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 김시양 연구(석사학위 논문)-본론 (22)-하담의 시세계, 우국애민과 현실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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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6-11-15 13:26 조회1,527회 댓글0건본문
天門雨露下魚書 하늘에서 은혜 내려주는 공문 내려오니
遇赦徵銀罪未除 銀을 내면 용서 받는다는데 죄를 없애지 못하니
幽谷莫悲春不到 깊은 계곡이라 봄이 이르지 못한 것 슬프지 않으나
囊中元乏一錢儲1) 주머니엔 본디 한 푼의 저축이 없으니…
위의 詩는 贖金令이 내려졌을 때 지은 詩이다. 起句에서는 귀양간 모든 사람들에게 속금령이 내려졌음을 의미한다. 승구에서 天門은 대궐을 의미한다. 雨露는 비와 이슬이 만물을 化育하는 것 같은 큰 은택을 표현한다. 하담의 경제적 빈곤으로 속죄할 좋은 기회를 놓친다. 그것은 ‘銀’이라는 매개물로 임금의 큰 은택을 잊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은을 내놓으면 流配地에서 풀어 준다는데 자신에게는 그럴만한 돈이 없으니 죄를 없애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곡진하게 형상화했다. 전구에서 幽谷이라는 것은 하담이 처한 현 상황을 단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春’을 기다리지만 깊은 계곡까지 이르지 못함을 슬퍼하지 않는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하였다. 결구에서는 주머니엔 본래부터 가난하여 한 푼의 저축이 없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출했다. 친구들이 자신을 위해 한 푼, 두 푼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거절은 했지만 인간인 다음에야 어찌 변방 流配地 북쪽 끝에서 풀려나고 싶지 않았겠는가. 가진 돈이 없으니 속금령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탄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荷潭의 인간다운 면이 보이는 詩이다.
다음은 「夏雨」詩이다.
夏雨連三日 여름 비 사흘을 계속 내리니
農家起怨咨 농촌엔 원성이 자자하네
水田溝已決 논밭의 도랑은 이미 터지고
山阪畝多虧 산비탈 밭이랑 크게 이지러졌네
竈濕蛙聲鬧 부엌에 물이 차 개구리 소리 시끄러워
窓昏曉色遲 어둑한 창가엔 새벽 빛 늦어지네
床床少乾處 침상마다 마른 곳이라곤 없으니
起坐强題詩2) 일어나 앉아 억지로 詩를 짓네.
이 詩는 그가 종성에서 流配生活을 하던 어느 여름에 장마 비가 사흘 동안 그치지 않고 내렸을 때 농촌의 피폐된 상황을 형상화한 詩이다.
수련에서는 사흘 동안 쉬지 않고 내린 비로 농촌이 온통 아우성과 원성이 큼을 그 하나의 원인만이 아니라 예전부터 누적된 불만과 울분이 사흘의 비라는 것으로 분출하였다.
함련에서는 논밭의 도랑이 모두 없어지고, 산비탈 밭이랑은 아예 무너져 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참혹한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논밭은 농촌의 생계이니 이를 잃어버린 농부의 심정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경련에서는 생활의 극적인 모습을 부엌의 개구리 소리로 청각화 시키고 있다. 부엌에 물이 가득 차 개구리 소리만 시끄럽게 들려오고 아침 새벽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이 참혹한 현실을 벗어날 길이 없음을 표현했다.
미련에서는 앉을 만한 마른 상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비에 젖어 있고 젖은 상위에 앉아 있는 자신은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어 오로지 詩만 짓고 있다고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했다.
暴政과 苛斂誅求에 시달리고 있는 百姓들에게 홍수의 피해까지 겹쳤지만 아무런 대책도 세워줄 수 없는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달래며 詩를 쓰고 있는 마음을 표현했다. 百姓들의 苦痛을 자신의 苦痛으로 換置하였다.
1) 『荷潭文集』 卷之十, 「聞不參贖銀之列」,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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