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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 김시양 연구(석사학위 논문)-본론(27)-하담의 시세계, 유배지의 삶과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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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6-11-24 22:59 조회1,4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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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절친했던 친구 徐景雨에게 보낸 「次徐尙書」시이다.


     一

     年來落魄坐詩窮      근래에 넋이 빠져 시로 인한 곤궁에 연좌되었으니

     遣興猶堪酒一中      흥을 풀려 오히려 술 한 잔하네

     貴賤莫嫌官有別      貴賤은 꺼릴 바 없다지만 관직은 차별이 있으며

     罻羅嬴得病相同      죄 그물에 걸리면 병듦은 마찬가지요

     公緣憂國頭渾白      公은 나라걱정으로 머리가 온통 희었지만

     我愧于時面欲紅      나는 때로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네

     聖澤倘蒙完狘䎉      임금의 은혜 문득 입어 아주 달려 나올 수 있다면

     不妨田野耦耕翁      밭과 들에서 쟁기로 밭가는 늙은이도 서슴지 않으리다.


     二

     我緣疎誕哭途窮      나는 소탄하여 길이 막힘을 통곡하는데

     公亦何爲在遣中      公 역시 어찌 쫓겨나 있소

     田甲安知尊御史      밭의 싹 같은 사람이 어찌 御史를 존경할 줄 알리오

     鄰僧猶幸識盧仝      이웃의 중은 오히려 다행히 盧仝을 안다네.

     垂楊芳草一時綠      수양버들과 우거진 풀 한 때 푸르고

     山杏杜鵑相繼紅      살구꽃과 두견새는 서로 이어가며 붉은데

     世上榮枯無定態      세상의 영화와 쇠퇴는 정해진 모습이 없으니

     莫將心事報漁翁      마음에 맺힌 일 어부에게 알릴 것이 없다오.

  

     三

     君子從來固有窮      君子는 전부터 진실로 곤궁하나니

     卜鄰還喜托盤中      이웃을 점치며 오히려 기뻐 盤中에 의탁하네.

     七年南北萍蓬轉      칠 년을 남과 북으로 부평초처럼 떠돌지만

     一水東西活計同      같은 물에 동으로 흐르든 서로 흐르든 살아가길 도모함은 마찬가지네.

     芳草喚愁千里暗      우거진 풀 슬피 부르니 천리가 암울한데

     杜鵑啼血萬山紅      두견새 피를 토해 온 산이 붉네

     東風處處供吟興      동풍 부는 곳곳마다 흥을 읊을 만하니

     來往猶堪作野翁      이리저리 다니느라 촌 늙은이 된다한들 어떠하리


     四

     自北而南路不窮      북에서 남으로 뻗은 길 끝이 없어

     此身還在聖恩中      이 몸 다시금 임금의 聖恩 가운데 있네

     人情飜覆年年異      인간의 정 번복을 잘해 해마다 다르고

     客味艱辛處處同      나그네의 어렵고 쓴 맛 곳곳마다 한 가지

     海國瘴生雲似墨      물가의 땅 瘴氣 일어나니 구름은 먹물 같고

     山村春晩雨能紅      산촌에 봄이 저무니 비마저 붉어

     東風日暮吹雙鬂      해질녁 동풍이 양 귀밑머리에 스치우니

     華髮蕭蕭已作翁      흰머리 쓸쓸히 이미 늙은이 되었네.


     五

     一上魚臺眼儘窮      한번 觀魚臺에 오르니 끝없는 전망

     海門烟景有無中      바다 입구 안개 낀 경치 보일 듯 말 듯

     東西南北皆堪畫      동서남북 모두가 그림 같아

     遠近高低總不同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모두 같지 않네

     日暮鯨鵬簛浪白      해 저물자 고래와 붕새가 흰파도 일으키고

     雨晴蛟蜃結樓紅      비 개자 교룡 같은 신기루 붉은 누대에 엉켰네.

     歸途指點蒼茫外      돌아오는 길엔 머 언 밖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欲逐蓬萊鶴上翁      봉래산의 학을 탄 노인을 뒤따르고 싶네.

     

     六

     放逐年來困五窮      쫓겨난 이래로 해마다 모든 것 곤궁해도

     席門長掩海聲中      거적문 오래 닫고 물결소리 들으며

     一㿻朝夕蔬兼飯      소반하나 아침저녁으로 채소와 밥으로

     三傳春秋異較同      三傳春秋의 다른 것과 같은 것 비교하네

     落月有情當戶白      지는 달은 정이 있어 지게문에 하얀데

     飄花無賴滿庭紅      바람에 날리는 꽃은 제멋대로 마당 가득 붉네

     此間淸意誰能會      이렇게 맑은 뜻 그 누가 이해해 줄까

     千載知心只邵翁      천년에 마음 알아줄 이 다만 邵翁이리.

     七

     揶揄漫被鬼憐窮      귀신에게 한없이 가련하고 궁박하다 조소당하나

     萬事都空一笑中      만사를 모두 헛된 웃음거리로 붙여

     莫遣狂言醒後怕      미친 말로 보내지 마라 깬 후엔 두려우니

     思將好事夢時同      생각건대 좋은 일이란 꿈 꿀 때나 마찬가지

     庭前松擁千株碧      마당 앞의 천 그루 소나무는 푸르름 지니고

     籬外花留百日紅      울타리 밖 백일홍도 백일 동안 붉은데

     白髮蒼顔頹醉臥      흰머리 창백한 얼굴 비스듬히 취하여 누우면

     相公還似鹿皮翁1)    相公께선 다시 鹿皮冠을 쓴 은사 같겠거늘.


이 시는 仁祖 때 우의정과 判中樞府事를 지냈으며, 임금의 후대를 사양하고 검소하고 조용히 살았던 친구 徐景雨에게, 하담 자신이 流配地에서의 불우한 삶을 7首의 연작詩로 表現해 보낸 것이다. 이 친구와는 詩 속에 농담이나 신세한탄을 할 정도로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제 1수에서 그는 해마다 넋이 나가 시를 못 짓고 오히려 술을 한 잔 마셔야 흥이 살아나서 詩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表現했다. 귀하고 천함에는 차별이 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罪 그물에 걸려들게 되면 모두가 병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친구는 나라 걱정에 머리가 희었지만 자신은 잠시 流配生活의 苦痛을 잊고자 술 한 잔 해서 얼굴이 붉어져 미안하다고 했다. 임금의 恩惠를 입어 다시 풀려날 수만 있다면 밭가는 늙은 農夫가 되더라도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의 生活에서 벗어나고 싶은 心情을 詩로써 表出했다.

제 2수의 1구에서 ‘哭途窮’ 이라함은 阮籍의 고사를 말한다. 곤궁에 처했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晉나라 阮籍이 수레를 타고 가다 길이 막히면 한바탕 통곡하고 돌아왔다는 窮途止哭의 故事에서 나온 말이다. 자신은 웃을 일이라고 없는 痛哭하는 신세지만 그대는 밭에 올라오는 새싹과 같은 존재로서 존경받는 人物인데 어찌하여 자신과 같이 쫓겨나게 되었는가라고 하며 친구의 쫓겨남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아무리 쫓겨난 신세일지라도 이웃의 중에게 식량을 얻어먹었던 당나라의 가난한 시인 노동과 같은 고고하고 개벽한 인품을 지닌 사람인줄 알아본다고 서경우를 盧仝에 비유하여 칭찬했다. 수양버들과 우거진 풀들도 한때는 푸르지만 시들어 지는 계절이 있듯 세상의 榮華와 衰退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어부에게 알릴 必要가 없다고 世上 모든 것의 부질없음을 나타냈다.

제 3수에서 君子는 본래 困窮하게 산다는 論語의 衛靈公篇의 “君子는 固窮하니 小人은 窮斯濫矣”라는 구절을 인용하였다. 칠년 동안을 南과 北으로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며 한 사람은 동쪽에서, 자신은 서쪽에서 流配生活을 암울하게 하고 있음을 表現했다. 진달래가 피어 붉은 꽃이 만발한 봄이건만 詩人의 마음은 피를 토하는 듯한 괴로운 心情으로 이리 저리 분주히 떠돌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제 4수에서는 북에서 남으로 뻗은 길은 끝이 없는데 임금의 聖恩으로 鐘城에서 다행히 寧海로 오게 된 것을 봄에 비유하여 表現했다. 덧없는 세월이 흘러 젊은 시절에 流配와서 머리가 허옇게 세어버린 것을 한탄하였다. 

제 5수에서는 寧海에 있는 觀魚臺에 올라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현실을 잠시나마 씻어 버리려고 한다. 비 갠 하늘에 있는 붉은 노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니 마치 자신이 蓬萊山을 가려고 鶴을 탄 老人이라도 된 듯한 氣分이라고 表現했다.

제 6수에서는 五窮이라함은 韓愈의 「送窮文」에서 나오는 智窮 · 學窮 · 文窮 · 命窮· 交窮을 말한다. 쫓겨나서 지금까지 困窮한 生活을 하지만 소반 하나에 菜蔬와 밥으로 물결소리 들으며 소박하게 살고 있는데 이런 맑은 뜻을 그 누가 이해해줄까? 마지막 구에서 邵翁이라고 한 사람은 요 시대부터 후주까지의 역사와 율려· 관물을 합쳐서 서술한 邵雍을 말한다. 공자와 맹자가 죽은 후 천 여년이 지난 후에 태어난 훌륭한 인물인 邵雍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는 오로지 徐景雨 뿐이라고 했다.

제 7수에서는 鬼神에게 까지 한없이 궁박하다 조소당하지만 만사를 헛된 웃음거리로 생각하고 꿈속에서 깨어나면 후회하게 되니 미친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마지막 구에서 鹿皮冠이라함은 隱士의 관으로서 何尙之가 집에 있을 적에는 늘 이 관만을 썼는데 벼슬길에 나아간 뒤 어느 날 천자가 거둥하고 백관이 시위한 자리에서 沈慶之가 "오늘은 왜 鹿皮冠을 쓰지 않았는가." 농하였다. 何尙之傳에서 유래한 말로 徐景雨는 鹿皮冠을 쓴 何尙之와 같다고 말했다. 현재의 삶이 고통스럽지만 希望을 갖고 좋은 때를 기다리자는 마음을 형상화하였다.

이 시는 유배지에서의 궁핍하고 힘든 삶을 친구 徐景雨에게 곡진하게 표현하여 보낸 것이다.

이상에서 荷潭이 鐘城과 영해에서 12년간 流配生活을 하는 동안 겪은 苦痛스런 삶과 憂愁를 담은 詩들을 살펴보았다. 그는 고통스럽고 고독한 유배생활과 우수를 진솔하게 시로 잘 형상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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