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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학기행 / 황진이] (6)이생과 금강산 거지 여행을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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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6-12-18 10:40 조회1,3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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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학기행 / 황진이] (6)이생과 금강산 거지 여행을 떠나고

 

<소세양을 떠나보내며>와 같은 맥락의 시가 있은데, <영반월(詠半月)>은 허공에 뜬 반달을 보며 님을 그리는 심정을 직녀에 빗댄 작품이다.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직녀의 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직녀는 견우님 떠나신 뒤에,
시름하며 허공에 던져 두었네.

옥으로 만든 머리빗이 바로 반달이다. 견우가 돌아오지 않아 님을 기다리다 지친 직녀의 시름 덩어리를 통하여 한스러운 여인의 심사를 노래하고 있다. 임에 대한 자신의 신세를 빗으로 비유하고 이것을 또 하늘에 쓸쓸히 흐르는 반달에 감정이입하여 교묘한 효과를 주고 있다. 이 시는 작가가 기생으로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아름다운 감정으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황진이는 일상의 찌든 생활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기 위해 여행을 생각해 냈다. 그래서 황진이는 천하제일의 명산이라는 금강산을 찾아서 마냥 그곳에 살고 싶었다. 그러나 여자가 혼가 가려니 당연히 보호자인 남자가 필요했다. 진이는 재상집의 아들 이생(李生)을 꾀여서 홀연히 금강산 유람을 떠났다. 금강산의 이곳저곳으로 샅샅이 구경을 다녔으므로 곧 양식이 바닥났다. 두 사람은 하는 수 없이 절에서 빌어먹고, 어떤 때는 황진이가 중들에게 몸을 팔아 양식을 구하기도 했다.
어느 날, 송림 속 시냇가에서 시골 선비들이 주연을 베풀고 있었는데, 황진이가 그 앞을 지나치자, 선비 하나가 말을 걸어 왔다.
“당신도 술을 마실 줄 아오? 한 잔 드시오.”
황진이는 사양하지 않고 받아 마시고 노래를 부르니 청아한 음색이 계곡을 울렸다. 모든 선비들은 다투어 술을 권하고 안주를 먹여주니, 황진이는 말하기를,
“첩에게 하인 녀석이 하나 있는데 몹시 주린 모양이니, 청컨대 남은 음식이 있으면 먹여 주십시오.”
라고 하며 이생을 불러 배불리 먹였다. 두 집안에서는 이들이 간 곳을 알 까닭이 없었다. 팔도에 수소문을 해 보아도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 반년 만에 거지꼴이 되어 집에 돌아오니 두 집안은 물론, 이웃에서도 크게 놀라 마지않았다.
조선조의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즐기지 못하였다. 여성들은 관습에 따라 생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어기는 것을 사회가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데 황진이는 기녀라는 신분을 마음껏 이용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여행의 동반자를 선택하고 스스로 여행을 즐긴 것이다. 황진이가 자기 나름대로 주체성을 가지고 살려 했던 점에서 볼 때, 이는 그 당시의 여성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삶을 살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출처 : 본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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