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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소설-이 생에서는 늘 이별이었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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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6-04-11 14:18 조회1,46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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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生長江南村
          강남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少年無別離
          어렸을 땐 이별이라고는 몰랐었는데


          那知年十五
          어찌 알았으랴 나이 열다섯에


          嫁與弄潮兒
          뱃놀이나 하는 놈팽이에게 시집 갈 줄이야.


 신흠은 누구 시(詩)인지를 묻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으로 보아 그는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혼 초 그는 동접서간( 同接書簡) 건으로 아내와 무람스럽게 되어 버렸다. 그 후 신흠은 아내와 유관한 일이면 뜨악한 표정이 되고 만다. 초희는 그의 교우 관계마저 어색하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이게 다 시인 아내를 얻은 탓.
  『 이런 시가 세상에 나가면 세인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 』
  여전히 아내의 시에 시선을 주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어있던 신흠이 얼굴을 돌리며 물었다.
  『 시집이라도 낸단 말이오? 』
  『 아닐세, 아니야. 그런데 내가 젊을 때, 한 여인이 함원(含怨)할 정도로 그렇게 농탕질을 쳤나? 』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술잔을 비웠다. 그러나 술을 마셔도 여전히 가슴이 답답했다. 마음속에는 아내에게서 받은 배신감(背信感)과 아직 남은 한 가닥 연민이 얽혀 복잡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 너무 맘쓰진 마시우. 시는 시 일 뿐이우. 그리고 이 시는 형님을 빗 댄 것은 아닐 것이우. 嫁與弄潮兒는 *이익(李益)의 시구(詩句)이니까. 』
 신흠이 들고 있던 잔을 비웠다.
  『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닐세. 남의 시를 자기 시처럼 끌어쓰는 것은 그 사람 특징 아닌 가? 문제는 그녀가 이제껏 나를 농조아로 여겨왔다는 거야. 』
  『 평소 형님답지 않게 왜 그렇게 민감하우? 이번에 입격 하면 모든 게 잘 풀릴 것이우. 』
 다시 침묵이 흘렀다. 신흠은 그를 위로할 말을 더 이상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성립이 술병을 들어 잔에 기울였다. 그러나 술병은 이미 비어 있었다. 하인을 부르려는 것을 신흠이 말렸다.
  『 그만 하시우. 낮술이 너무 심하우. 』
 그래, 술로써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아내는 다시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녀에 대한 미움. 이 미움을 씻어 버려야한다. 어쨌든 그녀는 내 아내가 아닌가. 그녀가 나를 미워하듯 나 또한 그녀를 미워한다면, 나도 그녀와 같은 사람이 될 뿐. 그래, 한강에 나가 강바람이라도 쐬며 아내에 대한 미움을 씻어버리자. 흠의 말처럼 시는 시일뿐. 시보다는 사람 아닌가? 시보다는 아내 아닌가? 그는 일어섰다.
  『 가슴이 답답하군. 바람이나 쐬러나가세. 』


註)
*이익(李益748~829).당나라 중당 시기를 대표시인 가운데 한사람. 감숙성 무위출신

 

댓글목록

김태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서
작성일

  사람의 심리란 것이
어긋난 것이 눈에 띄면
자꾸 그것에 눈길이 가기 마련인것 같습니다

김행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행순
작성일

  "무람스럽다"(?)  무람없다 : 예의없고 버릇없다. 
표현이 좀 어려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