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임제의 로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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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6-12-01 16:30 조회1,806회 댓글0건본문
백호선생은 황진이의 묘에서 제를 지내고 시 한수(청초 우거진 골에....)를 지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평양기싱 한우(寒雨)와 일지매(一枝梅)와의 로맨스도 유명하여 여기 소개합니다.
한우(寒雨)는 평야의 명기. 가야금을 잘 타고 시에 능한 콧대 높은 기생이었다.
그런 한우를 백호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꼬신다.
“북창이 맑다고 하기에 우장(雨裝)없이 길을 가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
한우 기생은 백호에게 이렇게 화답을 한다.
“어이 얼어 잘이 므스일 얼어 자리
원암침 비취금을 어디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
한우의 순수한 우리말은 ‘찬비’이다. '찬비'는 기생 '한우(寒雨)'를 은유한 것이고, '맞았으니'는 '비를 맞다' 는 뜻도 되지만
'맞이한다(迎)'의 은유이다. '오늘은 그리던 한우 너를 맞았으니'의 뜻이다.
‘얼어 잘까 하노라’는 ‘얼어 잘 수밖에 더 있겠는가’ 라는 직역도 가능하지만, '임 없이 혼자 웅크리고 잔다는 쓸쓸함' 을 암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한우의 화답 또한 뛰어나다. '어이 얼어 잘이 므스 일 얼어 잘이'는 '무엇 때문에 찬 이불 속에서 혼자서 주무시렵니까.
저와 같이 가슴 맞대고 따뜻하게 주무시지요 ' 하는 은근한 정담(情談)이다.
일설에 의하면 하룻밤을 같이 잔 한우는 백호에게 푹 빠져서 같이
살자고 했단다. 그런데 백호는 이를 뿌리쳤다 한다.
한량끼가 너무 많아서 그랬을까.
역시 평양 명기인 일지매(一枝梅)와의 로맨스 또한 유명하다.
일지매(一枝梅)는 미모와 시, 가무가 뛰어나고 성품이 매우 도도했다.
부(富)도 권력도 그녀를 사로잡을 수 없었다.
뭇 남성들이 그녀와의 하룻밤 염정(艶情)을 위하여 줄을 서는 그런 대상이었다.
어느 해 여름, 임제가 평양에 들렀다. 일지매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마음이 동하였다.
황혼 무렵에 남루한 생선장수의 옷차림으로 그녀의 문전을 찾아 몸종과 생선을 흥정하는 체하며 시간을 끌어, 마침 어둑어둑해지자
드디어 그 집 문간방에서 하루 밤 자고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어스름한 여름밤에 그는 혼자 창 밖에 떠 있는 달을 보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때 낭랑한 거문고 소리가 달빛을 타고 들려왔다. 초저녁 주연(酒宴)은 흥청거렸으나 늦은 달밤에 혼자 있는
일지매의 고독이 그녀로 하여금 거문고를 희롱하게 했다.
이 때다 싶어 임제는 허리춤에서 옥피리를 꺼내 거문고 소리에 화답했다. 절세의 화음이 여음을 남긴다.
놀란 것은 일지매. 누가 자신의 거문고 소리에 화답하는 것일까.
일지매는 뜰에 내려섰으나 기척도 없다. 담장 너머를 쳐다보며 기웃거려도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그냥 섬돌 위에 올라서는 일지매.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을 쉬며 탄식이 새어 나온다.
"원앙금을 누구와 함께 잘까..."
일지매의 독백.
"나그네의 베갯머리 한 끝이 비었는데..."
임제의 대구(對句)다.
일지매는 다시 한 번 놀란다. 문간방에 든 사람은 생선 장수였는데.
생선장수가 시를 읊다니. 그녀는 문간방 앞으로 다가가며 다시 말을 건넨다.
"어인 호한(好漢)이 아녀자의 약한 간장을 녹이는고."
마침내 한량과 술상을 사이에 둔 일지매! 정담(情談)과 화창(話唱)으로 밤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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