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소설-이 생에서는 늘 이별이었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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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6-03-25 18:30 조회1,675회 댓글0건본문
김해의 소설작가 김영희선생님의 허난설헌 소설 <이 생에서는 늘 이별이었네>가 <좋은 문학>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부터 현재 6회째 발표되었습니다. 약 1000여매의 원고가 쓰여졌는데 총 2000매를 계획하고 있답니다.
작가로 부터 작품과 관련한 몇가지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특히 허난설헌에 대한 약간의 폄하성 내용이 있더라도 널리 이해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소설을 연재해 보겠습니다.
이 生에서는 늘 離別이었네 김영희 작
Ⅰ章
1. 死産(사산)
늪. 초희(楚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깊고 어두운 늪.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그녀는 늪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넓은 늪은 아니었다. 저만큼 어두운 숲이 늪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놀라 몸을 움직였다. 늪 주변을 둘러보는 그 짧은 틈에 몸이 가라앉고 있었다.
그녀는 늪 가 숲으로 가기 위해 헤엄을 쳤다, 이제껏 한번도 쳐 본적이 없는.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을 움직이어 아무리 헤엄을 쳐도 그 자리에서 조금도 벗어 날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냥 있으면 몸이 저절로 깊이 모를 늪 속으로 가라앉는 것이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여전히 그 자리.
그때 어디선가 엄마! 하고 부르는 여자아이의 소리가 들렸다. 반대쪽 늪 가 숲이었다, 소리 나는 곳은. 초희는 흠칫 놀라 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늪가에 대 여섯 살쯤 된 여자아이.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딸이었다, 재작년에 잃은 딸. 그 옆에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 남자아이 같았다. 눈에 익은 듯 하나 그 아이의 모습은 분명치 않았다. 이번에는 그 아이가 소리쳤다. 엄마! 아들 목소리였다. 작년에 잃은 아들, 아들 목소리였다. 희윤(僖胤)아! 그녀는 아들 이름을 부르며 아이들 쪽으로 헤엄쳐 갔다. 그러나 역시 숲으로 가고 싶은 것은 그녀의 마음일 뿐,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숨이 막혔다. 힘이 빠져 헤엄을 잠시 멈춘 사이 몸이 가라앉으며, 물이 코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녀는 부르짖었다. 이건 현실이 아닐 거야. 꿈일 거야, 꿈. 그래, 꿈. 꿈일 거야! 꿈이라면 깨어나면 그만이다. 초희는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은 분명히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러면 꿈이 아니고 현실인가?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가야한다. 내 아이들에게.
그녀는 아이들 쪽으로 가려고 다시 몸을 움직여 헤엄을 쳤다. 그러나 몸을 움직여 아무리 헤엄을 쳐도 제 자리일 뿐 그녀는 한 걸음도 그 자리서 벗어나지 못했다. 힘이 빠졌다. 다시 몸이 가라앉았다.
그때, 늪가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운 음성으로 그녀를 부르던 아이들이 그녀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늪 속으로 가라앉던 초희는 놀라 황급히 손을 저으며 소리쳤다. 안돼, 오면 안돼! 그러나 아이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늪 속으로 뛰어 들었다. 초희는 다시 소리쳤다. 안돼! 안돼! 오면 안돼!
초희는 벌떡 일어났다. 꿈, 그래 꿈이었구나….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밤이었다. 등피(燈皮).그녀의 주변을 숲처럼 에워싸고 있는 인물들. 분명히 자신의 방이었다. 그녀는 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랫배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왔다. 초희는 썩은 고목처럼 털썩 다시 자리에 쓰러졌다.
주변에서 짧은 간격으로 안타까워하는 탄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소리는 그녀의 의식 저 너머의 소리처럼 흐릿했다. 그녀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얼굴도 부은 것 같았다, 자기얼굴이 아닌 것처럼. 계속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초희는 여전히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느낌이 익숙한 손이었다. 손을 잡은 인물이 안타까움이 묻은 음성으로 말했다.
『 여보…』 귀에 익은 음성, 남편이었다.
뜻밖이었다. 봉은사(奉恩寺) 깊은 암자에 있어야 될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남편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얼굴이 많이 부은 탓일까?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리고 얼굴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녀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대신 그녀는 남편을 향해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미소였다.
누군가 다가와 찬 물수건으로 그녀의 땀을 닦아주었다. 소순(小順) 같았다. 아랫배의 통증이 다소 가셨다. 그녀는 숨을 골랐다. 그녀는 눈을 떴다. 겨우. 그러나 시야가 흐렸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커다란 덩치의 남자. 그리고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있는 소순. 그 뒤로 빙 둘러앉은 인물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윤곽은 분명치 않았다.
『대과가 얼마 안 남았을 텐데…』 초희의 음성은 모기소리처럼 가늘었다.
남편은 시아버지 삼 년 시묘가 끝난 작년 봄에 다시 대과를 봤다. 그러나 또 실패였다. 그는 다시 상처 입은 것 같았다. 좌절에서 오는 분노를 푸는데 그는 여전히 서툴렀다. 술과 도락으로 방황하던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아주 입을 닫아 버렸다. 그녀에겐 발길 한번 눈빛한번 주지 않았다. 다만 시름시름 앓는 아들을 보러 올 때만, 어쩔 수가 없다는 듯 그녀와 눈빛을 마주쳤다. 그 눈빛에는 증오와 욕망이 함께 있었다. 아직 남은 그 욕망이 때로 성적가학으로 그녀에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들은 이미 부부라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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