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게시판

경기문학기행/정철] (4)어느 동산에 자미화가 봄향기 머금어서

페이지 정보

솔내영환 작성일07-01-24 09:49 조회1,813회 댓글0건

본문

경기문학기행/정철] (4)어느 동산에 자미화가 봄향기 머금어서

 

송강마을에 있는 송강의 가묘에서 왼쪽 골짜기 건너편에는 기생 강아(江娥)의 무덤이 있다. 바로 여기에 송강과 기생 강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강아(江娥)는 정철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친 여인이다. 정철이 1581년 전라도 관찰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 그곳에서 송강은 기생 자미(紫薇)를 만난다. 기생 자미는 본래 기생의 신분이 아니었으나 송강이 자미를 예쁘게 여겨서 그녀의 머리를 올려 주었다. 강원도 관찰사 시절 망상의 기생 소복과의 사랑에 실패한 경험 때문이어서였는지 정철은 그녀를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이에 감복한 자미는 이름까지 강아(江娥)로 바꾼다. 즉 송강의 뒷 글자인 ‘강(江)’자를 따서 자신의 이름을 강아라 한 것이다. 강아라는 이름 속에는 자신이 온전히 송강의 것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송강은 기생 강아를 그렇게 사랑했고, 강아 역시 송강을 극진히 사랑하고 정성껏 모셨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덧 송강은 임기를 마치고 전라도를 떠나게 되었다. 이별할 때 송강은 강아에게 <자미화를 노래하며(詠紫薇花)> 라는 시 한 수를 지어 주었다.

어느 동산에 자미화가 봄향기 머금어서,
얼핏 보니 여인의 얼굴은 옥비녀보다 곱구나.
망루에 올라서 장안을 향해 바라보지 말아라,
거리에 모든 사람 서로 다투며 너를 사랑하누나.

강아와 헤어졌지만 송강의 정치역정과 술과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정치의 한복판에서 송강은 좌충우돌했고 술과 여자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송강을 잊지 못한 강아는 송강이 각종 당쟁에 휘말리어 여러 곳으로 귀양을 가게 되자 귀양지까지 찾아 나선다. 송강과 강아의 애절했던 사랑과 외로움에 지친 송강의 심정은 어느덧 시조가 되었다. 아내를 잃어버린 유리왕이 쌍쌍이 오고가는 황조를 보고 자기의 외로움을 하소연 하였다는 <황조가(黃鳥歌)>처럼 시조는 애절하다.

화작작(花灼灼) 범나비 쌍쌍(雙雙), 유청청(柳靑靑) 괴꼬리 쌍쌍(雙雙)
놀즘승 길즘승 다 쌍쌍(雙雙) 하다마는
엇디 이 내몸은 혼자 쌍(雙)이 업나다.

‘화작작’과 ‘유청청’은 ‘범나비’와 ‘꾀꼬리’를 대조시키면서 ‘쌍쌍’으로 매듭 지어 율동미를 과시하였고, ‘날짐승’과 ‘길짐승’에서 오는 음향의 아름다움은 실로 맛이 있다. 종장에서는 인생의 고독이라는 무게있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런 외로움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강아는 송강이 나이가 들어 신원리 송강마을에 기거 할 때도 함께 했고, 송강이 죽을 때까지 보살폈다. 강아는 송강이 죽은 뒤에 잠시 불교에 귀의 했다가 다시 송강묘소를 찾아왔다. 그리고 이곳을 떠나지 않고 묘를 돌보다가 자신도 죽어 마을 사람들이 송강묘 부근에 묘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살아서도 애틋했지만 죽어서 또한 애틋했다. 당시는 신분제도가 엄해서 정부인이 아니면 첩의 시신은 감히 합장을 할 수가 없었다. 신분을 뛰어 넘어서 사랑을 했던 최경창과 기생 홍랑의 경우처럼 최경창의 부부의 합장묘 바로 아래에 홍랑의 묘가 있는 것은 그나마 최씨 문중에서 홍랑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혹시 송강의 묘 바로 아래에 자신의 묘가 위치하는 것이 강아의 바램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생 강아는 자신의 묘가 송강의 묘소에 밑에 있지 못하고 그곳에서 왼쪽으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송강을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불과 10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사모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갈라놓은 골짜기라로 해서 이를 삼천리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뒤에 송강의 손자가 진천현감으로 있던 1665년 진천군 문백으로 송강의 묘소를 이장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더욱 더 멀어지는 신세가 되었으며, 강아의 무덤만 그대로 이곳에 남게 되었다. 현재 고양시에 있는 송강의 묘는 가묘이다.
출처 : 본인의 노하우/상식 입니다ic_location.gif empas한국학 > 한국학 Q&A > 함께쓰는 한국학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