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일기 12---백두산 답사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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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5-06-09 22:27 조회1,469회 댓글5건본문
2005년 6월 5일 (일)
하얼빈역에서 전날저녁 19:38분 출발한 3층침대칸 열차는 하룻밤을 넘기고 11시간만인 06:50분에 연길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탑승한 열차가 연길을 지나 도문까지 가는 기차였다. 여로를 긴급 변경했다. 당초 계획대로 연길에 내려 버스타고 도문 가는 것보다 3~4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차 내에서 도문까지 가는 의자 열차표를 즉시 구입했다. 50분을 더 가서 종착역인 도문역에 07:50분 도착했다.
하늘은 화창하고 햇살은 눈부셨다. 시내 먹자거리에서 갈비탕에 두부김치를 곁들여 아침을 먹었다. 시내를 도보로 가로질러 두만강변 도문대교에 도착했다. 도문시도 연변조선족자치구에 속해 있는 지방이라 거리의 모든 표지판과 간판 등에는 한글로 쓰고 아래에 한문을 병기해 놓았다. 도문시 인구는 8만인데 50% 이상이 조선족이라 했다.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길을 물으면 다섯에 넷은 조선족이었다. 사투리 심하게 쓰는 한국내 다른 지방을 다니는 듯 했다.
도문대교 주변은 이미 유원지로 변모해서 시끌벅적했다. 강건너 바라 보이는 곳은 한반도 최북단 함경북도 남양시이다. 강변 마을에는 큰 건물 몇 개만 덩그러니 서 있고, 큰 산맥이 가로막혀 있는 것으로 보아 산 너머에 북한 남양시가 있는 듯했다. 옛 지명으로는 온성 인근이고, 온성 오른쪽 바로 아래는 경원(훈춘 맞은편)인데 우리 가문의 김수, 김시민 선조님께서 이탕개의 난을 진압할 때 출전한 곳이고, 또한 김응하 선조님께서 판관으로 재직하신 지방이다. 온성 왼쪽 바로 아래로는 종성(연길 맞은편), 회령(용정 맞은편)이 이어지는데, 종성은 김시양 선조님께서 한때 유배살이를 하신 곳이다.
도문대교는 100m정도로 다리 중간이 국경이라고 한다. 도문대교 입장료(30원)가 비싸다는 일행의 의견에 따라 도문대교 중간 국경선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강변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중국 군인의 안내를 받으며 다리 중간까지 가서 사진 찍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일행은 강가까지 내려가서 두만강물을 만져 보기로 했다. 수풀 우거진 고수부지에 사람 다니는 길 흔적이 강가까지 가느다랗게 이어져 있다. 갔다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도 조심조심 나아갔다. 비무장지대 진입하듯 긴장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무사히 강가에 도착해서 두만강 물속에 손을 담가 보고 납작한 돌을 주워 수제비도 넣어 보았다.
강 건너에는 10여명의 북한 주민들이 밭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 가깝게 보였다. “두마-ㄴ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배-ㅅ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그러나 두만강물은 푸른 물이 아니었다. 오염된 것 같지는 않고 장마뒤 흙탕물 비슷하게 보였다. 순간 약 50m 전방 강 건너 초소에서 북한 군인 1명이 툭 튀어 나오더니 망원경으로 우리 일행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저 아래 또다른 큰 다리 위에서도 한 명의 군인이 우리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정이는 어느새 우리 일행의 사진모델이 되어 포즈잡기 바쁘고... 총 소리가 서너차례 들려왔다. 설마... 하면서도 약간 긴장이 되는데, 우식이가 겁이 나는지 얼른 나가자고 재촉이 심했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나갈 생각은 안 하고 캠코더와 디카를 한참을 더 돌려대고 나서야 되돌아 나왔다.
일부는 강변 나무그늘 아래 퍼질러 앉아 강렬한 햇빛을 피하고, 일부는 관광상품점을 들락날락 하였다. 상점에는 북한 돈, 담배, 술, 책 등 북한 상품이 가득했다. 옆에 서 있던 리어카에서 대형 수박 1통을 사서 나무그늘 아래에 12명이 둘러 앉아 뽀개어 먹었다. 강상에 작은 보트 두세척이 질주하고, 노젓는 뗏목배 서너척이 한가로이 떠있는 것이 보였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선착장 비슷하게 생긴 곳으로 강변을 따라 10여분 걸어 올라갔다. 즉석에서 흥정이 이루어져서 6인승 보트 두 대에 나누어 탔다. 우리가 탄 보트는 국경선이라 하는 강 중간을 넘어 북한쪽 강변에까지 드나들었다. 강바람에 시원하기도 하고, 국경선을 넘어본다는 긴장감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고 즐거워했다. 순간 총을 든 북한 군인 1명이 풀 속에서 번쩍 나타났다. 깜짝 놀라는 사이 도로 들어가 버렸다. 보트 운전하는 조선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계속해서 넘나들었다.
점심때가 되어 시내로 나왔다. 시내구경 삼아 걸어서 도문역까지 와서 인근 냉면집에 들어갔다. 연길 진달래냉면 도문분점인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냉면이 시원하면서도 면발이 쫄깃쫄깃했다. 양도 많아서 배터지게 먹었다. 연길 진달래 냉면은 연길시에 본점, 이곳 도문시와 이웃해 있는 훈춘시에, 그리고 한국의 제주도에 분점이 있다고 했다.
14:54분 도문에서 연길가는 열차를 탔다. 통일호인지? 역마다 정차하더니 1시간 반이나 지나서야 16:20분 도착했다. 연길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수도답게 꽤 번화한 도시로 인구 38만중 59%가 조선족이라고 했다. 연길역을 나와 대로를 걸으며 동북아호텔 앞 마당에 있는 버스터미널을 찾아갔다. 여름철 6월부터 9월 사이에 매일 새벽 05:30분 출발한다는 백두산 가는 버스를 찾았으나 운행시간표에는 버젓이 적혀 있는데도 6월 15일부터 운행한다는 차가운 답변이 돌아왔다. 눈앞이 어질해졌다. 그 버스 하나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여로를 대폭 조정해야 했다. 우선 백두산 아래 고장인 이도백하 가는 버스를 예약해 두고 물러 나왔다. 터미널 옆 여관에 숙소를 정하고 연길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는 연길개고기 식당을 찾아갔다. 탕 한 그릇에 갈비찜으로 푸짐한 저녁을 들었다. 빙천맥주를 곁들였다.
댓글목록
김정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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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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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서언 합니다 대부님 !! 장도에 오르시어 멋지게 스케쥴 소화 해 내셨는 것 같네요 기대 합니다 2편.....
김영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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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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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두만강 푸른물에 노 젓는 뱃사공 대신 보트를 타고....
산은 옛산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니....
백두산 등정 장면이 기다려집니다
김행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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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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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지난번 끝난 텔레비전 드라마 "토지"에서의 보았던 독립 애국지사들과 님의 얼굴이 자꾸만 교차되어 떠오릅니다. 행복한 여행길이 되십시오. 더운 날에 물컷 조심하세요.
솔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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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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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등정이 기대 됩니다
전 직전에서 폭우로 포기한 적이 있지ㅣ요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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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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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성, 회령 제겐 남다른 곳입니다.
회령의 사당에 하담공께서 모셔져 있었는데 지금도 위패는 잘 보괸되어 있는지.
두만강물이 부옇다니, 노래속의 처녀 뱃사공은 얼마나 울고 있을까
그런데 백두산행이--- 이런,
더 좋은 볼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