(義疏)로서 위백양(魏伯陽)의 《참동계(參同契)》를 조술한 것이다.
점필재집 시집 제3권
[시(詩)]
유구국의 사신이 상락군에게 수적을 바쳤는데, 그 제도가 매우 정교하므로 상락군이 나로 하여금 대신 시를 지어 사례하게 하였다[琉球使以水滴餉上洛君其制甚巧上洛令余代作以謝]
산 중턱이 가로로 뚫리어 해안이 분명해라주D-001/ 山腹橫穿海眼明
꽃무늬 자기에 옥 두꺼비주D-002를 누가 환출했는고 / 花瓷誰幻玉蟾精
지금부터 문방의 벗을 더 갖게 되었으니 / 從今添得文房友
붓을 적시어 장차 내경경주D-003을 베끼련다 / 濡筆將書內景經
[주D-001]산 중턱이……분명해라 : 연적(硯滴)의 모양을 이름. 중국 복주(福州)의 설봉(雪峯)에 조수(潮水)에 따라 나오는 샘이 있어, 조수가 오를 때면 물이 졸졸 나오고 조수가 물러가면 그치므로 이를 해안(海眼)이라 하는데, 여기서는 연적의 물방울 나오는 모양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2]옥 두꺼비 : 이 역시 연적을 이름. 한(漢) 나라 때 광릉왕(廣陵王)이 진 영공(晉靈公)의 무덤을 파서 큰 주먹 만한 옥 두꺼비 하나를 얻었는데, 그 속에는 물을 5홉(合)쯤 담을 수 있고 아주 새것처럼 광택이 있으므로, 이것을 연적으로 사용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내경경 : 《황제내경경(黃帝內景經)》의 준말이다.
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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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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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홈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