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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대행 업체에 맞겨서야 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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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작성일06-09-25 19:25 조회1,8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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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벌초를 하고 왔습니다. 벌초를 하는 날에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를 비롯해 사촌들과 당숙까지 모두 큰아버님 댁에 모입니다. 벌초는 일요일에 하지만 식구들은 대부분 토요일에 옵니다.


1년이라고 해야 친척들이 모이는 날이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없으니 어린 조카와 사촌, 당질들이 이 다음에 커서는 길을 가다가도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 할 지도 모른다는 큰 아버님의 염려에 따라 자주 모이자는 취지에서 벌초 때에도 온 식구가 다 모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벌초는 친척들이 정겨움을 나누는 자리가 됩니다. 물론 명절에도 모이기는 하지만 다들 결혼을 한 탓에 처갓집도 가야하고,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야 되니 아침 성묘만 지내고는 각자 목적지로 떠납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집안 식구들이 이렇게 정겹게 모이는 자리는 벌초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인지 벌초라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몇몇의 사람들은 그것이 시간도 빼앗기고 힘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벌초대행업체의 즐거운 비명, 그만큼 후손의 도리 안하는 것


제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오늘 신문에서 난 기사를 읽고 나서입니다. 기사에서는 요즘 벌초대행업체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하더군요. 기사에 따르면 7월 말부터 시작된 벌초대행 의뢰가 8월과 9월 들어서면서부터는 아예 폭주를 하고 있다고 하던데, 제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의 경우에도 대략 하루에 30-40건씩 들어온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수치는 일반적으로 드러난 업체에 대한 대략적인 수치이고 보면 그 수많은 벌초대행 민간업체까지 따지면 아마 100건도 넘을 거라는 제 생각인데, 결코 무리한 추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수치를 전국적으로 따지면 하루에 수천 건도 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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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가다 보면 벌초대행업체를 알리는 홍보물이 넘쳐나고 있더군요. 좀 씁쓸합니다.


물론 다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고, 정말 불가피하게 벌초대행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 이유라는 것이 저로서는 정당한 이유라기보다는 '핑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를 보니까 벌초대행을 의뢰하는 사람 대다수가 고향을 떠난 사람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인데 그 이유라는 것이 '시간을 없어서'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시간이 없다는 것은 '바쁘다'는 의미하고, 또 '고향이 멀어서'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그거 다 핑계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일예로 아무리 바빠도 휴가는 다 가더군요. 혹시 사정이 있어 남들 갈 때 못 가면 어떡하든 날을 잡아서 하루라도 휴가를 가던데, 바빠서 벌초할 시간이 없다는 게 정말 이유가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 그건 그만큼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상을 위하는 마음이 갈수록 약해지고, 솔직히 따가운 햇살에 일하기도 싫고, 그러니까 그냥 '누가 했든 묘만 깍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자기 마음속에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바쁘다는 건 핑계가 아닐까요?


그리고 '고향이 멀어서' 그렇다는 것도 인정이 안 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휴가 때 그렇게 고속도로 막혀서 몇 시간씩 고생하면서도 휴가를 가잖아요. 휴가를 가까운 데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2~4시간, 아니 그 이상 시간 걸리는 먼 곳으로 가지 않습니까?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효, 여러분들은 어떠하신지요?

 

옛날에는 봄(淸明),여름(中元),가을(秋夕),겨울(冬至) 사시사철 네 번 성묘하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무덤은 주로 야산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여름철이면 온갖 잡초가 무덤의 봉분과 주변을 뒤덮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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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실 제 다 하지 못한 효, 후회하지 않나요? 그런데 돌아가신 후에도 그리하면 안되겠지요. 더구나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자라겠습니까? 바쁘고 힘들어도 아이들 데리고 벌초를 하심이 좋을 듯 하네요.


 그래서 추석 성묘를 앞두고는 이러한 잡초를 베고 무덤을 단장하는 벌초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벌초를 하지 않는 무덤은 후손이 끊어졌거나 아니면 불효한 것으로 간주됐습니다. 벌초는 자손의 효성과 도리를 다하는 척도였던 셈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놀러갈 때는 안 바쁘고 벌초 할 때는 바쁘다고요? 설령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야지요. 나를 낳아 주신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가 계신 곳 아닙니까? 그리고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낳아 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 곳이잖아요.


1년에 한 번 있는 일인데, 가서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저 왔습니다!" 인사하고 누워 계신 그 자리 불편한 데 없는지 한번 둘러보는 것이 자식으로서, 그리고 후손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살아계실 제 다하지 못한 효가 있어 다들 후회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불효를 돌아가신 후에도 되풀이 해서야 될런지요. 아무리 힘들고 바쁘더라도 내 아버지와 어머니, 그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불자리를 살펴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아들과 딸들이 그런 아버지와 엄마를 보고 있습니다.

 

자식들보고 착한 아이, 예절 바른 아이, 효를 다 하는 아이로 말로만 가르키려 하지 말고 부모가 그 효를 다함을 보여 줌이 어떨런지요?

 

 

>><<좋은 글인것같아 스크랩 해놓았던것을 옮겨 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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