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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김씨 허난설헌 할머니(경기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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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작성일07-01-27 15:14 조회1,4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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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김씨 허난설헌 할머니(경기 광주)

 

여성문학사에 빛나는 천재시인 허난설헌


난설헌 할머니의 묘소와 그 왼쪽에 자그마한 묘 2기가 있다. 어려서 잃은 아들 희윤(喜胤)과 딸의 묘입니다. 어린 자식을 둘이나 앞세우셨으니, 난설헌 할머니는 어린 아들과 딸을 가슴에 묻고 얼마나 괴로워하셨겠는지 조금은 알 듯합니다. 이 묘는 실묘(實墓)라고 전해져 왔는데,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이장할 당시 어린아이 키만한 까만 자국이 확인되었답니다. 바로 널(관)을 놓았던 자리입니다. 하지만 딸의 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답니다. 아마 너무 어려 그런 자국조차 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묘 앞의 묘석(墓石)에는 외삼촌의 애틋한 정이 뭉클뭉클 묻어나는 글이 적혀 있어 눈물짓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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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하늘 창가의 난초잎들은 (盈盈窓下蘭)
어쩌면 저렇게도 향기가 나는가 (枝葉何芬芳)
서풍 한 번 잎새에 스치고 나면 (西風一披拂)
그만 찬서리에 시들어지는데 (零落悲秋霜)
뛰어난 그 모습은 초췌해져도 (秀色縱凋悴)
맑은 향기는 더욱 짙구나 (淸香終不死)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을 슬프게 해 (感物傷我心)
자꾸만 옷깃에 눈물 적시네 (涕淚沾衣袂)

이 시는 난설헌이 지은 ‘감우(感優)’라는 연시(聯詩)의 첫째 연인데, 창가의 난을 보고 자기 신세를 한탄한 노래로, 시상(詩想)과 문장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싯귀에서 느끼는 바와 같이 그녀는 27세에 요절할 운명을 타고난 듯 슬픔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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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묘>

 

--- <희윤의 묘비> 허봉 지음 ---
피어보지도 못하고 진 희윤아 -
희윤의 아버지 성립(誠立)은 나의 매부요
할아버지 첨(瞻)이 나의 벗이로다
눈물을 흘리면서 쓰는 비문,
맑고 맑은 얼굴에 반짝이던 그 눈!
만고의 슬픔을 이 한 곡(哭)에 부치노라

그래서 난설헌 시비 앞면에 할머니 심경이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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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시비>



--- <아들딸 여의고서> ---
지난해 귀여운 딸애 여의고
올해는 사랑스런 아들 잃다니
서러워라 서러워라 광릉땅이여
두 무덤 나란히 앞에 있구나
사시나무 가지엔 쓸쓸한 바람
도깨비불 무덤에 어리비치네
소지 올려 너희들 넋을 부르며
무덤에 냉수를 부어놓으니
알고말고 너희 넋이야
밤마다 서로서로 얼려놀 테지
아무리 아해를 가졌다 한들
이 또한 잘 자라길 바라겠는가
부질없이 황대사 읊조리며서
애끊는 피눈물에 목이 메인다

속으로 흐르는 그 피눈물을 난설헌 할머니께서는 얼마나 삼키셨을까요!


이 시비는 문중에서 세운 것이 아니라 난설헌 할머니의 뛰어난 문학적 업적을 평가해 학계의 거두 이숭녕 선생을 비롯해 학계와 예술계 및 전 국무총리 등이 대거 참여해 세운 것입니다. 비신(碑身) 위의 자연석 앞면 글씨는 재준 종친의 필적이며, 비문은 이숭녕 박사가 찬(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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