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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일기 41---상해 귀양 계림 여행기 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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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5-12-05 21:50 조회1,531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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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금) 여행11일차

계림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양수오 쪽으로 가다가 쉬와이타오위엔(世外桃源)이라는 곳에 들렸다. 소수민족촌(장족, 동족, 묘족, 요족)으로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아늑했다. 배를 타고 가는 길에는 가끔씩 소수민족이 튀어 나와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상향 도화원 비슷한 곳이었다. 도연명 기념실에는 도연명 시를 적은 시판이 가득했다. 이곳에도 안내 표지판 하단에 한글이 병기되어 있었다. 가이드가 흑룡강성 치치하얼 출신이어서 매우 반가워했다. 계림관광대학 학생이라고 했다. 객지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는 듯했다.

버스를 타고 양수오로 들어갔다. 씨지에(西街)라는 곳은 서양의 배낭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문화거리 비슷하게 조성되고 인파가 넘쳐나는 붐비는 거리였다. 저렴한 여관도 많고 서양음식이 가득하고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피자와 스테이크를 배부르게 먹었다. 맛도 아주 훌륭했다. 나룻배를 타고 양수오 앞 리지앙을 오르내렸다.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깊은 곳은 바닥까지 훤히 보여서 겁이 나기도 했다. 여기저기 정박하고 있는 배 주변에는 고기 잡는 (?)가마우지가 한가로웠다.

밤 8시에는 강물에서 펼쳐지는 수상쇼를 관람하기로 했다. 까만 밤에 나룻배에 의지하고 30분 넘게 모험하듯 했다. 공연은 1시간 가량 이어졌는데 주변의 큰 봉우리 3개와 리지앙을 배경으로 조명이 휘황찬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명쇼였다. 동원된 배와 배우의 규모도 대단했다.

10시 막차를 타고 계림으로 돌아가야 했으므로 서둘러 빠져 나왔다. 우리 둘을 태우고 노를 젓고 안내해준 ‘황지에’ 라는 여성이 걱정이 되는지 양수오 터미널까지 30분 넘게 걸어서 따라 왔다. 우리 둘이 버스를 잘못 타자 뛰어와서 우리를 불러내려 버스를 다시 잡아 주었다. 어제 계림시내에서 여성 택시기사에게 사기 비슷하게 당해서 분하던 차였는데, ‘황지에’ 때문에 계림 시내로 돌아오는 버스 안이 포근해져서 금새 잠에 떨어졌다. 다음에 양수오에 가는 기회가 있으면 선착장에 가서 ‘황지에’를 찾기를.....

2시간 가까이 지나 계림시내 호텔로 돌아와 방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짐을 최종 정리했다. 새벽 1시가 넘어갔다.  내일은 하얼빈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11월 26일 (토) 여행12일차

이번 출장 중에 어떤 분으로부터 “주도하는 삶”, “꿈과 비전이 있는 삶”에 대한 설명을 듣고 솔깃하기도 했고, 전문여행자를 만난 덕분에 계림 일대를 싹쓸이하듯 골고루 구경하는 행운도 있었다. 척약재 선조님은 강원도 강릉에 들러 ‘江陵山水甲天下’ 라 했는데, 중국인들은 이곳 계림을 일러 ‘桂林山水甲天下’ 라고 한다. 지금은 황산(안휘성), 장가계(호남성), 구채구(사천성) 등이 명승지로 급부상함에 따라 계림은 예전 명성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甲天下’ 라 할만했다.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계림 공항으로 가서 9시에 북경행 남방항공 비행기를 탔다. 상해 임시정부청사에서 구입한 <안중근 자서전>을 읽었다. 비행기는 무한, 장사, 정주 상공을 지나 3시간 만에 북경 수도공항에 도착했다. 동행자 J는 북경에서 버스를 타고 요녕성으로 가야 했으므로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하얼빈행 비행기 시간이 4시간이나 남았으므로 공항내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안중근 자서전>을 또 읽었다.

저녁 5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내몽고, 길림 상공을 지나 7시에 하얼빈공항에 내렸다. 날씨가 싸늘했다. 영하 10도라고 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가다 하얼빈 시내에 들어가 택시를 잡아 타고 대학 숙소에 도착하니 9시가 다 되었다. 처와 아이둘은 변함없이 컴퓨터 게임과 TV에 빠져 있었다. 다행스럽고 감사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항용
작성일

  긴 중국 여행, 잘 읽었습니다. 계림 인근 씨지에를 갈 때는 &lt;황지에&gt;를 꼭 찾아 보겠습니다.
중국 체류기간에 꼭 가셔야 할 여행을 잘 다녀 오셨습니다. 돌아 오시어 더 많은 것 전해 주십시오.
긴 여행기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솔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솔내
작성일

  언젠가는 있을 중국여행을 미리 한 듯 합니다.
많은 참고가 되고 그때 가이드하셔야 됩니다.
여기도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영하 10도 안팎
건강조심하시고 만날날 고대합니다.
솔내

김은회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은회
작성일

  주회 아우님 가족들 편안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