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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생가 2차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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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5-08-18 15:16 조회1,978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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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1일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집 가족 일행 7명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강릉과 속초를 거쳐 설악산 지역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강릉 경포대 옆의 초당이다. 이 초당은 김성립선조님의 배위이신 허난설헌할머니께서 태어난 곳이다. 지난 3년 전(2002년)에도 다녀갔던 적이 있다. 초당 주변은 아직 3년 전 그대로이나 초당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많이 개발되었다. 주로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 현대식으로 개발되는 것이 괜시리 싫다. 아마 나도 적잖은 나이를 먹었는가 보다.

 초당 동네에 들어서자 난설헌 생가로 들어가는 길옆 여기 저기에 적당한 간격으로 詩碑가 서 있다. 詩香이 물씬 풍기며 이내 분위기가 그윽해 진다. 생가 옆의 작은 쪽문으로 들어가니 바로 안채가 나온다. 전에는 관리인이 살림집으로 사용하고 있어 좀 개운치 않았는데 지금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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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의 해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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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옥 남쪽의 쪽문>

 몇 몇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안방을 살핀다. 방 하나가 겨우 사방 2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방에 비하면 너무나 좁다. 그 옛날 선조님들은 얼마나 검소했는가?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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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채의 안방, 방안에는 난설헌의 시를 진열하고 있다>

 앞마당에 서니 작게 꾸며진 화단에는 온갖 꽃나무가 심어져 있다. 500년 전, 그 옛날 이곳을 오갔을 어여쁜 한 아가씨를 떠올려 본다. 그때도 이 꽃나무가 있었다면 이것이 그에게 어떤 시심으로 자리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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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채 앞의 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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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 앞의 배롱나무>

 꼬리를 무는 생각을 길게 늘이며 중문을 나와 사랑채로 돌아 간다. 대문쪽에서 사랑채를 바라보니 초당 허엽의 자녀들인 허성, 허봉, 허난설헌, 허균 등이 당대의 명 문인인 이달선생에게서 글을 배우는 모습, 청아한 글 읽는 소리 등이 눈과 귀에 보이는 듯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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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

 앞마당 화단옆에는 시멘트로 만든 긴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아마도 옛날에는 바로 이곳에 긴 나무의자가 있었고, 난설헌은 곱게 앉아 시상을 정리하고 오라버님들과 담소했으리라. 온 식구가 나의 설명에 홀려 돌아가며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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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 앞에서>

 솟을대문을 나오니 너른 마당이 나오고 그 한쪽으로는 차일을 친 곳에 한 어르신이 앉아 계신다. 가슴에는 <자원봉사대>란 명찰을 붙이고 있다. 인사를 하고 몇 가지를 여쭈니 친절하게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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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솟을대문>

 전직 교장 출신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자세하고도 흥미로웠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허난설헌 생가의 최초 모습이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 현 가옥은 오래도록 폐허상태로 전해오다가 약 150년 전에 김모씨(?)가 여러 고증을 들어 나름대로 복원한 것이다. 

 2. 그 후 정길환씨(현 50세, 인근에 거주)가 이 집을 경매로 샀다가 이광로교수에게 팔았다.

 3. 강릉시에서는 이광로교수에게 이곳을 문화재 및 관광지로 활용할 것을 설득하여 합의하였고, 연차적으로 대금을 지불하여 금년(2005년)에 이 지역 4만평을 47억원을 주고 완전히 매수하였다.

 4. 앞으로 이 지역을 잘 정비하여 강릉의 중요한 문화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며 전시관도 따로 지어 정기적인 학술발표회도 가질 예정이다.

 선생님의 해설을 듣고 앞마당 밖으로 둘러쳐진 적송 숲을 보며 온 길로 되돌아 나온다. 앞으로 몇 년 후면 또 어떻게 바뀔까? 모쪼록 오래도록 귀한 기념물로 남을 수 있도록 잘 개발되었으면 한다. ‘우리 안사연 식구들과 함께 와서 멋진 학술대회라도 연다면’ 하는 상상을 하며 다음 코스인 경포대를 향하여 어머님을 부축하고 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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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가 측면 모습>

댓글목록

김상석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상석
작성일

  연전에 송림에 차를 놓고 초당두부집을 끼고 찾아 본 생가터.글읽는 소리가 뚝 끊어지고 적막한 공기가 돌았지만 정원수와 어울린 토담의 정겨움이 주위의 상업적인 경치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며 한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김주회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주회
작성일

  3년전인가 강릉을 지나는 길에 들렸던 허난설헌 할머님 생가!!!
서둘러 둘러보느라 별 느낌이 없었는데...
진한 효심과 함께하는 님의 수준높은 감미안과 자상한 스케치, 그리고 다정스런 정경,
기억이 새록새록. 새로운 감회가 뭉클뭉클.

김주회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주회
작성일

  항용 선생님!
제 하얼빈 주소와 전화번호를 이메일로 송부해 드렸습니다.
참고하시기를...

김항용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항용
작성일

  예, 받아서 오늘 낮 12시에 등기로 부쳤습니다. 3일 후에 도착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