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일기 007---(4.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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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5-05-08 22:13 조회1,476회 댓글8건본문
2005년 4월 30일 (토)
맑았으나 바람과 황사 약간. 중국의 노동절 연휴(4.30-5.8)가 시작되었다. 아침 늦게 일어나서 지내다가 오후에 한국유학생 H, J, 중국학생 Y, 아내와 함께 시내 쇼핑을 나갔다. 치우린[秋林] 지하상가, 치우린 백화점, 대학 정문 상가, 대학내 먹자골목을 둘러 보았다. 배낭, 모자, 우의, 과일 등을 샀다. 밤 9시에 중국 북방답사 사전점검 모임에 배낭 매고 참석했다. 중국어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여행준비가 복잡해서 숙소에 와서 다시 정리하고 타이핑했다.
5월 1일 (일)
쾌청. 완연한 봄날씨. 대학 교정에 생동하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잔디밭에는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나뭇가지에는 새움이 트고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31호 건물 앞 조형물광장 분수가 맞바람에 흔들흔들 멋지게 춤추고 있다. 아내와 둘이서 시내 쇼핑을 나갔다. 중앙대가 앞 한국상품전문매장, 중앙대가, 성소피아성당[현 건축박물관], 까르푸를 돌아왔다. 거리마다 상점마다 노동절 연휴 인파가 넘실댔다. 오후에 동학 H가 찾아와서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 유학생 J와 중국학생 Y도 다녀갔다. 밤 8시반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서서 일행과 함께 하얼빈역에 가서 21:58분발 중국 최북방 막하역 가는 기차에 올랐다. 1주일간의 중국-러시아 국경지방 답사에 참가했다. 일행은 19명 (중국 학생 17, 한국 유학생 2).
5월 2일 (월)
쾌청. 대경, 치치하얼을 지나고, 내몽고자치구 대흥안령산맥을 넘어 장장 20시간만에 저녁 6시 중국의 최북방 막하[漠河]역에 도착했다(91원). 잠은 설들고 몸은 뒤틀리고 매우 괴로웠다. 막하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미니버스를 타고 또 3시간을 까만 밤길을 달려 중-러 국경마을 북극촌[北極村]에 도착해서 여관에 짐을 풀고 자리 깔고 침낭 속에서 새우잠에 떨어졌다. 하얼빈에서부터 끝없는 벌판이 이어지다가 내몽고자치구로 들어서면서 약간의 구릉이 보이기 시작하더니(대흥안령산맥 시작) 산에는 잔설이 그대로 있고, 개울에는 얼음 덩어리가 아직도 버티고 있다. 흑룡강성 안내지도를 보니 金나라 시대 古城, 故址 등 유적이 다섯군데나 표시되어 있다. 고려초에 신라 경순왕의 후손이 이곳 흑룡강 주변에 이주해 와서 그의 후손이 금나라를 세웠다고 하는 <金史> 첫머리 기록대로 현재도 금나라 시대 유적이 남아 있는 듯하다.
5월 3일 (화)
하늘 높고, 구름 맑고, 날씨 쾌청. 이곳이 과연 북풍한설 몰아치는 북방 한가운데인가 싶을 정도로 날씨 한번 따뜻하다. 한국의 청명한 가을날씨 그대로이다.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가 닥쳐 오지만 이곳도 4계절이 뚜렷하다고 한다. 북극촌 여관에서 아침을 들고 중-러 국경 흑룡강변을 거닐었다. 얼음 덩어리가 드넓은 강을 가득 메우고 제법 빠른 속도로 흘러 내리고 있다. 강 가운데가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선이라고 하고, 강건너 러시아쪽에는 인가가 드문데, 높다란 중국측 망루 맞은편에는 러시아쪽에도 마을이 보이고 있다. 막하 소재지로 돌아 나오면서 삼림욕장과 한그루 밖에 없다는 소나무 飛來松, 인근 농가의 당나귀와 사슴 사육농장, 막하 소재지 조형물광장을 거쳐, 또다른 국경지방 탑하[塔河]를 향하여 21:00 막하역을 출발했다. 이곳 북방은 요즈음 매우 건조해서 산불방지 기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실내에서는 흡연해도 되지만 거리 등 실외에서는 금연이라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산불방지를 위하여 금연하는 것이다. 백야현상으로 밤 9시가 넘어 가는데도 하늘이 여전히 희뿌옇다. 기차에는 연탄을 때는지 연탄냄새가 가득했다. 목이 칼칼하고 코가 맹맹했다.
5월 4일 (수)
막하역에서 5시간 걸려 02:00 탑하역에 도착했다(11원). 깜깜한 새벽에 소학교를 찾아들어 교실 바닥에 자리 깔고 침낭 속에서 새우잠을 잤다. 아침 8시 탑하역을 출발하여 2시간 만에 쉬빠잔[十八驛] 이라는 소재지에 도착했다. 어룬춘 소수민족 마을을 방문했다. 어룬춘족은 이곳 북방일대에 6,500명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생김새는 몽고족과 비슷해 보였다. 우리나라 자작나무와 비슷해 보이는 백화수 라는 나무로 공예품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이곳 어룬춘민족학교 기숙사에서 잠을 잤다. 침구를 새로 마련했는지 아주 깨끗해서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푹 잤다. 며칠만에 머리도 시원하게 감았다.
5월 5일 (목)
오늘은 한국의 어린이날이다. 하얼빈 숙소에 남아 있는 아이둘과 아내가 보고 싶어졌으나 전화하기 힘들어서 참았다. 중국의 어린이날은 6월 1일이라고 하니 그때가서 챙겨주기로 생각했다. 드넓은 벌판에 끝이 보이지 않게 목재가 쌓여있는 목재공장을 방문했다. 트럭을 얻어타고 대흥안령 산맥에 올라 북방의 산림을 유람했다. 산불감시기간이라 제지하는 곳이 많았으나 현지인의 적절한 안내로 이동이 가능했다. 이곳 쉬빠잔[十八驛]은 인구가 3만명 정도라고 하는데 조선족과 한국인도 약간 있다고 한다. 시내에 한글도 쓰여진 한국 개고기 식당 두 군데를 지나치며 보았다. 오후 4시반 버스에 올랐다. 비포장 신작로 길인데 주변 산에는 온통 백화수 천지다. 한국의 어릴적 산천과 매우 흡사했다. 버스 정류장도 없어서 중간중간 길거리에서 남녀모두 급한 용무를 원시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5시간 걸려 21:30분 호마현 호마진에 도착했다. 여관에 투숙했는데 나에게 독방이 주어졌다. 동행하는 학생들보다 내가 15-20세 이상 연장이었고, 외국인이고, 등등으로 식당에서, 잠자리에서 나에게 경로우대를 하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대접받으며 편하게 여행하는 작은 즐거움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중국 어른들은 얼굴색이 까맣게 타고 거의 담배를 물고 있었으나, 젊은 학생들은 술담배를 거의 안하고 매우 건전하고 건강해 보였다. 이번 일행 19명중(남학생10, 여학생9) 남학생 모두 술담배를 하지 않고 있었다.
5월 6일 (금)
호마진 여관에서 새벽 일찍 일어나 주변 인민광장을 둘러 보았다. 산책하는 사람, 달리기 하는 사람, 무용 비슷이 기공훈련하는 노년층이 넓은 광장에 음악과 함께 가득했다. 경찰차를 얻어타고 호마호수변 한가원[韓家園]이라는 곳을 거닐었다. 강상절벽이 높은 풍광이 수려한 호수주변이었다. 강상절벽 위에 최근 세운 기념비가 하나 있는데, 1653년 이곳을 침범한 러시아군을 청군이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1655년 세웠던 것을 2002년 새로 세운 것이다. 1653년이면 조선조 효종때인데, 이때 조선군도 파병한 기록을 본 기억이 났다. 찾아볼 일이다. 경찰차를 이용해서 중-러 국경 흑룡강변에 도착했다. 역시 드넓은 흑룡강변에는 엄청난 양의 얼음덩이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보는 눈과 가슴 속이 차갑도록 시원했다. 12시에 버스를 타고 6시간 걸려 흑하[黑河]역에 도착했다. 오는 중에 빗방울이 하나둘 보이더니 흑하역 광장에는 가랑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이곳 흑하는 중국 북방 국경도시 가운데 제법 규모 있는 도시로 러시아와의 국경무역이 활발하고 인구가 수십만에 달한다고 했다. 중심가에는 높다란 신축 건물들이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었다.
5월 7일 (토)
여관이 지저분해서 기분이 찜찜하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감기에 걸리고 목감기가 심했다. 1시간을 걸어서 흑하 시내를 가로질러 중-러 국경 흑룡강변에 도착했다. 중국령으로 대흑하도 라는 제법 큰 섬이 강변에 붙어 있는데, 한복판에는 거대한 러시아상품판매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중국인, 러시아인들이 가득했다. 강건너 러시아 쪽에도 제법 큰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데 동방에서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다음가는 도시라고 한다. 이름은 복잡하고 길어서 기억 안남. 흑하시내 흑하박물관과 러시아상품가를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가운데 둘러보았다. 한국 냉면식당에서 오랜만에 냉면으로 점심을 먹고 흑하역으로 갔다. 이제는 1주일만에 하얼빈으로 돌아갈 차례다. 마치 오랫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19:12분발 하얼빈행 기차에 올랐다.
5월 8일 (일)
11시간 걸려 06:25분 하얼빈역에 도착했다(83원). 안중근의사 의거현장이 어디인가 둘러보다가 부리나케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1주일만에 다시 보는 대학 교정은 많이 변해서 낯설어 보였다. 잔디밭의 푸르름이 진하고 나무에는 새순이 많이 자라있고, 꽃망울은 이미 터져 화려함을 더해 가고 있었다. 아이 둘은 변함없이 컴퓨터 게임에, TV에 빠져 있고, 아내는 육개장을 준비해 놓고 있다. 처자의 무고함에, 숙소의 변함없음에 가슴 속이 훈훈해졌다. 짐을 급히 정리하고 목욕하고 육개장을 먹고 나서 잠에 떨어졌다. 오후에 야채시장을 다녀오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할 교재와 준비물을 점검했다. 열흘간 흐트러진 리듬을 원상태로 돌려 놓으려는 것이다. 아침부터 흐리더니 저녁부터 비가 제법 내렸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이곳 중국도 어머니날인데 시내 상점에는 카네이션꽃이 보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전화로 대신할 뿐이다.
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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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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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중국 도착 이후 처음으로 하는 여행, 하얼빈에서 중국 최북방 막하까지의 일주일간 여행기 읽었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우리의 역사와 중국 각 지역과의 관계를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 살피려는 님의 애국심에 감탄 먹었습니다. 경순왕 후손이 그곳 북방에 온 것, 러시아 공격 때 조선군의 파병되었던 것과의 사실성 유추--- 등, 등.
그동안 감기에 걸리셨나봅니다. 더우기 금년엔 목감기가 극성입니다. 저도 한 2주간 고생하였습니다. 조심하시기 바라며, 금연이야기 없어 궁금합니다. 절연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정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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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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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마치 제가 여행객이 되어 동행하는듯 합니다.
까맣게 그려지는 중러 국경지대.....양고기 많이 잡수시고
건강 챙기시고 얼른 여독을 푸시길...
김태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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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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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하얼빈일기 잘 보고있습니다.
후세에 연암일기보다 더 유명한 연행록이 되않을까요
감기 빨리 쾌차하시길 빕니다.
솔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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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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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대흥안령의로 여행....
함께 여행하는 듯 저도 설레입니다.
옛날에 읽엇던 [북대황]의 무대가 거긴 듯 싶은데....
다시 찾아서 읽어보아야 겠네요
함께 여행하는 기분 느끼려구요..
건강하시고. .. 감사합니다.
김재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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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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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저도 중국여행을 했지만 제가 가본곳이 아니라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고 작년에 갔을때 제가 갔던곳이 자꾸만 그리워 지내요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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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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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대륙에서의 여행 일지 잘 보았습니다
김재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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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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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고생이 많으시네요. 음식은 잘맞으시는지요.
저는 가끔 사업관계로 중국에 가는데 음식이 영 입맞에 맞지않아서 고생을 많이하는데..
북방 쪽으로 그래도 견딜만한데 남방에서는 3일을 못견딥니다.
모쪼록 뜻한바 이루시길 빕니다.
김행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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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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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하얼빈으로 데리구 가셨군요.
가보구 싶다는 충동이 자꾸만 생깁니다. 내내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