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소설-이 생에서는 늘 이별이었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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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6-05-04 23:38 조회1,575회 댓글0건본문
<제14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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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글씨품평 때문에 초희를 호출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이제껏 아버지는 초희가 바깥사랑에 드나드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어머니를 통해 마땅찮은 심사를 전했을 뿐 직접 문제삼진 않았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손님에게 인사드리러 오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남의 이목을 중시하는 아버지는, 초희가 글 읽는 것을 손님이 들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그래, 피할 수 없는 매라면 일찍 맞는 게 좋다. 그녀는 입술을 꼬옥 깨물고 오라버니들을 따라 나섰다. 안사랑에 이르자 문밖으로 손님과 담소하는 아버지의 걸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큰 오라버니가 섬돌아래 서서 자신들이 왔음을 여쭈었고, 이어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하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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