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연 [길안내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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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6-08-24 11:24 조회1,495회 댓글0건본문
길안내 쪽지
저는 청각장애인입니다.
게다가 성대가 마비되어서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희미한 바람소리만 나옵니다.
저는 서울이 아니고 다른 지역에 사는데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에 서 계신 분께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어딘지를 물었는데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듣지 못함을 밝히자
전혀 꺼리거나 귀찮아하는 모습 없이
바로 본인의 수첩과 펜을 가방에서 꺼내어
적어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사실 제 경험상으로는,
열 명에게 길을 물어보면 그 중에서
반 이상은 무시하는 게 보통입니다.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 때문에 놀라서
마치 괴물을 보는 듯한 얼굴로 쳐다보기도 하구요.
그리고 처음에는 가르쳐주려 했으나
듣지 못하기 때문에 적어주시면 안되겠느냐고 하면
귀찮아하며 자리를 피합니다.
그런데 저 글을 적어주신 분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이
적어주신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저를 이해시키려고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밑줄을 긋고, 손짓을 동해가며,
인상 한 번 쓰지 않고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닐지도 모르는
저 쪽지가 저에게는 어찌나 고맙던지요.
덕분에 길도 잘 찾았고 일도 잘 마쳤습니다.
저에게 베풀어주신 그 따뜻한 친절은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 라 은 미 (새벽편지 가족) -
출처 : 다음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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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는 한
철벽같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도
조금씩 무너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더불어 사는 사회, 작은 실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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